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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이네 집 - 작지만 넉넉한 한옥에서 살림하는 이야기
조수정 지음 / 앨리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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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낚시를 다녀왔다. 낚시터에 가는 날이면 언제나 책을 챙겨 든다. 남편은 물고기를 낚고, 나는 주옥같은 문장들을 낚는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 각자의 취미를 즐기는 것! 서로 취향이 다른 우리 부부가 사는 방식이기도 하다. 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호수 이 끝에서부터 저 끝까지 잔물결이 밀려나길 반복한다. 숲 너머 먼발치에 아파트가 보이고, 더 아득히 차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세상의 어떤 소음도 주인공이 될 수 없는 낚시터. 그곳에서는 오직 새소리, 바람 소리, 물결 소리만이 주인공이 된다.

이번에 가져간 책은 [율이네 집]이다. 이 책은 리빙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조수정씨와 남편이 아들 율이와 함께 한옥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한옥에 살기에는 다소 젊고, 옛것을 고수하기에는 직업상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이들 부부.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는 사이 이런 얄팍한 편견도 곧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란 없다. 조화를 이루기 나름이다. 이들은 기존 한옥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한 채 필요한 부분만을 수리해 나갔다. 그것도 최대한 한옥스럽게.

때로는 인위적으로 자연을 가져다 놓으려다 실패하기도 한다. 푸른 잔디가 펼쳐지는 마당이 로망이었던 저자는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마당에 잔디를 깐다. 좋은 것도 한 순간.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디딤돌을 놓아야 했다. 마음대로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야하는 것도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그저 보기에만 좋은 푸른 마당.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짧았던 봄, 딱 그만큼의 푸름을 자랑하고는 잔디는 여름 장마와 함께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의 서툴고 미흡한 관리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완벽한 자연을 얻으려 했던 인위적인 방법이 문제였으리라.(p.97)
그렇게 마당은 초라한 모습만 남긴 채 사라지는가 싶었다. 가을이 되면서 이름 모를 풀들과 이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비로소 자연스러운, 마당다운 마당이 되어가고 있었다.

[율이네 집]은 이처럼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손수 집을 고쳐나가는 일들부터 마루, 부엌, 안방, 아이 방, 마당 이야기, 엄마의 소품, 아빠와 아이의 요리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러움의 묘미와 마주하게 된다. 흙에서 돋아나는 생동감, 푸른 생명이 전해주는 경이로움, 나무가 발산하는 편안한 기운에 젖어들기도 한다. 바른 먹거리와 바른 쓸거리까지도 꼼꼼하게 따져보게 만드는 한옥에서의 삶. 집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뛰어다니지 마라, 낙서하지 마라, 정리 좀 해라 등등의 잔소리로부터 자유로워진 아이는 또 얼마나 아이다운 생명력을 발산하는지.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드는 집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올 봄, 마당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텃밭에 상추와 파 씨를 뿌렸다. 봉선화도 심었다. 너무 깊게 심었던지 올라오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한번 싹을 띄운 상추와 파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고 있다. 봉선화도 조금씩 움트고 있다. 매일 아침, 마당을 내다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몇 줄 심지 않는 이것들이 전해주는 감동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자연을 반가워하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허겁지겁 자연을 찾아다니며 가까이 둘 수 없음을 애달파하기도 한다. 남편이 낚시터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내가 마당에서 생동감을 느끼는 이유는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은은한 빛이 스며드는 ‘율이네 집’은 그래서 더 부럽다. 집안 어디에 있든 바람과 마주할 수 있고, 어디를 가든 빛이 따라 다니는 집. 자연과 사람의 경계를 허물고,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허문 자리마다 넉넉한 웃음이 묻어난다.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집, 자연의 집 한옥은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피워내고 있다.

