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말 - 솔직하면서도 상처 주지 않는 대화의 기술
알랭 드 보통 기획, 인생학교 지음, 조동섭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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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말

 

 

'더 나은 말'의 기술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

 

 알랭 드 보통 _ 기획

 인생학교 _ 지음

 

 

내 감정과 기분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만

 다정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전하는 의사소통 지침서

 

 

 

인생학교란?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입니다.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모토 아래 2008년 런던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해요. 그 후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상파울루 등에 분교를 열고 삶의 본질과 연결된 다양한 질문에 대해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인생학교'에서 지은 이 책이 우리 삶에 어떤 이로움을 안겨줄지 지금부터 살펴봐 드릴게요.

 

​​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집니다. 말의 무게를 조금씩 느끼고 있기 때문일텐데요, 그럼에도 가끔은 제 안에서 나가는 말들에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말이 곧 그 사람의 인생을 반영하기에 가벼운 말들을 내어 놓기가 망설여집니다. 애써 꾸미고 포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솔직하면서도 정중한 말. 무례하지 않고 다정한 말. 어쩌면 이것이 '더 나은 말' 아닐까요.

 

 

말을 건네는 사람도

 

그 말을 듣는 상대방도

 

미묘한 감정 대립없이

 

맺고 끊음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더 나은 말'의 기술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

 

 

가끔 내적 흥분 끝에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홍수처럼 쏟아낼 때가 있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겉잡을 수 없이 내뱉고 나면 후회가 밀려옵니다. 자신에게 실망한만큼 상대방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지요. 저처럼 이런 경험이 있다면, 좀 더 나은 말을 하고 싶다면 더 나은 말을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오늘부터 당장 삶에 적용할 수 있는 20가지 실전 대화법, 더 나은 말

 

 

상대방 존중하기, 자신의 잘못 인정하기, 진실을 유연하게 다루기, 나쁜 행동 못 본 체 하기, 적절한 순간 찾기, 비관주의를 바탕에 두기, 터놓고 말하기 등 말 잘하는 사람들의 외교 원칙을 먼저 언급합니다. 이 원칙 아래 '연애, 우정, 업무, 가족, 타인'과의 관계에서 할 수 있는 <더 나은 말>을 제시하고 있지요.

 

 

이 책은 '외교'를 다룹니다. 외교라고 해서 의아했는데 곧 의문이 풀렸습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외교란 불필요한 흥분을 일으키는 대참사를 불러오지 않고 생각을 반전시키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국가간의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어요.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연애, 우정, 업무, 가족, 타인 등 삶의 전반에 외교는 필요한 기술입니다.

 

외교적인 사람은 날카롭고 깔끔하게 한 방을 날린다. 희망 고문을 하지 않는다. 터놓고 말함으로써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미움받기를 감수한다. (중략) 타깃을 더 정확하고, 더 효과적으로 맞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솔직하면서도 다정하게 말하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다.

 

더 나은 말p.14

 

 



더 나은 말내용 살펴보기

 

 

더 나은 말에는 20가지 실전 대화법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질문(혹은 상황)은 스무 가지지만 답변은 훨씬 더 많아요. 질문 하나 당 여러 경우의 수를 두고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각자 상황에 맞게 활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애>

 

친구로 지내자 / 아직도 나를 사랑해? 그만 헤어져 / 00할 때 하고 싶은 게 있어 / 그래, 내가 바람 피웠어

 

 

''에 관해 꽤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어 놀랍고 당황스러웠어요. 쉽게 드러내지 못할 성적 판타지에 관한 고민을 정면으로 다룰 줄이야. 은밀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그 당당함에 난감했던 마음을 조금씩 추스를 수 있었어요. 사실 이런 접근법이 낯설어서 어안이 벙벙합니다만, 연애할 때 빠질 수 없는 고민일 수 있기에 마음을 열고 읽어보았습니다. 이런 주제를 이런 책에서 다룰 수 있다는 놀라움을 안겨준 이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책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일부러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애둘러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주제의 특성상 애매모호한 표현으로밖에 전달할 수 없음을 양해바랍니다.

 


 

<우정>

 

 

우리 친구 할래요? / 더는 친구로 지내고 싶지 않아 / 사랑해 / 네 성공을 못 견디겠어 / 덕분에 즐거웠어

 

 

우정에 금이 갈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시나요?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을 것 같은 친구가 앞서나가기 시작할 때 미묘하게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질투가 나지만 솔직하게 표현하기는 힘듭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들 속에 자신이 그리는 미래의 퍼즐 조각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질투를 하면서도 그 조각들을 찾아내 퍼즐을 완성한다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해요. 질투심이 차오르면 그 감정에 매몰되기 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길 권합니다. '여기서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업무>

 

내가 다 망쳤어 / 넌 이게 문제야 / 주말 잘 보냈어? / 지금 당장 해! / 당신 해고야

 

 

업무를 하다 일을 망쳤을 때 더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섯 가지 조언 중 마지막 조언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앞으로 나아갈 능력을 기를 것. 지나칠정도로 사과를 하거나 공허한 선언을 한다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성숙하고 유능한 사람임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더 빈틈없이 일해야 합니다. 자신감을 잃지 않은 채로 당당하게 말이지요.

