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라 쾌청지수 퍼펙트 클렌징 크림 - 400g
과일나라
평점 :
단종


난 6000천원이 넘어가는 클렌징 크림을 쓴 적이 없다. 뭐, 대학생 때부터 화장 시작해서 지금까지 쓴 개수도 몇 개 안 되지만 말이다. 이 제품도 내 나름대로 정해놓은 상한선을 넘지 않으면서 용량이 많은 것을 고르다가 사게 된 것이다. 원래 포인트를 썼었는데, 좀 지겨워져서(한번 사면 2년 이상 쓰니) 다른 걸 쓰고 싶었다.

이 제품의 매력포인트는 바로 많은 용량이다. 다른 제품들에 비해 60g이 많이 들어있어서 속는 셈 치고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

이걸 쓴지 벌써 2년이 다 돼간다. 그리고 양은 통에 써있는 글자 '지'와 '수' 사이로 줄어들었다. 오늘, 화장을 지우려고 검지손가락으로 퍼내는데, "헉~" 손가락이 짧아서 조금만 더 쓰면 퍼내기 힘들 것 같은 거다. 난 왜 이리 손이 작고 짧아서 이런 웃긴 상황을 만들어내는 건지.... 하다가 문득 내 손에 얽힌 일화(?)가 생각났다.

첫번째, 지금은 여자아이의 엄마가 된 언니

대학교 다닐 때 자취를 했는데, 아주 친했던 같은 과의 그 언니는 내가 기초화장만 하면 내 손의 움직임과 모양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런 조그맣고 통통한 손으로 화장품을 바르는 게 어설퍼 보이기도 하고, 웃긴다고 했다. 그 때 나는 스스로 전혀 느끼지 못하는 내 모습을 남이 보며 느끼는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두번째, 안 좋은 추억

어른들 특히, 아줌마들은 내 손을 보면 일 한번 안 해본 아기의 것 같다고 한다. 물론, 보통의 아줌마들이 매일 같이 지겹도록 해대는 집안일에는 젬병이고 관심도 별로 없다. 그러나, 난 직장에서 일 하고, 그 돈으로 먹고, 저축하며 산다. 난 내 손에 대해 이렇게 선입견을 갖고 말하는 사람들이 싫다.

세번째, 부담스러운 의사

내가 주부습진(손바닥의 두세 손가락)에 시달린지는 10년도 넘었는데, 증상의 강약에 주기가 있어 때로는 따가울 정도로 심해지기도 한다. 7년쯤 전의 한여름이었다. 증상이 심해져서 타인에게 내 손을 보여주는 것이 꺼려졌다. 그래서, 어느 대학병원의 피부과에 우연히 가게 됐다. 그 곳엔 여자 레지던트와 중년의 남자 전문의가 있었는데, 여자 레지던트는 피부가 어찌나 여드름으로 울긋불긋하던지 친구와 둘이 나중에 흉을 봤다. 피부과 의사면서 피부가 안 좋으니까 믿음이 안 간다고...

옆길로 샜는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중년의 전문의에 관한 거다. 그 의사는 으레 환자들한테 하는 질문을 했다.

의사 : 내 두 손을 만지작거리며 "언제부터 이랬어요?"

나 : "오래 됐어요."

의사 : 계속 만지작거리며 "집안일 많이 해요?"

나 : "학생인데요.. 물 만지는 일 별로 없어도 이래요."

의사 : 내가 보기엔 할 말도 없어 보이는데 손을 안 놔주며 "음..."

난 더운 여름, 그 대학병원의 의사와 마주 앉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 의사는 내게 무려 1달치의 내복약과 주부습진에 필수 연고인 네리소나를 처방해줬고, 내복약은 아직도 내 책상 서랍에 들어있다. 

 

결론 - 손가락이 짧은 사람들을 위해 조그만 주걱이 들어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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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2-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 사진과 소개글이 참 좋네요.^^

하루(春) 2005-02-0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문득.. 바꾸고 싶어서 그림 올리는 게 생각보다 많이 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