조수정씨는 이 책을 준비하면서 과연 자신이 책을 내기에 합당한 사람인가라는 의문에 조금은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그녀와 그녀의 삶을 실제보다 더 그럴싸하게 만들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와 다른,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기쁨이 된다. 그녀가 한옥에서의 삶을 꿈꾸고 이루었듯 우리는 각자의 삶을 꿈꾸고 이루어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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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 없이 살아보기 - 삶의 기적을 이루는 21일간의 도전
윌 보웬 지음, 김민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평생을 두고 실천해야 할 범국민 행복 프로젝트
 - 윌보웬, [불평없이 살아보기]를 읽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가? 여기에 그 방법이 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단 하나 당신의 마음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바꿔 놓기만 하면 된다. 다시 말해 불평불만을 입 밖으로 내놓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다. 이것만 잘 실천한다면 당신은 부와 건강까지도 누릴 수 있다. 허황된 이야기라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어떤 일도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가능으로 바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먼저 만나보라. 어쩌면 당신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이 전 세계적으로 정부 차원에서 ‘불평 없이 사는 날’을 제정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중대한 일이 되어 버렸다.

 [불평 없이 살아보기]는 연속해서 21일 동안 불평을 하지 않고 살았을 때 삶에 어떤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책에 동봉된 보라색 팔찌를 손목에 착용한다. 불평불만이 생길 때마다 다른 쪽 손목으로 팔찌를 옮기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연속해서 21일 동안 불평불만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새로운 행동을 습득해서 습관으로 만드는 데 약 21일이 걸린다고 한다. 최소 이 기간 동안 불평불만 없이 살았을 때 삶에 엄청난 변화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이 책은 그 변화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불평 없이 살아가기 위한 총 4단계 의식 변화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의식하지 못하고 불평하는 단계-의식하면서 불평하는 단계-의식하면서 불평하지 않는 단계-의식하지 않아도 불평하지 않는 단계’가 그것이다. 각 단계별로 행동지침이나 실천 사항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불평 없이 살아보기’ 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불만이 생길 때마다 팔찌를 바꿔 차기만 하면 된다. 대신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이 어느 단계에 속해있는지 점검해 볼 수 있고, 어느 단계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책 곳곳에는 이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의 편지와 감동적인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것은 도전자에게 크나큰 동기부여가 되며, 이 일을 꼭 이루어보고 싶게 만들어 준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불평이 생길 때마다 팔찌를 바꿔 차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완벽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불평 없이 살아보기’는 미국의 어느 교회에서 고안한 프로그램이지만,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종교적 차원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오프라윈프리 쇼, 투데이 쇼, 투나잇 쇼 등에 소개되면서 동참자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불과 일 이년 전 유행처럼 번졌던 ‘프리 허그(free hug) 운동’을 기억하는가? 어느 청년이 ‘안아드립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료로 안아준 일이 있었다. 이 동영상이 유투브에 소개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고 반응도 뜨거웠다. 누구나 마음 한 자리 따듯한 위로가 필요했음을 그 일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불평 없이 살아보기’ 운동은 ‘프리 허그(free hug)’처럼 행복 나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불평'이라는 공해가 사라졌을 때 우리들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보라(p.21)는 책 속의 말처럼 서로 긍정의 인사를 나누고 희망의 대화를 건네는 사이 가족과 사회 나아가 나라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개인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으나 내가 바뀜으로서 가족이 바뀌고 사회가 바뀌고 한 나라의 의식까지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일로 발전하는 것이다.

 생각과 말을 바꿈으로서 삶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에서 시작한 ‘불평 없이 살아보기’ 캠페인. 저자는 이 운동을 단순한 유행으로 그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은 평균 4-8개월 만에 성공을 이루었다고 한다. 한 번 성공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매번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것이 이 운동의 특징이며 우리가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대목이다. 평생을 두고 실천해야 할 범국민 행복 프로젝트, 불평 없이 살아보기!

 행복 하고 싶은가? 그럼 당장 도전해보라!