 

 

<가족>

 

실망시켜서 미안해 / 나 화났어 / 널 사랑하지만 우리는 공통점이 없어 / 숙제부터 해

 

 

널 사랑하지만 우리는 공통점이 없어. 이것이 가족의 현실일 수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과 살가운 정을 나누려고 해도 공통의 관심사가 없다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조금은 느긋하게 서로의 삶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나한테는 그다지 관심 없는 주제라도 가족 구성원들의 삶에서 중요하다 싶은 부분을 자세히 들어보는 거예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경쟁, 실망, 간절한 희망, 두려움, 한계, 동경, 작은 즐거움, 뜻밖의 행복 등 삶의 더 깊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타인>


 

수프에 파리가 있어요

 

 

만약 주문한 음식에서 이물질을 발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주 가끔은 이런 일을 겪기도 하는데요, 돌아보면 그 날 기분에 따라 저의 태도도 조금씩 달랐던 것 같아요. 이런 불쾌한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한 번쯤 입장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불같이 화를 내는 건 모두가 바라지 않을 거예요. 만약 온 몸으로 불만을 표출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상황이 지나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아찔해질 것입니다.

 

 

'일부러 집어넣지 않은 걸 알지만 파리가 수프에 빠졌어요'

 

 

이 말 어떤가요? 중요한 것은 가벼운 말투입니다. 내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날 만하다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고의가 아닌 것을 안다고 넌지시 알릴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에게 모욕을 주는 대신 약간의 교훈을 건넬 수 있는 이런 태도.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솔직 담백하게 의도를 전달한다면 서로 좋지 않을까요.

 

 


 


더 나은 말구성 살펴보기

 

 

 

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디자인이 깔끔해요. 표지는 물론 내지까지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느낌입니다. 대화 코칭을 받고 있는 것처럼 쏙쏙 이해가 되는데요, 한 눈에 어떤 내용인지 알수있도록 가독성을 고려해 디자인 한 덕분인것 같아요. 특정 상황이 궁금해지면 바로 골라 읽기도 쉽습니다.

 

 

표지와 내지에 쓰인 컬러가 몇 안되는데요, 파스텔톤이라 눈과 마음에 부담이 없습니다.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요. 사이즈와 부피감이 컴팩트해서 가지고 다니기에도 좋습니다.

 

 



삶을 유연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줄 더 나은 말의 기술과 태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문제와 맞닥뜨립니다. 그때마다 회피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겠지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어느 새 삶은 원하는 모습으로 향해 갈 것입니다. 그 과정에 나와 타인을 이어줄 '더 나은 말'이 뒷받침 된다면 한결 충만해지지 않을까요.

 

 

대화의 기술은 화려한 미사여구에 있지 않습니다.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예의를 갖춘 말 속에서 여러 관계들은 돈독해지고 발전해나갈 것입니다. 인생을 살아갈 동력이 되어 줄 '더 나은 말'의 기술과 태도를 장착해 보세요. 삶은 더 유연하고 풍성해질 것입니다.

 

 

 


 

 

 

_ 오렌지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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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으로 키워라 - 약점은 강점으로 강점은 탁월함으로
박소연 지음 / 김영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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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으로 키워라

 

 "내 아이 강점 찾기 프로젝트"

 

 탁월함은 강점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저자 _ 박소연 

출판 _ 김영사

 

 강점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자꾸 무언가를 하고 싶고, 잘하고, 그것을 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며, 하고 나면 또 하고 싶은 무언가가 바로 강점 신호입니다. (중략) 잘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하고 그로 인해 성공 경험이 누적되었을 때, 재능은 마침내 강점이 됩니다.

 

강점으로 키워라p.41


 

육아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올바른 주관을 가지지 않는다면 시종일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부모의 흔들림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겠지요. 1등만이 성공하는 시대는 진즉에 끝이 난 듯한데, 여전히 공부를 놓을 수도 없습니다. 강점으로 키워라는 아이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5단계 강점 육아법을 통해 자존감 높은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성장시킬 방법을 제시합니다. 마지막 4장에서 강점을 활용한 공부법을 다루기도 하는데요, 책의 핵심은 '베스트'가 아닌 '유니크'에 주목한다는 점입니다.

