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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 헤밍웨이, 글쓰기의 '고통과 기쁨'을 고백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박정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3월
평점 :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작가_ 어니스트 헤밍웨이
엮음_ 래리 W. 필립스
옮김_ 박정례
출판_ 스마트비즈니스
헤밍웨이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헤밍웨이를 애정한다면
무조건 읽어야 할 책
헤밍웨이식 글쓰기가 궁금하다면
교과서처럼 공부해야 할 책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왜 헤밍웨이인가?
'고전 한 권쯤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충만할까요?
세기의 고전 중 제가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입니다. 이 작품은 저의 지나온 삶과 어우러져 읽을 때마다 다른 감흥을 안겨주곤 한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최고로 꼽는 이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를 오롯이 마주하게 해 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서른 넘어 첫아이를 낳고 『노인과 바다』를 다시 읽었을 때 비로소 아버지의 삶에 한걸음 다가선 느낌이 들었어요. 아버지를 이해하며 어린 날 상처받았던 저를 보듬을 수 있었어요.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안겨주는 헤밍웨이. 그가 쌓아 올린 글쓰기에 대한 지혜를 만나볼 수 있는 책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지금부터 살펴봐 드릴게요.
목차를 살펴볼까요
PART 1. 글쓰기의 발견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쓰기의 고통과 즐거움
무엇에 관해 쓸 것인가?
등장인물
생략해야 할 것들
제목
다른 작가들
PART 2. 작가의 발견
작가의 자질
작가들에게 주는 충고
작업 습관에 대하여
음란성
정치
작가의 삶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은 헤밍웨이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헤밍웨이가 당대 작가들과 주고받았던 서신, 인터뷰, 다양한 작품 속에서 언급한 글쓰기 관련 내용들을 위의 목차에 맞게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헤밍웨이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책장을 넘길수록 줄어드는 페이지가 못내 안타까웠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강단 있는 태도와 확고한 신념에 감탄하며 읽은 책. 인상적인 몇몇 대목을 중심으로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글쓰기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헤밍웨이를 좋아하신다면 이 책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헤밍웨이에게 글쓰기란
세기의 작가 헤밍웨이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한마디로 그에게 글쓰기란 삶이자 고통이었습니다.
헤밍웨이 정도 레벨의 작가라면 글쓰기의 고단함 정도를 토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세기의 작가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원초적인 고통을 겪고 있어 놀라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위로가 되기도 했고요.
'글을 쓰지 않을 때 망나니가 된 것 같아 더 괴롭다(22)', '바위에 구멍을 뚫어 화약을 넣고 폭파시키는 것처럼 어려울 때(23)'도 있다, '매일 밤낮으로 죽임을 당해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아주 높은(24)' 전쟁터에 있고 싶다 와 같은 마음을 토로할 만큼 헤밍웨이에게도 글쓰기는 치명적인 고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글을 써야만 살아 있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글을 썼을까요?
헤밍웨이식 글쓰기란?
나는 그 이층 방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 한 가지당 단편 하나씩을 쓰기로 결심했다. 글을 쓸 때마다 이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건 엄격하고 효과적인 훈련 방법이었다.
헤밍웨이에게도 글쓰기 루틴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사실 이런 부단한 노력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겠지요.
소설가는 이야기에 살을 붙일 수는 있지만 반드시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글을 써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신선하면서도 흥미롭습니다. 헤밍웨이는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체험하려 노력했을까요. 헤밍웨이의 이런 확고한 신념은 친구로 가까이 지낸 스콧 피츠제럴드와 주고받았던 편지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창작은 참 근사한 일이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을 꾸며낼 수는 없다네.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할 일이 바로 이것일세. 모두 꾸며낸 이야기지만 나중에 진실이 되게 만드는 것 말일세.
자네가 마음대로 사람들의 과거와 미래를 만들어낸다면 그건 진정한 인물이 아니라 기막히게 훌륭한 가짜에 지나지 않지. 그 누구보다 좋은 재능을 가진 자네가 재능을 그렇게 썩히다니 제발, 그런 짓은 걷어치우게. 스콧, 부디 그 누가, 그 무엇이 상처를 입든 개의치 말고 진실한 글을 쓰게. 말도 안 되는 타협은 그만두라는 말일세.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p.42
책에는 헤밍웨이가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보낸 편지 여러 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편지는 스콧의 작품 <밤은 부드러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내용입니다. 스콧은 이 작품에 자신과 아내의 사생활을 반영하며 주변 인물들을 등장시킵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 인물들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을 등장인물들은 행합니다. '스콧, 그럴 수는 없어.'라며 헤밍웨이는 직언과 함께 안타까움을 전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헤밍웨이는 있을 법한 일을 꾸며 쓰지 않습니다. '실제 경험한 이야기'를 '진실성'있게 전달하는 하기 위해 노력한 작가입니다. 일관성 있게 진실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그는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까요?