+ 보라색 팔찌를 착용한 첫 날,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하루 종일 혼자 있으니 불평불만이 입 밖으로 나올 리는 만무. 상황에 맞게 불만을 ‘생각’하는 것도 포함시켜야 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데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서부터 이 미션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마치 봇물 터지듯 흘러나오는 말속에 불평불만이 그득했다. 딱히 안 좋은 상황도 아닌데 부정은 긍정을 빠른 속도로 넘어서고 있었다. 그냥, 하는 말 속에 이렇게나 많은 불평이 담겨져 있었다니. 지금이야말로 내 삶을 점검해 봐야할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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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은 없다 - 2008 대표 에세이
김서령 외 41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인사를 건넵니다, 환하게 웃으며 화답하네요. 고맙다고!
  - 김서령 외, [약산은 없다]를 읽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보는 만큼 알아지기도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그 속내를 다르게 드러낸다는 뜻이다. 사람은 일생동안 한두 번의 시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큰 변화 없이 살아간다. 어린 시절 쓰던 일기를 떠올려 보라.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로 하루를 기록하고 싶은데 돌아보면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 그나마 흥미진진하던 세상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특별한 건 꿈도 꾸지 않는다. 그저 평범하게만 하루가 지나가기를 바라게 된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재미없는 일들만 반복되는 것이 인생이라고? 천만에! 우리네 삶은 특별함으로 가득하다. 단지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뿐이다.

 [약산은 없다]는 2008년을 대표하는 수필 42편을 엄선하여 수록한 책이다.
 수필은 우리에게 친숙한 문학이다. 많은 작가들이 소설과 더불어 수필집을 출간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최근 들어 일반인도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에세이를 내놓고 있다. 굳이 ‘수필’이나 ‘문학’ 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타인의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이상하기도 하지. 읽어나갈수록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시원한 바람이 머릿속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랄까. 상쾌하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신선한 공기에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수필을 읽고 있자니 삶이 파릇하게 돋아나는 것 같다.
 잘 돌보지 않아 축 쳐져 있던 화초에 물을 주는 순간, 줄기부터 서서히 힘이 들어가는 것처럼 탱글탱글 이야기가 솟아오른다. 즐겁고 유쾌한 주제만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닌데 모든 이야기에 생동감이 넘쳐난다. 어떻게 보면 작가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아나간다. 허나, 작가들의 세상은 에너지로 가득하다. 차이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읽고 또 읽어본다. 결론은 삶을 대하는 세밀한 시선에 있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 속에 의미가 있고 이야기가 있음을 작가가 놓칠 리 없다. 무심코 넘겨 버릴만한 일도 작가의 눈에 포착되면 ‘이야기’가 된다. 특별한 사연이 된다. 삶을 대하는 애정과 디테일한 관찰! 무엇을 대하든 세밀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눈이 밋밋한 일상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자잘한 개인사에서부터 시대를 반영한 이야기까지 이 한 권의 책에 우리 사는 이야기가 풍성하게 들어차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반백년의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이다. 과거 한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음에도 생생하기 그지없다. 마치 그 일이 일어난 시간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간 것처럼 읽는 나까지 감정이 오롯해진다. 연륜만큼 넉넉함도 묻어난다. 재미도 있고 아픔도 있다. 슬픔도 있고 기쁨도 있다. 단순하거나 복잡한 일들이 얽히고설켜 한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 나간다. 이미 지나와버리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그 기억이 때로는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이 수필집을 통해 알게 되었다. 본격 수필에 이런 묘미가 숨어 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 더 많은 수필을 만나볼 수 있었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추억을 사진으로 대체하고 있다. 무엇을 먹든, 어디를 가든 눈과 마음에 담기 전에 카메라 셔터부터 눌러댄다. 최근 몇 년간 다녀왔던 장소를 떠올려 보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남는 장면이 많지 않다. 그 자리, 그 상황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예쁘게 조각내어 따로따로 담아낸 탓이다. 사진을 뒤적이며 맞춰보지 않는 한 추억은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 수필집을 읽는 동안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기억은 사진이 없어지면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그러나 마음에 새겨진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기억이라는 것은 감정을 동반한다. 감정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감정의 날을 무디게 만든다. 포커페이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적절한 자기방어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나를 가둬둔 틀 안에서 한 발짝만 비켜 서 보리라 다짐한다. 자유가 찾아들 것이다. 마음에 새록새록 감정이 들어차고 삶은 생동감 있게 변해갈 것이다. 큰 사건이나 위대한 변화를 겪지 않더라도 인생은 많은 이야기 거리를 담고 있다. 작가만큼 일상을 세밀하게 관찰하지 못하더라도 찬찬히 둘러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매일 엇비슷하게 흘러가는 생활도, 무미건조해져 버린 감정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애정의 눈길이 일상을 살아 숨 쉬게 만든다.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어렵더라도 노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일 년, 이 년이 금세 지나가버린 것 같다면 자신의 생활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보자. 그러한 노력이 얼마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지는 [약산은 없다]를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수필은 일상을 담아내는 위대한 그릇이다. 그릇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는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인사를 건네 보자, 환하게 웃으며 화답할 것이다. 이제라도 관심을 기울여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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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 슈퍼!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9
에를렌 루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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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에를렌 루, [나이브? 슈퍼!]를 읽고