 

 

'베스트'만을 향해 나아간다면 1등이 아니면 다 실패입니다. '유니크'의 가치를 이해한다면 모든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남과 다른 내 아이의 특별함에 주목하게 만들어 줄 강점 육아 솔루션. 수많은 육아법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면 '강점'에 주목한 이 책을 읽어보세요. 약점을 고치려 과도하게 에너지를 소비하는 대신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삶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

 

강점으로 키워라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전문의이자 갤럽 인증 감정 코치 박수진 교수가 쓴 강점 육아법에 관한 책입니다. 아이의 약점을 고치기 위해 과도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릴만한 책입니다. 아이의 약점에 집중하는 대신 내 아이만의 강점 찾기 프로젝트!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하는 대신 아이가 가진 강점을 찾아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왜 중요한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려줍니다.

 

 

아이가 성장하는데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란 없습니다. 이 말은 다른 아이와 내 아이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 대신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아이의 강점은 무엇인지, 부모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남과 다른 특별한 점을 찾아내고 강화시켜 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세상을 살아갈 힘이자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부터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책.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아이를 바라보게 만드는 책. 유용한 육아 팁과 새기고 싶은 좋은 말들로 가득한 책.

 

 

무엇보다 이 책은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큰 깨달음을 안겨줍니다. 그동안 저는 누구의 기준에 맞춰 아이를 바라봤을까요? 저도 모르게 채근하고 밀어붙였던 시간들을 반성해 봅니다. 이제는 조금 느긋하게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기 위해 노력해 보려 합니다. 그 신호를 끝끝내 알아채서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양분으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우리 이제부터는 아이가 지닌 강점에 주목해 보는 건 어떨까요? 잘하는 것은 원래 그런 게 아닙니다. 내 아이만이 지닌 특별함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강점을 강화시켜나갈 수 있는 방법과 아이만의 특별함으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입니다.

 

 

반대로 약점을 부각시키지는 말아요. 약점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약점에 주눅 들지 않도록 현명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 스스로 강점을 강화시키고 약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으려면 가까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부모부터 태도를 바꿔야 합니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여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를 대해야 합니다.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에 강점을 키우는 5가지 행동 강령이 있습니다. 적용하고 실천한다면 분명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강점 공부법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 육아서인데 자기 계발서 같은 책. 아이를 위해 읽기 시작했지만 부모인 나의 삶에 적용해 보고 싶은 꿀팁들로 가득한 책. 부모이자 어른인 제가 먼저 이 책의 내용들을 제 삶에 세팅해 놓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땅히 그래야 하고요. 책에서도 말합니다. 아이의 자존감은 강점에서 나오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해선 부모의 자존감 회복이 우선이라고 말이지요.

 

 

'너무나도 소중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이 이 책을 보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위로를 느끼셨으면 좋겠다'라는 프롤로그의 말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아이의 강점 찾기 프로젝트이자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책이기도 하니까요.

 

 

페이지마다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할 말들이 알알이 들어차 있는 이 책을 꼭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은 품 안의 자식이지만

 

금세 훌쩍 자라 우리 곁을 떠납니다.

 

아이가 떠난 뒤에는 관계를

 

저축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동자가

 

온전히 나로 채워져 있는 지금,

 

더 충분히 관계를 저축하세요.​​

 

 

강점으로 키워라p.96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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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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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단어들

 

 이적의 생애 첫 산문집

 

 저자 _ 이적

 출판 _ 김영사

 

 

 

한 해 한 해 나이를 더해갈수록 인생의 지혜를 미약하게나마 깨달아가는 듯합니다. 그 깊이와 넓이는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닿아 있겠지요. 이적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펼쳐든 책 이적의 단어들. 그가 살아온 시간이 궁금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적의 단어들은 이적이 쓴 생애 첫 산문집입니다. 그의 마음과 시선이 가닿은 101개의 단어와 그 '단어들에서 촉발된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입니다. 5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인상 깊었던 몇몇 '단어들'을 중심으로 소개해 드릴게요.

 

​​

 



 

1. 인생의 넓이

 

인생 / 인생 2 / 지혜 / 스타 / 홍어 / 상처 / 신발 / 이어폰 / 악순환 / 엇갈림 / 쓰레받기 / 멀미 / 가치 / 투표 / 지폐 / 고스톱 / 시간 / 성탄절 / 송년

 

 

 

상처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받은 인성 교육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이에 사람을 그리세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쁜 말을 하며 종이를 구겨보세요. 이제 좋은 말을 하며 종이를 다시 펼치세요. 어때요. 구겨졌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죠? 그래요. 나쁜 말을 하고 나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답니다. 그러니까 친구한테 나쁜 말을 하면 안 되겠지요?"

 

이적의 단어들p.25 '상처' 전문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삶을 돌아보며 조망하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럴려고 노력은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바쁠 때는 더더욱 힘들고, 느슨하게 사는 중에도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볼 여유는 부족한 듯합니다. 가끔은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진리를 깨달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에게만 필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교훈과는 멀어진 어른에게도 이런 말은 때때로 필요합니다.