작가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드러내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 작가가 제아무리 문장과 직유법에 뛰어나다고 해도 꼭 필요하지 않은 대목에서 적절하지 않게 그런 것들을 남발한다면 허세로 작품을 망치는 것이다.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p.40
신문 작가가 자신이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자신이 아는 것을 생략할 수 있다. 작가가 정말로 진실한 글을 썼다면 독자는 작가가 경험했을 때만큼 강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빙산의 움직임이 지닌 장엄함은 10%에 해당하는 부분만 수면 위로 떠올라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작가가 몰라서 생략하는 경우에는 글에 빈 공간만 생길 뿐이다.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p.53
제가 헤밍웨이 글에 매료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장광설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혹자는 헤밍웨이가 표현력이 뛰어난 작가는 아니라고 하는데요, 헤밍웨이의 이런 철학을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그리 쉽게 단정 짓지는 못할 것입니다.
생략을 통한 여백을 두어 독자로 하여금 생각을 키워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작가. 팩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깊은 여운을 안기는 작가. 헤밍웨이가 그런 작가여서 저는 그의 글 속을 속절없이 헤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례로 어느 술자리에서 친구가 헤밍웨이를 폄하하며 일곱 단어로 글을 쓸 수 있는지 자극합니다. 그 말을 들은 헤밍웨이는 즉석에서 아래와 같은 문장을 써 내려갑니다. (해석에 따라 표현이 조금씩 다를 수 있음. 아래 문장은 김종원 작가님 버전)
한 번도 신지 않은 아이 신발을 팝니다.
오로지 팩트만을 전달하는 이 문장에서 저는 무너져 내렸습니다. 준비해둔 신발 한 번 신겨보지 못하고 떠나보낸 아이, 그 부모의 마음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담백한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어 버리는 헤밍웨이식 글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헤밍웨이가 정의하는 작가의 자질
먼저 재능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많이 필요하다. 키플링의 재능 같은 것 말이다.
그다음에는 훈련이다. 플로베르가 했던 것처럼 부단히 훈련을 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파리에서 사용하는 미터 기준처럼 변하지 않는 절대 양심과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가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작가는 지적이고 이해관계를 초월한 공평무사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남아야 한다. 한 사람의 작가 안에 있는 이 모든 자질을 끌어내어, 자신을 짓누르는 모든 것들을 극복하라. 작가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살아남아 자신의 글을 끝내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p.94-95
작가의 자질 중 첫 번째 '재능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많이'에서 좌절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할 수 있을까요? 목숨 걸고 한다면 못할 리는 없습니다. 헤밍웨이가 말하는 작가의 자질은 자신과 같은 수준의 작가를 지칭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이 대목에서 미리 겁먹거나 포기하지 말아요, 예비 작가님들!
만약 재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데 작가라는 직업을 포기할 수 없다면 헤밍웨이가 제시한 두 번째 자질부터 쌓아보는 건 어떨까요? 혼신의 힘을 다해 승부를 걸어본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재능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설마 안되는 걸까요?
돈이 되든 안 되든 행복해지기 위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이건 타고난 병이죠. 나는 글쓰기가 좋아요. 이건 더 나쁩니다. 그 병은 이제 나쁜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글을 써 왔던 그 누구보다 잘 쓰고 싶습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집착이 되어 버렸어요. 집착이란 끔찍한 것입니다. 당신에겐 집착 같은 것이 없기를 바랍니다. 제게 남은 건 오직 집착뿐입니다.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p.24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글을 쓰려고 했던 작가. 꾸며낸 이야기일지라도 결국 진실이 되게 만들려 노력했던 작가. 기념비적이거나 거창한 이야기보다 간결하고 명확한 이야기를 쓰려 했던 작가. 화려한 미사여구를 남발하기보다 절제와 생략으로 작품이 뜻하는 바를 전하려 했던 작가.
헤밍웨이가 들려주는 글쓰기 조언은 모든 작가에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습니다. 저마다 가치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저처럼 헤밍웨이 글을 애정한다면 이 책은 무조건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헤밍웨이가 지닌 확고한 글쓰기 신념을 알고 난 후 그의 작품을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게 되리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렙니다. 이 책 덕분에 헤밍웨이 작품을 읽어가는 과정이 더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