
이은주가 그리 재능이 많은지 몰랐다. 얼마 전 PIFF에서 양조위와 만나 영어로 통역없이 대화를 나눴다는 얘길 들었을 때 '좀 튀고 싶나?'라는 질투어린 생각을 했었다.
Only when I sleep을 부르는 모습 멋졌다. 게다가 피아노까지 치다니.. 모든 걸 다 잘하는 배우인가? 난 이 사진보다 노래 부르는 중간 양손을 머리깨로 올리면서 감정에 빠져 부르는 모습이 더 좋은데... 그 사진은 없더라.
이은주는 여지껏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것 같다. 작품을 고르는 눈이 없어서 하는 영화들마다 손익분기점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녀가 주목받은 영화는 기껏해야 '번지점프를 하다' 에 불과했고, 2월인가 개봉했던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남자배우들에 눌려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내지 못한 것이다.
작품 고르는 눈 지지리도 없는 그녀가 확실히 자신을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된 건 올해 MBC의 '불새'에 출연한 것이다. 흥행 못하는 영화에 나오는 여자 배우였는데, 길거리 지나가면 어른들도 알아보며 좋아해주는 배우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어 '주홍글씨'까지... 변혁 감독과 만난 이은주 - 앞으로 그녀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는 배우가 되길...
음악이 멋져서 엔딩 크레딧을 유심히 봤더니, 이재진. 이창동 감독의 눈에 들어 그와 작업하면서 유명해진 사람이다. 이창동의 영화를 할 때는 연주곡 일색에다 지나치게 잔잔해서 보조역할 밖에 못하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 감독 잘 만나서 이.재.진.을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되겠다.
오리지날 조형사세요? 저도 가끔 조형사거든요.
여기까지가 작년 11월 '주홍글씨'를 보고 쓴 허섭한 감상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오늘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름끼쳤고,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어서 남자관계인가 추측했다. 집에 오니, 프라임타임 뉴스에서 그녀의 자살소식을 다뤘는데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손목을 칼로 그은 자국이 있고, 목을 맸다?
사람들은 자살을 결심하면, 마치 긴 터널을 지나오는 것처럼 어떻게 하면 자살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고민한다고 한다. 그게 며칠이나 몇달에 걸친 것이든, 단 하루만에 끝날 것이든.
'오! 수정'에서도 노출연기를 했고, 관점에 따라 더 수치스러울 수도 있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주홍글씨'의 노출이 자기가 대배우로 크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걸까?
그녀는 분명 숨이 넘어가기 직전, 자살을 후회했을 것이다. 다만, 너무 멀리 와버려 되돌리지 못했을 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