 

 

 


 

2. 상상의 높이

 

영화관 / 리셋 / 라면 / 가르마 / 가방 / 라이터 / AI / 절연 / 악마 / 좀비 / 가상 인간 / 물수제비 / 불멸 / 서재 / 물방울 / 평행우주 / 중앙선 / 불면증 / 공포증 / 눈사람 / 위기 / 기차 / 샤워볼 / 베개 / 휴지 / 회전문 / 보조개 / 세포

 

 

 



리셋

 

 

여기 모든 것을 5년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버튼이 있습니다. 한층 젊어질 것이고, 실패 또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재도전할 시간을 벌 수도 있지요. 실패가 원점으로 돌아가듯 성공과 성취 또한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당신은 리셋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쉽지 않은 결정의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삶은 크고 작은 결정의 연속입니다. 그 결정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이 가치 없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리셋, 하고 싶은 순간일수록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더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서재

 

읽지도 않으면서 그녀는 더 많은 책을 주문했다. 사방의 책장에 책을 넣고 그 제목들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새 이야기를 위해서 책들의 배열을 바꿨고 모호한 부분이 생기면 새 책을 주문했다. 그녀는 서재를 읽고 있었다. 그 방의 이야기를.

 

이적의 단어들p.81 '서재' 전문



 

책 제목을 조합해 짧은 글을 지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책장을 쓰윽 둘러봅니다. 제목들을 이리저리 읊조려 봅니다. 그러다 서너 권 골라 책등이 보이게 위치를 재배열합니다. 다시 읽어보기. 어느 순간 뚝딱 글 한 편이 완성됩니다. 뭔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어 새 책을 주문해 본 적은 없지만 책 제목만으로 글을 지어 본 경험이 있는 저에게 이 글은 묘한 동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런 상상이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 또한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이지요.

 

 


 

눈사람

 

눈사람 덕분에 다행히 남자 친구와 헤어진 어느 여자분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들어 데이트 폭력 사건을 종종 접하다 보니 작은 일 하나도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습니다. 사연인즉슨, 폭설이 내린 다음 날 A 씨는 남자친구와 눈 쌓인 거리를 걸었다고 해요. 그때 길가에 놓인 아담한 눈사람을 남자친구가 사정없어 걷어차 버립니다. 그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당황스러운데요, 눈사람을 걷어찬 후 남자친구는 크게 웃으며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눈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면 동물을 학대할 수 있고 마침내 그 폭력은 자신을 향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 A . 구구절절 설명 대신 이별을 고했다고 합니다. 상상이 지나치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무심코 하는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전부 혹은 숨겨진 이면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난 후 한동안 선연했습니다. 폭설이 이런 상황에서는 다행 일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3. 언어의 차이

 

앞뒤 / 두려움 / 원만圓萬 / 변화 / 누다 / 개떡 / 클리셰 / 공감 능력 / 가스 / 부분 / 친절 / / 칫솔 / 인과因果

 

 

앞뒤

 

자칫 말장난 같기도 한데 사뭇 철학적입니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미묘하지만 극명한 언어의 차이를 이적만의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가령 '10년 앞을 내다보라'라는 말과 '10년 뒤를 내다보라'라는 말은 정확하게 같은 뜻이라는 것. 시간의 '앞뒤'를 바라볼 때와 '전후'를 바라볼 때, 우리의 시선이 향하는 쪽과 우리가 등진 쪽은 어디일까요?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는 반전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원만 圓滿

 

무릇 뾰족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고 둥글둥글한 사람을 어려워하라. 사실 그는 모든 것을 파악하고 예민하게 주시하는이다.

 

이적의 단어들p.117 '원만' 중에서


 

둥글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뾰족했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섬세하게 느낀다는 것일까요?

 

2차원에서 선으로 그린 땅 위를 별 모양이 구른다고 상상해 볼까요. 별 모양은 땅에 닿는 부분과 닿지 않는 부분이 극단적으로 나뉩니다. 닿는 부분은 무척 민감할 것이고 닿지 않는 부분은 둔감할 수밖에 없지요. 반면 둥근 원은 모든 부분이 빠짐없이 닿기 때문에 땅 위의 모든 것을 민감하게 느낄 것입니다. 뭔가 뾰족한 사람보다 둥글둥글한 사람을 더 어려워해야 하는 이유 짐작이 가시지요?


 

이적의 글 속에 담긴 의미를 쫓는 동안 독자의 생각도 깊어질 것 같습니다.

 

 

​​


 

4. 노래의 깊이

 

기타 / / 창작 / 사고실험 / 멀티태스킹 / 거위 / / 하늘 / 빨래 / 매듭 / 거짓말 / 렛잇고 / 산토끼 / 라이브 / 층간 소음 / 콘서트 / 피아노

 

 

드디어, 마침내, 비로소 이적의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장이 4<노래의 깊이>에서 펼쳐집니다. 그의 명곡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고민으로 탄생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지요.

