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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쓰다, 페렉
김명숙 지음 / 파롤앤(PAROLE&) / 2024년 12월
평점 :
조르주 페렉과 그가 쓴 <사물들>이 궁금해지는 책
🔰 파리를 쓰다, 페렉
🔰 저자 _ 김명숙
🔰 출판 _ 파롤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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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에서 고른 문장은
하나하나가 마들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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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락 한 단락
멈추어 읽게 되는 책
가는 길을 멈춰 세우는
'그럴 수 밖에 없는 도시'들이 있듯
읽기를 멈추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책'이 있습니다.
<파리를 쓰다, 페렉>이 제겐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은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천재 작가, 조루주 페렉이 쓴 <사물들> 속 명문장을 중심으로 '파리'라는 '도시' 곳곳을 밀착 취재하듯 보여줍니다.
단순한 여행기라 생각하면 오산!
<사물들> 속 주인공 실비와 제롬 커플이 살았던 파리를 배경으로 그 당시 시대 상황과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재조명합니다.
그들은 꿈꾸던 욕망에 비해 작고 남루한 방을 벗어나 카페에 머무르거나 도시를 거닙니다. 파리의 구석구석을 산책하는 동안 그들은 매일 새로움과 마주합니다. 그들이 경험한 거리 곳곳의 이야기는 1960년대 당시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비틀고 회고합니다. 한마디로 흥미롭습니다.
페렉에 대한 오마주이자
새로운 각도로 경험하게 될 '파리' 여행기
혹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에 대한 보고서
쉬운 듯 어렵습니다. 어렵지만 매력있습니다. 근사한 문장 속에서 가끔 길을 잃기도 합니다. 어느 페이지에선 혼동의 책읽기가 진행됩니다. 특히 57페이지~~ 저의 지적 부족함을 책망하며 미주를 네 개나 찾아봐야 했습니다. 저자가 친절하게 덧붙인 미주를 따라 문장의 의미를 이어가는 여정은 쉽지 않지만 분명 흥미로운 일입니다.
오히려 그런 과정들이 저자가 표현하고자하는 생각의 층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사물들>이 여전히 수작으로 빛나는 건 시대를 넘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사물들>을 재해석한 이 책은 페렉이 써내려간 '그곳의 도시'와 '이곳의 나'를 연결시킵니다.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욕망은 변함없습니다. 그렇다면 드러나 보이는 '사물'이 아닌 '나'라는 존재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디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지는 인간이 지닌 영원한 숙제라는 걸 저자와 페렉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휘리릭 읽고 지나칠 수 없는 책
곱씹어 읽게 되는 책
진지한 철학적 접근을 요구하는 책
쉽게 읽히지 않는 이 책에서 묘한 매력을 느낍니다.
<사물들>을 읽었다면 더할 나위없이 반가울 책. <사물들>을 읽지 않았다면 읽고 싶게 만들 책!
자주 경탄할만한 문장과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럴 때면 저자와 페렉과 파리가 더 궁금해집니다. <사물들>과 <파리를 쓰다, 페렉>을 번갈아 읽고 싶어집니다.
1965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르노도상을 수상한
조르주 페렉의 첫 소설 <사물들>
📖 소설은 60년대 파리의 한 젊은 커플을 이야기한다. 사방에서 그들을 유혹하는 편니하고 멋진 사물들에 둘러싸여 더 이상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불가능하게 된 커플이다. 그들은 여가와 일, 안락함 사이의 균형을 잡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삶을 사랑하기 전에 부를 사랑"하게 된 그들은 갈망의 크기에 미치지 못하는 능력의 크기로 좌절한다. <사물들>은 그 간극과 모호함을 읽는 일이다. (105)
📖 파리지앵 작가들에게 파리는 빠지는 법 없는 배경이지만 페렉만큼 감각적이고 세련된 문체로 그린 이는 드물다. 그의 책들 가운데 어느 한 권을 빼 들어도 파리는 중심에 있다. 그럼에도 바르트의 "부를 꿈꾸는 상상 속에 녹여 낸 빈곤함, 진정 아름답다"는 찬사에 걸맞게 <사물들>은 단연코 매력적이다. 부를 꿈꾸는 상상의 중심에 파리가 있다. 그러니 실비와 제롬을 따라가는 수밖에, 다른 작품보다 먼저 꺼내 든 이유다. (16)
📖 무수한 방랑의 아이콘들 아래로 실비와 제롬은 성(姓)없이 등장한다. 간단하고 가벼운 이름만큼 그들은 앞선 이들의 무게를 거부한다. 사람들이 이름난 예술가들의 흔적을 답사하며 돌아다닐 때 그들은 그런 굉장한 선배들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다. 그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사물들'이었으므로. (22)
📖 욕망을 나무랄 수 있을까? 사물에 대한 탐닉, 지적 허영을 흉볼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누구나 예외 없이 소비하는 인간으로 꾸준히 진화해 온 것 아닐까. 소비의 대상이 사물이건 부의 기호건, 아니면 지적 유희건, 우리는 늘 허기지고 목마르므로. (35)
📖 타인은 욕망의 증인으로서, 욕망의 시선으로서 역할을 부여받았을 뿐이다. 그들 역시 타인의 사물을 탐내고 가늠하는 시선으로서만 머문다.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도시에서 감담해야 할 시선은 나의 '물건'에 가닿는다. 실존주의자가 논하고 싶어 하던 '나'가 아니라. (56)
📖 작품값은 갈망의 값과 비례한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들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만드는 경매. 갑부들이 사들이는 건 '시간' '역사'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 돈을 쓰는 건 거부들이 즐기는 최고의 사치. (74)
🌷파롤앤 출판사. 협찬도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