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난 이야기를 쓰려고 보니 또 니이가타다. 뭐, 어쩔 수 없다.

마지막 여행지의 마지막 숙소인 선루트 호텔은 니이가타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떨어져 있다.

센다이에서 아침에 떠날 때부터 비가 왔는데 그 전 여행지인 아키타현의 요코테역에서 주은 비닐우산은 아키타에서 버리고 왔기 때문에 센다이에서 니이가타로 떠나는 날 아침부터 일기예보대로 비가 왔지만, 비를 맞으며 요령껏(센다이에서 이틀 머물렀다고 비를 어떻게 하면 덜 맞고, 어떻게 하면 계단을 덜 오르내릴 수 있는지 터득했다) 센다이역으로 갔다.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려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다.

니이가타역에 내리니 역시 비가 오고 있었다. 니이가타역에서 평지로 내려오면 호텔까지는 죽 평지다. 그래서 별 어려움 없이 찾아갔는데 비를 쫄딱 맞아서 방수되는 나의 가방들과 나의 점퍼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라쿠텐의 호텔 예약 확인서를 내놓고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때아닌 고백(?)을 했다.

"이 호텔에 묵고 싶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한국 소설가의 소설에 이 호텔이 나오거든요." 그랬더니, 때마침 날 반겨준 호텔 여직원은 일본인 특유의 호들갑을 떨며 "그래요? 어떤 소설이죠? 일본에서도 유명한가요?" 하는 거다. 그러면서 옆 직원한테 내 말을 전하기도...

나는 거기 들떠서 "일본에서 유명한지는 모르겠다. 아마 안 유명할 거다. 하지만, 나는 되게 좋아하는 소설가다." 했다. 그 직원은 고맙다는 말을 막 하면서 내가 비 맞은 걸 그제야 봤는지 비에 다 젖었다면서 수건을 내주고, 우산까지 빌려주는 거다. 니이가타는 그날부터 다음날까지 비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다음날 예보는 '폭풍우'.

고맙게도 그 우산을 가는 날까지 쓰라고... 우산(손잡이였을 거다)엔 선루트호텔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제 와서 아쉬운 건 가방에 들어 있던 그 책을 보여주지 못한 것. 호텔 직원들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같은 직원이 같은 시간에 근무하는 적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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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2-2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캄보디아에 가 있던 사이에 일본 여행 페이퍼를 하나 더 올리셨었네요.
어떤 소설인지 저도 궁금하네요~

하루(春) 2007-02-25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좀 쑥스럽지만, 윤대녕의 <눈의 여행자>예요. 2006년 2월엔가 읽고 병 났었어요. 하필 그 때 그 책을 읽어가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