 

 

 

멀티태스킹


 

무언가를 할 때 음악을 틀어놓는 편이신가요? 저는 그렇습니다. 집안일을 할 때, 서평을 쓸 때 심지어 책을 읽을 때도 종종 음악과 함께 합니다. 뮤지션은 어떨까요? 이적은 '뮤지션에게 음악은 언제고 뒤에 깔아놓는 '백그라운드 뮤직'없다고 단언합니다. '음악이 들리는 순간, 좋든 싫든 화성 진행을 파악하고 악기 연주를 품평하고 사운드 믹싱을 분석하며 속절없이 끌려다닌다'라고 해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부분이지만 그럴 수 있다 싶어요. 직업인으로서의 뮤지션의 고충은 생각보다 크네요. 음악을 음악으로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거짓말

 

아이를 버리고 가는 비극적인 사건이 종종 일어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옷은 입히고 손에는 풍선을 쥐여주고 솜사탕도 사줍니다.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영영 사라져버린 부모. 아이는 화장실 한 번 가지 못한 채 몇 시간째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얼마나 두려울까요. 얼마나 슬플까요. 얼마나 무서울까요. 얼마나 원망스러울까요. 마음 어느 자리가 뻥 뚫린 듯 아이의 마음을 감히 가늠해 볼 수조차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헤아려 탄생한 명곡이 있지요.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그날의 아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해 언제 들어도 아프고 슬프고 처연합니다.

 

관심을 기울이고 공감하려 노력하는 동안 명곡은 또 탄생하겠지요.

 

 

 


 

5. 자신의 길이

 

씨앗 / 짜증 / 경우 / 솜사탕 / 눈물 / 이석증 / 고수 / 지속 가능성 / 강박 / / 삼시 세끼 / 나이 / 커피 / / 거울 / 욕심 / 성공 / 부작용 / 수염 / 자유 / 근심

 

 

눈물


 

삶의 유한성을 언제 깨달으셨나요? 혹시 아직도 삶이 영원할 것만 같으신가요?


 

마흔이 넘어서부터 한 번씩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자각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걱정을 끌어안고 사는 건 아닙니다. 단지 불시에 놓고 떠날게 될 흔적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지요. 당장 정리를 하면서 사는 건 또 아니지만요.


 

<눈물>이라는 글을 읽는 동안 삶의 유한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지속 가능성

 

일도 연습도 운동도 공부도 취미도 지속 가능한 방식을 택한다. 한두 번 영혼을 불사를 듯 무리하여 깜짝 성과를 낼 순 있지만 자기 속도와 맞지 않으면 금방 멈춰 서게 되고, 심하면 넌덜머리가 나 아예 반대쪽으로 튈 수도 있다. 달리지 않고 적정한 보폭으로 적당히 숨찰 정도로 걷는다. 게을러 보일 수도 있고 승부욕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는 안다. 어디로 가는지, 잘 가고 있는지. 그렇게 오늘도 타박타박 걷는다. 계속 걸을 수 있는 페이스로 가끔 쉬기로 하며. 흥분해서 내딛다 탈진하지 않도록.

 

이적의 단어들p.193 '지속 가능성' 전문



 

'타박타박 걷는다'라는 말속에는 의욕 충만한 열정이 없어 보입니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글을 읽는 동안 '타박타박 걷는다'라는 말을 곱씹어 보았습니다. 저마다 걸음의 속도와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잘 가고 있는지, 계속 걸어갈 수 있는지는 결국 자신만 알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안일해 보일 수 있어도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우리 세상의 속도전에 휘둘리지 말아요. 각자 자신만의 길을 의연하게 걸어갈 이유가 있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후주. 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전문을 옮겨 볼까도 생각했으나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 여운만 슬쩍 놓고 갑니다. '짙은 숲에서 깊은 숨을 쉬는 것보다 더 기쁜 쉼이 있을까'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숲에서 새로운 숨을 얻는 듯 생기로움이 감도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


 

짧지만 굵직하고

 술술 읽히지만 가볍지 않고

 간간이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생의 경중을

 균형감 있게 녹여낸

 

 이적의 단어들 

 

 

선물하기 좋고 소장하기 좋은 담백하게 예쁜 양장본 이적의 단어들~ 인터넷 서점별 '사인본''양장 노트'를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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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 여성 인물 도서관 3
김경옥 지음, 안혜란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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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물 동화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

 

김경옥 글

 안혜란 그림

 청어람주니어 출판

 



5 교과연계도서

 

 5-2 사회 1. 옛사람들의 삶과 문화

 (3) 민족 문화를 지켜 나간 조선

 

 

스스로 높아지려 애쓰지 않아도 모두가 우러러봤던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을 알고 계시나요? 사실 저는 잘 몰랐습니다. 청어람 주니어 신간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녀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감명'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만큼 여운이 오래 남는 인물입니다.

