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이야기 - <연어>, 그 두번째 이야기
안도현 지음, 유기훈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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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줄래? ‘나’의 유일한 단수 ‘너’에 대한 이야기를...
- 안도현, 『연어이야기』를 읽고


안녕?
안녕...이라고 말하는데 이렇게 오랜 세월이 걸릴지 미처 몰랐네. 그래서 더 반가워.
먼저 내 소개부터 할게. ‘나’는 15년 전 출간된『연어』라는 책의 주인공 눈맑은연어와 은빛연어의 딸이란다. 나의 탄생은 감히 거룩하고도 숭고했다고 말하고 싶어. ‘연어의 길’을 충실히 걸었던 엄마 아빠를 기억한다면 알겠지만, 실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모두 그렇게 태어났는지 몰라. 단지 탄생의 과정을 잘 몰라서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 모른 채 살아가는 것뿐이란다. 지금부터라도 스스로를 귀하디귀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조금 더 많이 사랑하고 조금 더 적극적이고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

뭐 어쨌든 이건, 마지막 순간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나를 내려다보던 엄마의 눈을 기억하고 있는 나의 뼈저린 깨달음이란다. 슬픔으로 가득한 그 눈이 실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눈이었고, 나는 엄마의 숭고한 희생이 일궈낸 거룩한 생명이란 말이지. 이 사실은 나를 살게 하는 힘이고 나를 연어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어. 너 역시 다를 바 없단다. 물론 ‘너’는 물고기 연구소에서 인공 수정되어 영양가 높은 먹이만 먹고 자라 몸집도 나보다 훨씬 크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되지만. 새가 되길 꿈꾸면서부터 너도 안락한 삶으로부터 어느 정도 비껴나긴 한 것 같아. 새. 너는 왜 새가 되고 싶었을까. 너는 몰랐던 거야. 너의 태생을 너의 엄마를 네가 경험했어야할 탄생의 신비를. 사람 손에 맡겨져 너의 길을 모른 채 살아왔지만, 너는 본능적으로 연어의 길... 자유란 것을 갈망해왔는지도 몰라.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우리의 본능, 자유 말이야.

내가 모래톱에서 힘겹게 시름하고 있을 때, 나에게 물을 튕기며 스러져가던 너. 나는 그런 너를 보며 힘을 낼 수 있었어. 고단한 너의 몸짓이 나를 살려낸 거지. 고마워. 어쩌면 그때부터 ‘너’는 나에게 ‘유일한 단수’로 스며들었던 것 같아. 그래서일까. 엄마를 모르던, 연어의 길을 모르고 새가 되려하던 네가 무척이나 안타까웠지. 네 안에 일고 있는 자유를 향한 갈망, 날개를 달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너의 몸속에 초록강의 일렁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너의 과거 너의 배경을 기꺼이 껴안으면서.

새가 되길 꿈꾸는 너에게 물고기 연구소... 네가 말하는 학교는 어울리지 않았어. 연어의 숙명을 거스르는 너를 학교에서도 달가워하지 않았고. 학교를 벗어난 너는 나비 고라니 개구리 수달 자작나무를 만나는 동안 비로소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지. 그리고 초록강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어. 내가 그토록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에.

이제 강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5,000마리가 되기 전까지 오래 강에 머무르며 준비를 하라던 초록강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는 가슴에 새겼지. 드디어 바다를 향한 여정의 시작.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이렇게 힘든 여정이 될지는 몰랐어. 예상치 못한 위기, 안타까운 희생, 그로 인한 깨달음... 그리고 마침내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 모두가 망설이고 두려워할 때 먼저 용기를 내어 걸음을 옮긴 건 바로 너였어. 연어의 길, 우리는 너로 인해 비로소 연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던 거야. 자유를 향한 너의 몸짓은 날개를 달지 않고도 충분히 자유로워 보였어. 그렇게 우리의 지도자가 된 너. 전설이 되어버린 너. 다시 만나지 못한다 해도 언젠가 만날 것을 예감해. 나의 유일한 단수였던 너... 사랑해.

고마워,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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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ddy5 2011-12-2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쓰신 연어리뷰, 제가 수업할때 사용해도 될까요? 사실 등장인물이 되어서 다른 등장 인물에게 혹은 친구에게 쓰는 편지글의 형식으로도 독후감을 쓸 수 있다는 걸 좋은 사례로 보여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