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술의 전당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을 봤다.

한가람 미술관의 가게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화가 육심원의 그림이 담긴 엽서와 카드를 사들고 콘서트홀로 돌아가는 계단에서 정말 우연히 발견했다. 아~ 어찌나 놀랍고 흥분되던지...

계단으로 다가가면서 앞을 보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그래서 순간적으로 큰 소리로 "어?" 했더니 놀란 그가 멈춰섰다. 그 옆에는 동료로 보이는 여자분이 있었고, 용재 오닐은 비올라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 분의 눈 색깔이 파란색이었다거나 머리가 노란색이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내 의사를 전달했겠지만, 한국인의 외모를 가진 그에게 선뜻 영어가 건네지진 않았다. 그래서 나 혼자 한참을 떠들다가 "근데 제 말 알아들으세요?" 했더니 옆의 여자분이 "네, 조금은 알아들어요." 하는 거다.

그래서 그 때부터 내 맘대로 CD를 다 샀는데 콘서트는 한번도 못 갔다. 아까 공연하는 것도 못 봤지만, 로비에서 봤다. 1월에 호암아트홀에서 하는 세종솔로이스츠 공연 보러 가려고 한다는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정말 영광스럽다고 악수까지 했다. 가죽장갑을 끼고 있다가 얼떨결에 장갑을 벗고 그와 악수를.... 그는 장갑을 안 끼고 있어서 손이 차가웠다.

완전 흥분상태로 헤어져서 콘서트홀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엄마한테 달려가 마구 자랑을 한 다음 조용히 생각을 해보니, 그는 thank you 한마디만 한 것 같다. 내가 그를 너무 배려하지 않았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영어로 했어야 하는데....

근데 평소의 날 보면, 같은 한국인 스타를 만나도 제대로 말을 못하고 버벅대면서 과연 말을 잘했을까 싶기도 하고... 꿈에서라도 계시를 받았다면 정말 그 기회를 아주 잘 살렸을 텐데.... 아쉽다.

다음은 예술의 전당에 갔었다는 증거사진(다른 데서도 팔겠지만...).



이쁜이(babydoll) / 나어때(how do I look?)

꽃단장(a lady wearing earrings) / 화장하는 여인(a lady wearing make-up)



제목이 안 나와 있다.



로비에서 모니터로 보다가 엄마 드리려고 산 CD
초량 린과 세종 솔로이스츠가 협연한 실황음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