 당신은 누구인가요? 무엇을 위해 지금 그 일을 하고 계신가요? 오늘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요? 행복한가요? 당신을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언제 화가 나나요? 화가 나면 어떻게 푸시나요? 아무 걱정 없이 웃어본 적은 언제인가요?

 가끔 질문이 끝도 없이 쏟아질 때가 있다. 나에 대한 질문인 건 분명한데 마땅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 막상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마치 시간의 일부를 날카로운 가위로 싹둑 잘라낸 것처럼 지나온 삶이 가물거린다. 뭔가에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다.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 혼란스럽다. 내가, 이 사회가, 온 우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문득 세상의 모든 것들이 무의미하게 다가올 때. 누군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누군가는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진다. 또 누군가는 홀로 칩거에 들어가기도 한다. 삶이란 그저 그렇게 하룻밤 고민하고 끝낼 문제가 아닌데 이것만큼 깊숙이 파고들어가기 힘든 것도 없다.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늘 정면승부를 피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는 대로, 살아왔던 대로, 살아지는 대로 살아가기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므로.

 [나이브? 슈퍼!]는 평범한 청년의 자아(본질) 찾기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스물다섯 생일날 아침, 문득 그동안 썩 잘 살아오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갑자기 모든 것이 무의미하며 엉망인 듯 혼란스럽다. 뭔가 달라져야 할 시기,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심사숙고하기 위해 지나온 삶의 흔적들을 하나씩 지워나간다. 마침 출장을 떠난 형의 집에 한 달 동안 틀어박힌 채 앞으로의 인생을 계획해 나갈 생각이다.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소설! 이 책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등장인물도 좋은 친구 킴, 나쁜 친구 켄트, 그리 착하지 않은 형, 이웃집 꼬마 뵈레, 어쩌다 생긴 여자 친구 리세 정도다. 부모와 조부모도 잠깐 등장한다. 주인공이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들은 어떻게 보면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키득키득 웃으며 읽게 된다. 지극히 일상적이어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무심코 방치해 두었던(어쩌면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톡톡 건드려 주기 때문이다. 진지한 가운데 가끔 엉뚱한 재치를 선보이기도 한다. 책을 읽고 있으면 내 몸의 웃음 감각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관심만 기울인다면 충분히 특별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고맙게도 이 책은 평범하지만 위대한 이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나’는 지나온 인생을 정리해 보기 위해 목록을 만들어 나간다. 갖고 있는 것들,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을 시작으로 자신과 일상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수많은 목록을 작성한다. 기분 전환과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물건도 마련한다, 공과 망치 놀이 판자가 그것이다. 종종 자전거를 탄다. 가끔은 고층 호텔의 엘리베이터도 탄다. 오르고 내리기를 쉼 없이 반복하며 사람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질문을 건네기도 한다. 마침내, 모든 일은, 제자리를 찾아, 잘 돌아갈 거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여행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은 셈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나’는 틈새시장을 노린 사업도 구상해 놓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또 다른 의미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떠나기 전과 같을 수도 있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이미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된다. 마음이 상황까지 바꾸어 놓는 것이다. 여전히 수많은 의문과 숙제를 품고 살아가겠지만 받아들이는 마음과 해결하는 방법에서는 분명 차이가 생겨난다.

