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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들어 소나무 솔잎을 보니 - 허수경의 아주 특별한 남자들
허수경 지음 / 늘푸른소나무 / 2004년 8월
평점 :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이고 덧붙여서 CD와 공책까지 준다고 해서 한치의 주저 없이 이 책을 주문했고 불과 1시간 반만에 다 읽어버렸다. 이런 류의 책은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박영선 기자가 쓴 책 이후 두번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만족스럽진 않다. 이유는 내가 궁금한 걸 질문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유치한가?) 대중이 일반적으로 궁금해 하는 내용보다는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한 것 같은데 별로 성공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솔함으로 따지자면 가장 성공한 건 이홍렬 씨 부분이 아닌가 싶다. 허수경씨는 배고픔을 못 이겨 계속 파스타만 먹고 먼저 배를 채운 이홍렬 씨가 혼자 알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참 인상적이었다.
신승훈 씨 부분에서는 지나치리만큼 결혼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어서 신승훈 씨가 노래 만들고 그 노래를 부르는 일 외에는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좀 지루했다.
임성훈 씨는 내가 평소에 느꼈던 대로 완벽주의자의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 그 사람에 대한 내 궁금증은 바로 '저 사람은 휴가도 안 가나?'였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사람은 단연코 이경규 씨를 꼽을 수 있겠다. 직업이 대중을 웃기는 개그맨이기 때문에 사생활을 철저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그의 답변이 정말 멋있다.
어떤 이와의 인터뷰는 상대적으로 허수경 씨의 생각이 제한돼있고, 어떤 이와의 인터뷰는 그 반대로 지나치게 허수경 씨의 말이 많아 균형감각이 떨어져 아쉽다.
그럼 이제 부록인 CD 얘기를 해보자. 만족스럽다. 너무 많이 알려진 곡들 위주로 돼있어서 신선함이 좀 떨어질 수도 있겠으나 나처럼 클래식 감상을 라디오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을까 싶다. 그 중에도 특히 7번 트랙에 있는 Mozart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좋다. 여성중앙에 연재했던 걸 추려서 모은 책이라는데 여기 실린 사람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구입해볼만 하겠다. 공책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아서 일기장이나 생각을 긁적이는 책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