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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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던지는 살벌한 경고

- 리사 프라이스, 『스타터스』를 읽고

 

미래를 상상하는 건 즐거운 공상인 동시에 잔인한 환상이다. 이미 영화나 책 등 여러 분야에서 미래의 모습을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는 개인적인 생각과 더불어 이 같은 매체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은연중에 각자의 머릿속에 이미지화해서 저장해 놓고 있다. 나는 결코 지금까지 인간이 상상해낸 그 ‘미래’라는 시간을 살아보지는 못하겠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전율을 느끼곤 한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있을 법한 이야기. 인간이 추측하고 상상해낸 미래의 모습은 어디까지일까. 때로는 충격적인 판타지가 펼쳐지는 ‘미래’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타터스』는 지금까지 내가 상상해온 미래의 이야기를 뛰어넘는다. 한 마디로 충격적인, 그럼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잔혹하지만 아름답다. 『스타터스』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살벌한 경고를 던지는 ‘블랙’ 로맨스 스릴러다. 젊은 육체를 대여하는 미래 세계, 라는 소재가 섬뜩할 정도로 신선하다. 읽기도 전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호기심이 인다. 첫 장을 펼치면서부터 놀라운 속도로 빨려 들어간다. 과장이 아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독서의 희열. 『스타터스』는 차마 떨쳐낼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태평양 연안국 전쟁으로 인해 미국으로 날아든 생물학 포자 미사일은 일주일 내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에 대비해 미리 백신을 맞은 10대 이하 청소년과 60세 이상의 노년층은 살아남았지만, 백신의 혜택을 보지 못한 20세에서 60세 사이의 사람들은 모두 죽음에 이르렀다. 미성년자(스타터)와 기득권층 혹은 어른(엔더)만 남은 미래 사회. 약삭빠른 엔더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미성년자들의 취업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법을 통과시킨다. 일자리마저 엔더들에게 박탈당한 홀로 된 스타터들은 거리를 떠돌거나 보호소에 수감된다. 혹은 강제로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다. 거리엔 이탈자가 우굴 거리고, 집행관이 시시때때로 들이닥쳐 삶을 위협한다. 돌봐줄 돈 많은 조부모가 없는 미성년자에게는 어떠한 희망조차 없다. 그저 어두운 곳에 숨어 스무 살이 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그렇지 않다면?

 

캘리에게는 보호해야할 동생 타일러가 있다. 더구나 타일러는 아프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따듯한 집이 절실히 필요한 캘리는 마침내 바디 뱅크, 프라임 데스티네이션을 방문한다. 세 번의 렌탈만 끝내면 돈과 집을 준다는 조건은 길거리에서 배를 곯고 살아가는 스타터에게는 대단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점 하나 없는 무결점의 얼굴과 몸매로 거듭 태어나게 된다. 완벽한 상품. 의학의 발달로 200살 까지도 거뜬하게 살아내는 돈 많은 엔더들이 단 하나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 젊음이다. 바디 뱅크는 이것을 노려 노인들에게 젊음을 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젊은 렌탈과 늙은 렌터의 정신이 컴퓨터를 통해 연결된다. 늙은 몸이 바디 뱅크에 마련된 의자에 누워 편안히 잠들어 있는 동안 젊은 정신 역시 꿈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면 늙은 렌터는 자연스레 젊은 몸을 차지한 후 누리고 싶은 모든 것을 누리면 된다. 마침내 일시적인 신체 대여가 아닌 영구 대여를 시도하는 프라임 데스티네이션.

 

도무지 합법화 될 것 같지 않은 이 ‘신체 대여’ 사업이 합법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많은 음모와 반전들. 캘리의 몸을 빌려 돌아오지 못한 손녀 엠마의 행적을 추적하는 헬레나. 헬레나와 뜻을 같이 해 기꺼이 렌터로 나선 여러 조부모들. 캘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사라의 눈물겨운 희생. 렌탈 기간 중 우연히 만나게 된 블레이크와의 달콤한 시간,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끔찍한 반전. 도무지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는 긴박한 스토리와 끝인가 하면 또다시 예상을 뒤엎고 펼쳐지는 반전에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 잔인하면서도 매혹적인 소설,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한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과 윤리의식이 어디까지 인지를 보여준다. 아무리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 와도 아무리 젊음이 탐나는 세상이 와도 결코 해서는 안 될 일. 누군가의 인생을 훔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빌린 몸을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늙은 렌터들을 보면 정말이지 끔찍하다. 더구나 영구 대여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늙은 욕망은 대체 생각이란 것이 있기는 한 걸까!

 

‘매가 울면 날아야 할 시간’이라고 메시지를 보낸 캘리의 아버지는 살아계실지, 캘리의 정신을 잠시나마 장악했던 올드맨(프라임 데스트네이션의 수장)의 새로운 음모는 무엇일지,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싶어 하는 블레이크와 캘리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엠마를 비롯해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올드맨과 함께 헬기를 통해 탈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레이먼드씨는 또 어떤 기술력을 선보일지……. 무수한 의문과 여운을 남긴 채 끝을 맺은 이 소설은 아마도 머지않아 영화화 될 것 같은 강력한 예감이 든다. 어쩌면 2편이 출간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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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5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 저도 이책을 일었는데 너무 치명적인매력을 가지고있는 책이에요 . 한번 보면 빠져들게하는 … .
그런데 정말 먼 미래에도 , 그런일이 일어날까 우리아이들에게 … 먼 미래가 무시무시하게 걱정돼네요 .
그리고 끝없는 노인들의 욕심 , 욕망 … 등을 깨우칠수있어서 . 재밌었고 … 신체대여라는것은 불법이기때문에
사용하면 안돼는데 ㅎㅎ . 저도 아이들의 엄마로써 정말 먼 미래가 걱정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