 


어린이 도서지만 여러 번 읽고 되새기고 싶은 책, 아이에게 반복해서 읽히고 싶은 책.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에는 고전의 깊은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고전이 좋은 건 알고 있지만 어렵다는 생각에 거리를 두게 되는데요, 이 책은 스토리 속에 고전의 가르침을 자연스레 녹여내고 있습니다. 마음이 그득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린이 책 특히 역사 동화를 읽으며 이렇게까지 감명을 받은 건 처음입니다. '장계향'이라는 인물의 삶이 빛나서이기도 하고, '장계향'을 다루고 있는 스토리의 진중한 힘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가분이 쓴 다른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을 만큼 이야기에 깊이가 있습니다.

 

역사 동화지만 어렵지 않고, 인물 동화지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대 상황과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 순으로 구성하는 대신 인물의 성정과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딱딱한 설명 대신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서인지 인물에 금세 동화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청어람 주니어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청어람 주니어에서는 그 옛날 유교 사상으로 인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성들의 삶을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를 통해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남성들보다 덜 알려졌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위대한 여성들의 이야기. 그 세 번째 인물이 바로 '장계향'입니다.

 



네가 건네준 흰 주머니 덕분에

나도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계향아, 배고플 때마다 네가 건네줬던 흰 주머니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중략)

 

여섯 살 때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 단짝으로 지내면서 계향은 귀복의 아픔을 지나치지 않았다. 얻어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무언가를 줄 때도 꼭 예를 갖춰 손수 만든 흰 주머니에 담아 슬쩍 건네곤 했다.

 

"흰 주머니를 보면 나를 생각해 주는 네 마음이 느껴졌어. 배고파 죽을 것만 같을 때는 자존심도 다 버리게 되는데, 네가 건네준 흰 주머니 덕분에 나도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조선 최초의 여성군자 장계향, p.49

 



장계향은 조선 시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그림 시 붓글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냅니다. 자신이 뛰어난 재주를 지녔다는 것을 알지만 오히려 총명함을 감추며 시대와 가문이 원하는 여성의 삶을 선택합니다. 부모를 공경하고 지아비를 따르며 자식을 보필하는 것이 여자 된 최고의 덕목이었던 시대. 빼어난 재주를 드러내는 대신 여자로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공부 또한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소학><논어><맹자><중용>등 여러 책을 읽고 그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지요.

 

 

특히 어린 시절부터 가난한 이들을 위해 베풂을 실천합니다.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줄 때는 손수 만든 흰 주머니에 담아 슬쩍 건넵니다. 이것은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이지요. 그 깊은 성정에 감동을 넘어 감명을 받았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

 

 

장계향이 살았던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쟁에 더해 자연재해와 전염병까지 덮쳐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다고 해요. 그 어려운 시절 장계향은 '충효당'을 만들어 빈민 구제에 힘씁니다. 단순히 먹을 것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픈 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고, 살아갈 수 있는 터전도 마련해 줍니다.

 

 

버려진 땅에 도토리나무를 심어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합니다. 목화를 심어 추위에 떠는 이들의 옷을 짓습니다. 그들이 구걸하며 사는 대신 사람다운 삶을 살아나가도록 방법을 강구하지요. 장계향은 돋보이는 삶을 사는 대신 가난한 이를 위해 한 평생 헌신합니다. 신분의 고저가 명확했던 시대에 평민과 천민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자존감을 지켜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합니다.

 

얼만큼 수양을 거듭해야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그저 경외할 뿐입니다. 앞서 고전의 사유를 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장계향이 삶의 가치와 기준으로 삼았던 것들이 바로 고전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바라보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 책을 읽으면 장계향이라는 인물의 깊은 성정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


 

 

자신을 올곧게 다스리고

 주위를 두루 돌보며

 가치로운 삶을 위해

 

한평생을 노력한 여중군자 장계향!

 

 

여중군자란,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학식이 높고 세상 사람이 우러르고 따를 만큼 덕을 쌓은 여자를 말하는데요 장계향이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그녀를 그녀로서 살 수 있게 한 것은 친정과 시댁의 가풍 덕분이기도 합니다. 양반들이 체면을 중시하던 시절, 오직 사람의 됨됨이만을 보고 제취 자리를 선택한 장계향의 친정은 이루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녀의 총명함을 알아보고 일찍이 천자문을 비롯해 글을 가르친 아버지. 혼신의 힘을 다해 정갈한 음식을 만들어 가정을 바로 세운 어머니까지.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남편과 시댁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음식은 곧 그 사람이다

 

음식을 만드는 부엌은 사람의 생명을 지켜 주는 신성한 장소이고, 무언가를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첫 번째 장소란다. 음식을 할 때는 늘 받드는 심정으로 정성을 들여야 해.(71)

