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여행 다녀왔다.
3월 18일 밤 비행기로 떠나서 4월 1일 밤 9시 경 샌디에고에 안착.
날수로 따지면 15일. 첫 1주일은 추워서 고생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봄이 온다는 게 느껴졌다. 점점 날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15일간 열심히 걷고 추위와 피곤함과 싸운 결과, 감기를 달고 샌디에고에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증상이 심해져서 거의 내내 매일 15시간 이상씩 자면서 감기를 이겨내고 있다. 오늘은 학교에 다녀왔는데 오전 10시 반쯤부터 두통에 시달리다가 오후 6시쯤 결국 애드빌을 먹었다. 빌어먹을 애드빌!! 대체 몇 알을 먹어야 하는지 한 눈에 안 들어와서 다 뒤진 후에야 겨우 1알을 먹으라는 글을 발견했다.
나의 여행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믿는다. 나이아가라 폭포(머문 곳은 루이스턴(Lewiston)), 보스턴, 뉴욕, 워싱턴. 모든 지역은 장단점이 있었고, 그 중 내 구미에 딱 맞는 곳은 루이스턴과 뉴욕이었다. 워싱턴은 좋았지만, 마치 "이것만 구경할 것."이라는 문구가 시 전체에 쓰여 있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 어떠한 예쁘거나 아늑한 카페도 찾을 수 없었고, 그 어떠한 맛집도 없었다. 오로지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 가족과 정부 건물들, 타이달 베이즌의 벚꽃 축제가 전부였다. 사실 벚꽃 축제 따위 아무 관심도 정보도 없었는데 워싱턴에 머물던 첫 날, 길거리에서 만난 존이라는 사람이 "꼭" 가야 한다길래 "그래, 가볼까?" 했다. 그래, 여기서 벚꽃을 볼 수 있다는데 말야...
그런데 우리나라로 치면 조폐공사 관람을 마치고 나왔는데 그 아래가 바로 타이달 베이즌이었고, 마침 벚꽃 축제를 시작한지 겨우 4일 지난 후였으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바로 직전이었던 것이다. 그 벚꽃 축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제대로 본 적 없고, 시간을 아주 제대로 맞춰 30-40분 후엔 해가 지는 것까지 볼 수 있었으니 마치 사막 한가운데에서 발견한 오아시스 같았다. 그 전까지 그토록 아프던 다리도 전혀 아프지 않았고, 나는 룰루랄라 흥얼거리며 사진을 찍고 돌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