 이 책의 주인공 ‘나’처럼 언제 갑자기 인생이 무의미하게 다가올지 모른다.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은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세대들, 중장년층, 노인이 되어서도 ‘인생’은 언제나 의문투성이일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얼마나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한 번쯤은 자신의 내면을 순수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 중 어떤 것에 반응을 하며 살아가는지 알게 되면 삶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무척이나 행복했다. 많이 웃었고, 진지하게 생각도 해봤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 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자잘한 일상의 풍경들. 그 일상들이 모여 한 사람의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소홀히 보아 넘길 것이 없다. 그렇다고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그저 무심하게 대했던 것들에 관심을 기울여 볼 것. 그것만으로도 남은 인생이 충분하게 차오르는 느낌이다. 
  주인공처럼 나도 목록 만들기를 시작해봐야겠다. 그 중에서도 매일 빼먹지 않고 해보고 싶은 것은 ‘오늘 본 광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이다. 이 세상에 똑같은 것은 없다. 매일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목록을 작성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방향을 잃고 살아가는 것 같다면 수시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아가야할 방향과 통찰력은 그렇게 생겨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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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eur 2009-04-14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인공이 틈새시장을 노려 구상한 사업 아이템 너무 웃기지 않던가요? ㅋㅋ
묘하게 코믹한 소설이더라고요...

soulnote 2009-04-21 09:56   좋아요 0 | URL
lecteur님 말씀에 절대 공감합니다^^
이 책을 읽는 중 여러 번 자지러질뻔 했답니다ㅎㅎ
 
오두막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덧나지 않게 상처를 치료해주는 기적의 오두막
 - 윌리엄 폴 영, [오두막]을 읽고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아픔을 묻어 둔 오두막을 한 채씩 간직하며 살아간다. 은밀하고 비밀스런 구석에 숨겨둔 이 오두막은 빛조차 스며들지 않아 으스스하다. 혼자서는 열어볼 엄두조차 내기 힘든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그렇다고 누군가 대신 열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오두막의 문을 이제 그만 열어 보라. 삐걱대며 열리는 문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번져올 것이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온화한 그 기운에 얼어붙었던 마음도 녹아내릴 준비를 한다.
 아픔을 씻어낸 자리에는 그만큼 기쁨이 들어찬다.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슬픔은 묻어둔다고 해서 저절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괴롭고 힘들더라도 한번은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치유와 화해는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한번쯤 불가사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성적 판단과 과학적 논리로는 도저히 증명되지 않는 신비한 현상을 겪고 나면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된다. 굳이 종교인이 되지 않더라도 그러한 경험은 삶에 작은 변화를 몰고 온다. 느낌표보다 더 많은 물음표를 던지는 초자연적 현상들을 나는 어디까지 긍정하고 어디까지 부정해야 하는 것일까.

 [오두막]을 읽는 내내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맥에게 날아든 파파(맥의 아내는 하나님을 ‘파파’라 부른다)의 편지 한 통. 미시(막내 딸)가 살해된 오두막으로 오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다. 하나님이 편지를?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어느 새 맥은 오두막을 향해 가고 있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환상적인 경험과 대화들. 믿기 힘든 이 일들을 작가는 실화라고 밝히고 있다. ‘뒷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대필 작가라는 소설적 장치가 사용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픽션임을 밝혔음에도 나는 이 소설이 픽션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실재와 실재하지 않음의 모호한 경계에 걸려들고 만 것이다.