 

"음식은 곧 그 사람이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소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이 나온다고 했다. 또 음식을 준비할 때도 어떤 손님이 오시는지 알고 준비를 하면 더 맛있는 음식을 낼 수 있다고 했다.(72)

   

새삼 어머니가 대단해 보였다. 어머니는 음식으로써 사람에 대한 예를 갖추고 경을 실천하신 분이었다. 음식 하나가 완성되려면 손이 만 번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76)

 

이 책의 감동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장계향과 장계향을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장계향의 어머니 안동 권씨는 시대를 뛰어넘는 주체적인 인물은 아니었으나 주어진 환경에서 가치로움을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음식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마음으로 요리에 임합니다. 음식이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고 정신을 키워낸다는 생각으로 재료 손질부터 조리에 이어 상차림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요.​​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장계향 역시 음식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베푸는 것은 기본입니다. 사계절을 담은 건강한 요리법을 직접 한글로 작성해 아녀자들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오는 음식디미방이라는 책입니다.

 

장계향이 살았던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은 1994년 문화마을로 지정되었는데요, 장계향의 뜻을 계승하기 위한 '장계향 문화체험교육원'에서는 '음식디미방' 속 음식을 만들어 보고 한옥 체험도 해볼 수 있다고 해요.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방학을 이용해 한 번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음식은 우리 몸의 약이란다. 아녀자들 하는 일이 겉으로는 내세울 것 없는 듯해도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정신을 키워 내는 일이야."


"어머니, 음식은 입으로만 먹을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정성이 가득하잖아요."​​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p.33

 

 

   

   

'교과연계 역사 동화'라는 프레임 안에

'고전과 인문학'의 가치로움을 담아낸 책

 

 

"경은 징신을 집중하여 마음이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항상 깨어 있으라는 것이다. 또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자신을 깊이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면 먼지 낀 자신을 알게 되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 즉 경이란 마음을 닦고 다스려 착한 본성에 이르는 것이다."​​

 

조선 최초의 여중 군자 장계향p.26

 

"나도 뭔가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여자도 군사가 되어 나라를 지킬 수 있잖아. 네가 항상 말했잖아. 실천으로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것이 공부라고." (중략)

  

"여자라고 못 할 게 어디 있어? 네 능력을 펼쳐 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도전해 보는 거지."​​

  

조선 최초의 여중 군자 장계향p.55

 

"계향아, 고요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릴 수 있단다. 혼자 잘 때도 이불에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혼자 걸을 때도 자기 그림자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단다."​​

 

조선 최초의 여중 군자 장계향p.67

 

  


 

여자가 재능을 가진다는 것이 허물이 되던 시대. 집안 살림을 잘하고 음식으로 어른을 공경하는 법을 배워야 했던 시대. 재능이 있음에도 철저히 감추고 여인의 삶에 순응하며 도리를 다했던 인물.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을 넘어 그들의 더 나은 삶을 돕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인물. 스스로 높아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모두가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던 장계향을 꼭 기억하고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교과연계 역사 인물 동화'라는 프레임 안에 '고전과 인문학의 가치로움'을 담아낸 책. 자신의 총명함을 낮춰 세상을 이롭게 한 장계향처럼 이 책 역시 '역사 인물 동화'라는 설정 아래 더 높고 빛나는 가치로움을 담고 있는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은 인간다운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안겨주는 고전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인문학 책입니다.

 

 

  


 

독후 활동지 활용해 보기

   

책을 읽으셨다면 청어람 주니어 블로그에서 독후활동지를 다운로드해 보세요.


책에서 만난 위인과 시대적 상황을 이 활동지를 통해 '학습'해 볼 수 있습니다. '선 감동, 후 학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잘 읽으셨다면 책의 취지에 맞춰 아이와 독후 활동지를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독서 전에는 조선 시대 인물을 조사해서 빈칸을 채워가며 등장인물과 시대상황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봅니다. 독서 중에는 낱말 퍼즐과 퀴즈 등을 풀며 책을 더 흥미롭게 파고들 수 있어요. 독서 후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나누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한 권의 책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은 책을 읽는 즐거움에 더해 체계적인 독후 활동지로 한 권의 책을 완벽하게 활용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선시대 빈민 구제를 위해 힘썼던 장계향. 양반이라면 풍요롭고 편하게 살 수 있었던 시대, 장계향은 재산을 물려받는 것조차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거의 맨몸이다시피 분가를 하여 하나하나 일궈나갑니다. 오로지 가난한 사람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인물. 그녀가 전해주는 가치로운 삶을 아이와 함께 나누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 여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제약을 감내해야 했던 시대, 성별을 속여가면서까지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귀복'의 이야기는 책으로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동시대에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간 '계향''귀복'의 이야기는 큰 줄기의 같은 맥락에서 의미있습니다. 나라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아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장계향이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손수 만든 하얀 주머니에 음식을 담아 건넸다는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그 뭉클한 감동을 잊을 수가 없는데요, 출판사에서 예쁜 파우치를 만들어 보내주셨어요. 책을 읽고 나서야 파우치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장계향의 정신이 이 파우치에 담겨있는 것 같아 귀하게 받아들게 됩니다. 빈민을 위해 버려진 땅에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어나갔던 그녀의 마음을 이 작은 파우치로나마 기억해 두려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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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즈 20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승기 외 그림 / 국일아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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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아이 셜록 홈즈 시리즈 최종 편

