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미디어의 파워는 대단하다. 소개되자마자 바로 기획할인 도서로 선정되고, 베스트셀러 자리에 당당하게 오르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선정하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아니,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싶기도 하다. 그 대단한 '미디어의 파워'는 먼지 뽀얗게 쌓인 책꽂이를 뒤지게 했고 94년 4,500원에 구입한 이 책을 찾아낼 수 있었다. 책을 들춰보니 읽은 흔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정확한 뜻을 알 수 없는 단어에 펜으로 줄을 처놓은 것만으로 읽었다는 걸 알 수 있을 뿐, 작가의 말이나 내용을 보니 어쩜 그렇게 생소한지... 94년 이후로 책꽂이에 고이 모셔놓기만 한 것처럼 그렇게 새 책을 대하는 것 같았다. 그 때 난 대학생이었고 그 당시의 4,500원은 꽤 큰 돈이었는데 말이다.

아~ 난 가끔 과거를 회상하는 일에 진저리를 치곤 한다. 지금보다 그 때가 훨씬 좋았다는 막연한 그리움이 너무도 큰 탓일까. 너무나도 그리우면서도 가슴이 탁 막히는 답답함에 떠올리는 일 자체를 거부한다. 정말 바보같지만, 난 현실에 충실하고 싶다. 이 책은 그래서 좋다. 나의 몇 년 묵은 체증을 싹 가라앉게 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나 스스로는 내 과거를 떠올리는 것을 싫어하지만 박완서 할머니의 글을 통한 회상은 아주 속이 시원하다. 그 분은 내 어린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았지만, 어린아이들의 생활은 큰 차이가 없고 그 때의 경험은 어른으로서의 삶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래서 어린시절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이 책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