 [오두막]은 내 마음에 회오리를 몰고 왔다. 회오리는 작은 티끌조차 남기지 않고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쓸어간 후 텅 빈 폐허만을 던져준다. 그러나 나에게 몰아닥친 회오리는 마음속에 부유하던 찌꺼기들을 몰아내고 깨끗한 세상을 안겨 주었다. 오해와 불신, 시기와 질투, 원망과 분노, 두려움과 조급함을 몰아낸 자리에 봄 햇살처럼 따사로운 온기가 들어찬다.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질 줄 알았다면 애초에 펼쳐들지 않았을 이 책이 신비한 마법을 부리고 있는 중이다.
 짐작대로 나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 [오두막]을 읽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당장 기독교인이 될 것도 아니다. 단 하나, 마음에 미세한 변화가 찾아온 것만은 확실하다. 큰 의미 없이 여겨졌던 용서 관계 사랑 믿음 등의 단어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옴을 느낀다.

 자식을 죽인 범인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란 어떤 의미이며, 거기에 진정성이 더해진다는 것은 또 어떤 느낌일까. 몇 해 전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에 관한 짤막한 신문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유영철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자식의 부모가 그를 양자로 받아들였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믿을 수 없고 믿기지도 않으며 내 상식과 도덕적 판단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찬찬히 되짚어보니, 그 알 수 없는 일 배경에는 ‘하나님’이라는 존재가 투영되어 있었던 것도 같다.
 그때 잠깐 스쳤던 물음표가 [오두막]을 통해 어느 정도 느낌표로 바뀌는 듯하다. [오두막]의 주인공 맥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딸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황에서 맥은 범인을 용서하게 된다. 용서함과 동시에 자신을 짓누르고 기쁨을 파괴하던 것으로부터 해방된다. 맥은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하던 아버지도 용서한다. 미시의 죽음을 자책하던 케이트의 아픔도 어루만져 준다. 용서가 화해를 불러오고 사람 사이의 소통과 관계의 물꼬를 열어준 셈이다.

 지금까지 나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의무와 책임, 구속과 복종이 없는 ‘자유로운 관계’를 유지해 왔던가. 아닌 것 같다. 어떤 관계든 불필요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오직 믿음과 사랑으로 충만한 관계,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다. 관계의 회복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서서히 떠오른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잔악무도한 연쇄살인범에게 아이를 빼앗긴 아비가 고통의 긴 수렁을 건너오는 과정에서 ‘오두막’이 하나의 전환점이 되리라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으며, 이 단순한 논리로는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비밀 또한 숨겨져 있다. 직접 읽어보지 않는다면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들. 읽어본다고 한들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는 이야기들. 그럼에도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비종교인인 나로서는 읽는 중간에 덮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절대자에 대해 막연히 의구심을 품은 채 한 쪽 구석에 던져놓기에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처절한 고통을 겪는 맥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덧 치유의 길로 들어선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대화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아마 평생이 가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신 마음 한 자리가 누군가 어루만진 것처럼 따스해져 온다. 그 온기로 내 마음의 오두막에 불을 지필 수 있을 것 같다. 어둠 속에 몰아넣고 잊은 듯 살았던 크고 작은 상처들. 이제 그 상처들을 끄집어내 소독을 하고 약도 발라줘야겠다. 딱지가 앉고 새 살이 돋는 동안 경험하게 될 일들을 떠올려 보니 벌써부터 설렌다.
 
 [오두막]을 통해 나는 수없이 덧나고 곪아있는 내 안의 상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상처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 자신과 먼저 화해를 한 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그 방법을 따라 실천하는 일만 남아있을 뿐이다.
 
    덧나지 않게 상처를 치료해 줄 자신만의 오두막을 지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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