 

원작 _ 아서 코난 도일

_ 편집부

그림 _ 이혜영 외

출판 _ 국일아이

 

​★ 셜록 홈즈에 대한 모든 것

전체 작품 줄거리

홈즈와의 인터뷰

 

국일아이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명탐정 셜록 홈즈20권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최종 편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는데요, 셜록 홈즈의 모든 것을 수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어요.

 

 

셜록 홈즈를 애정 하는 독자라면 귀하게 소장하고픈 셜록 홈스에 관한 모든 것! 지금부터 20권에 어떤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는지 살펴봐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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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에 대한 모든 것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하여

'명탐정 셜록 홈즈'에 대하여

'존 왓슨'에 대하여

'코난 도일'에 대하여

셜록 홈즈 시리즈 전체 작품 목록

 

 

셜록 홈즈 최종 편에는 '셜록 홈즈에 대한 모든 것'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 명탐정 셜록 홈즈, 존 왓슨, 코난 도일에 대해 한 번에 정리를 해주고 있어요. 핵심 요약정리라고 할까요? 셜록 홈즈를 알고 있거나 처음 만나는 독자 누구라도 셜록 홈즈 시리즈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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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에 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를 보니 셜록 홈즈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더 확연하게 와닿습니다. 셜록 홈즈의 지식 범위에 관해서는 뒷장까지 이어지니 책을 통해 확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단편과 장편을 아우르는 셜록 홈즈 시리즈 전체 작품 목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전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셜록 홈즈 시리즈' 목록을 이 한 권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단편소설 65편과 장편 소설 4편을 발표순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국일아이 셜록 홈즈 시리즈 어느 편에 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지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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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작품 줄거리

 

 

1권부터 19권까지 전 시리즈의 줄거리를 요약정리하고 있어요. 마지막 권에 어떤 작품이 수록되어 있을지 궁금했는데, 전체 시리즈의 줄거리를 요약하고 있다니 대반전입니다.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놀라웠어요. 출판사의 기획력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한 이야기 당 두세 페이지에 걸쳐 줄거리를 보여줍니다. 발표된 날짜와 수록된 책이나 매거진, 주요 등장인물까지 놓치지 않고 있어요. 셜록 홈즈 시리즈가 방대한 내용인 만큼 이 줄거리를 참고해 원하는 작품부터 살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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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와 함께 핵심 장면까지 수록하고 있으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홈즈와의 인터뷰

 

 

만약 셜록 홈즈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다면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신가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요, 마지막 장에는 홈즈가 직접 들려주는 홈즈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취미와 특기는 무엇인가요? 변장으로 활약한 사건을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당신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요? 그리고 혹시 요리도 할 줄 아나요? 당신은 친구 왓슨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해결한 사건들 중 가장 자랑스러웠던 것을 두 가지만 꼽는다면요? 그렇다면 가장 어려운 사건은 무엇인가요?

 

등 다양한 질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질문들에 셜록 홈즈는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고 있고요. 이 질문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셜록 홈즈를 한층 더 가까이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친밀도까지 높아진 것 같고요.

 

 



 

명탐정 셜록 홈즈 20권은

 

 

명탐정 셜록 홈즈 시리즈의 최종본인 20권은 마지막 이야기이자 처음을 여는 책이기도 합니다. 국일아이 명탐정 셜록 홈즈1권부터 19권까지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지만, 각 권당 개별적인 이야기들이라 어느 책을 먼저 읽든 재미있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발표된 연도를 기준으로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면 20권을 목차 삼아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무엇보다 전체 시리즈의 줄거리를 정리한 내용만 봐도 책을 읽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게 된답니다. 줄거리까지 흥미진진한 셜록 홈즈 시리즈를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셜록 홈즈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한 20권을 소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에게 적합한 내용을 추려 쉽고 흥미롭게 재구성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로 사건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 고조

추리력, 판단력, 상상력을 깨우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추리소설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라면, 셜록 홈즈를 애정하는 부모와 어른이라면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끝까지 책을 읽습니다. 학습 만화가 아니라 더 좋아요. 20권을 기준으로 국일아이 셜록 홈즈 시리즈를 한 권 한 권 읽어나가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국일아이 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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