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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리버 (1disc) - [할인행사]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숀 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난 가끔 충동구매를 한다. 뭐,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대부분의 충동구매는 후회를 동반한다. "내가 이걸 왜 샀을까?"란 후회 끝엔 "다음에는 꼭 1번 더 생각하고 사자."라고 다짐한다. 그러나 다짐의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해 이 DVD도 충동구매의 결과물이다. 어떤 이가 이 영화에 대해 간단히 쓴 글을 보게 됐는데, 맘에 끌려서 검색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온다는 걸 알게 됐고 난 흥분했다.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내게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로 남은 배우다. 기억을 좀 더 더듬어보자면 '퍼펙트 월드'와 '사선에서' 정도가 더 떠오른다. 하지만, 난 그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배역으로만 떠올릴 수 있다. 그 영화와 함께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 1992)'가 같이 생각나는데 그가 감독했다는 것 때문에 어쩌다 일요일 아침에 친구랑 보러 갔는데 애석하게도 난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잠을 잤다.
감독으로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의 악연 때문에 그가 연출했다는 게 내겐 좀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대단한 배우 3명이 한꺼번에 나온다는 것 때문에 아직 포스터도 한번 구경하지 못한 영화의 DVD를 사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제 봤다.
지미Jimmy, 숀Sean, 데이브Dave 동네 친구였던 세명은 충격적인 사건 이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연을 끊는다. 그리고 그 후, 살해된 여자의 아버지, 형사, 살인용의자의 관계로 다시 서먹서먹한 연을 잇는다. 끝부분에 진짜 못된 놈은 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누가 도덕적이고 그렇지 않은가를 말하려 하는 게 아니라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이렇게 할 거야. 그리고 당연히 난 떳떳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객이 있을지 반문하는 것 같다.
살인범을 잡아도 피해자가 살아돌아오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형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숀, 어릴 때 당한 끔찍한 성폭행을 잊지 못해 조용히 숨어(?) 지내는 데이브, 강도혐의로 2년간 복역한 전과자 지미는 전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첫 딸의 죽음에 이성을 잃고, 스스로 살인자를 처단한다. 살인자는 그가 아니었는데...
이 뒤틀린 인연, 데이브가 납치된 그 때부터 우린 서로 친구가 아니었다고 매정한 얼굴로 말하는 3명. 그들은 어릴 때 데이브가 납치되는 걸 보고만 있었던 것처럼 애아빠가 된 지금도 데이브의 불행을 그렇게 남의 나라 얘기 듣듯 지켜보고만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든 생각
첫번째,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작이 24번째라던데... 그의 연출작을 뒤져봐야 겠다. 두번째, 마샤 게이 하든(Marcia Gay Harden)을 확실하게 알게 돼서 기쁘다. 세번째, Special Features에 감독과 배우들 인터뷰 영상이 있는데, 케빈 베이컨의 머리가 맘에 든다. 세 남자주인공 중 가장 젊고, 멋있는 그가 가장 좋다. 단, 그의 인터뷰가 너무 짧아서 아쉽다. 네번째, 돈 많이 모으면 35인치쯤 되는 와이드TV 사야지... 스크린으로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멋진 영화다. 틈새를 찾을 수 없이 아귀가 잘 맞는 훌륭한 영화다. 존재조차 몰랐었는데 이제라도 봐서 행복하다. 나의 선택은 탁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