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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 ㅣ 여성 인물 도서관 3
김경옥 지음, 안혜란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3년 6월
평점 :
역사 인물 동화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
김경옥 글
안혜란 그림
청어람주니어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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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5 교과연계도서
5-2 사회 1. 옛사람들의 삶과 문화
(3) 민족 문화를 지켜 나간 조선
스스로 높아지려 애쓰지 않아도 모두가 우러러봤던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을 알고 계시나요? 사실 저는 잘 몰랐습니다. 청어람 주니어 신간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녀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감명'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만큼 여운이 오래 남는 인물입니다.
어린이 도서지만 여러 번 읽고 되새기고 싶은 책, 아이에게 반복해서 읽히고 싶은 책.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에는 고전의 깊은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고전이 좋은 건 알고 있지만 어렵다는 생각에 거리를 두게 되는데요, 이 책은 스토리 속에 고전의 가르침을 자연스레 녹여내고 있습니다. 마음이 그득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린이 책 특히 역사 동화를 읽으며 이렇게까지 감명을 받은 건 처음입니다. '장계향'이라는 인물의 삶이 빛나서이기도 하고, '장계향'을 다루고 있는 스토리의 진중한 힘 때문이기도 합니다. 작가분이 쓴 다른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을 만큼 이야기에 깊이가 있습니다.
역사 동화지만 어렵지 않고, 인물 동화지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대 상황과 역사적 사건을 연대기 순으로 구성하는 대신 인물의 성정과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딱딱한 설명 대신 스토리텔링에 집중해서인지 인물에 금세 동화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청어람 주니어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청어람 주니어에서는 그 옛날 유교 사상으로 인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여성들의 삶을 <여성 인물 도서관> 시리즈를 통해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남성들보다 덜 알려졌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 위대한 여성들의 이야기. 그 세 번째 인물이 바로 '장계향'입니다.
네가 건네준 흰 주머니 덕분에
나도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계향아, 배고플 때마다 네가 건네줬던 흰 주머니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야." (중략)
여섯 살 때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 단짝으로 지내면서 계향은 귀복의 아픔을 지나치지 않았다. 얻어먹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무언가를 줄 때도 꼭 예를 갖춰 손수 만든 흰 주머니에 담아 슬쩍 건네곤 했다.
"흰 주머니를 보면 나를 생각해 주는 네 마음이 느껴졌어. 배고파 죽을 것만 같을 때는 자존심도 다 버리게 되는데, 네가 건네준 흰 주머니 덕분에 나도 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조선 최초의 여성군자 장계향』, p.49
장계향은 조선 시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그림 시 붓글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냅니다. 자신이 뛰어난 재주를 지녔다는 것을 알지만 오히려 총명함을 감추며 시대와 가문이 원하는 여성의 삶을 선택합니다. 부모를 공경하고 지아비를 따르며 자식을 보필하는 것이 여자 된 최고의 덕목이었던 시대. 빼어난 재주를 드러내는 대신 여자로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공부 또한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소학><논어><맹자><중용>등 여러 책을 읽고 그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지요.
특히 어린 시절부터 가난한 이들을 위해 베풂을 실천합니다.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줄 때는 손수 만든 흰 주머니에 담아 슬쩍 건넵니다. 이것은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이지요. 그 깊은 성정에 감동을 넘어 감명을 받았다는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장계향이 살았던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등의 전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쟁에 더해 자연재해와 전염병까지 덮쳐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다고 해요. 그 어려운 시절 장계향은 '충효당'을 만들어 빈민 구제에 힘씁니다. 단순히 먹을 것을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아픈 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돕고, 살아갈 수 있는 터전도 마련해 줍니다.
버려진 땅에 도토리나무를 심어 굶주린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합니다. 목화를 심어 추위에 떠는 이들의 옷을 짓습니다. 그들이 구걸하며 사는 대신 사람다운 삶을 살아나가도록 방법을 강구하지요. 장계향은 돋보이는 삶을 사는 대신 가난한 이를 위해 한 평생 헌신합니다. 신분의 고저가 명확했던 시대에 평민과 천민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자존감을 지켜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합니다.
얼만큼 수양을 거듭해야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그저 경외할 뿐입니다. 앞서 고전의 사유를 담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장계향이 삶의 가치와 기준으로 삼았던 것들이 바로 고전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바라보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 책을 읽으면 장계향이라는 인물의 깊은 성정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올곧게 다스리고
주위를 두루 돌보며
가치로운 삶을 위해
한평생을 노력한 여중군자 장계향!
여중군자란,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학식이 높고 세상 사람이 우러르고 따를 만큼 덕을 쌓은 여자를 말하는데요 장계향이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그녀를 그녀로서 살 수 있게 한 것은 친정과 시댁의 가풍 덕분이기도 합니다. 양반들이 체면을 중시하던 시절, 오직 사람의 됨됨이만을 보고 제취 자리를 선택한 장계향의 친정은 이루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녀의 총명함을 알아보고 일찍이 천자문을 비롯해 글을 가르친 아버지. 혼신의 힘을 다해 정갈한 음식을 만들어 가정을 바로 세운 어머니까지.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남편과 시댁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음식은 곧 그 사람이다
음식을 만드는 부엌은 사람의 생명을 지켜 주는 신성한 장소이고, 무언가를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첫 번째 장소란다. 음식을 할 때는 늘 받드는 심정으로 정성을 들여야 해.(71)
"음식은 곧 그 사람이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평소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이 나온다고 했다. 또 음식을 준비할 때도 어떤 손님이 오시는지 알고 준비를 하면 더 맛있는 음식을 낼 수 있다고 했다.(72)
새삼 어머니가 대단해 보였다. 어머니는 음식으로써 사람에 대한 예를 갖추고 경을 실천하신 분이었다. 음식 하나가 완성되려면 손이 만 번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76)
이 책의 감동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장계향과 장계향을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장계향의 어머니 안동 권씨는 시대를 뛰어넘는 주체적인 인물은 아니었으나 주어진 환경에서 가치로움을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음식이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마음으로 요리에 임합니다. 음식이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고 정신을 키워낸다는 생각으로 재료 손질부터 조리에 이어 상차림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요.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장계향 역시 음식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베푸는 것은 기본입니다. 사계절을 담은 건강한 요리법을 직접 한글로 작성해 아녀자들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까지 전해내려오는 《음식디미방》이라는 책입니다.
장계향이 살았던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은 1994년 문화마을로 지정되었는데요, 장계향의 뜻을 계승하기 위한 '장계향 문화체험교육원'에서는 '음식디미방' 속 음식을 만들어 보고 한옥 체험도 해볼 수 있다고 해요.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직접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방학을 이용해 한 번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음식은 우리 몸의 약이란다. 아녀자들 하는 일이 겉으로는 내세울 것 없는 듯해도 사람의 생명을 지키고 정신을 키워 내는 일이야."
"어머니, 음식은 입으로만 먹을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정성이 가득하잖아요."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 p.33
'교과연계 역사 동화'라는 프레임 안에
'고전과 인문학'의 가치로움을 담아낸 책
"경은 징신을 집중하여 마음이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않게 하는 것을 말한다. 항상 깨어 있으라는 것이다. 또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자신을 깊이 돌아보아야 한다. 그러면 먼지 낀 자신을 알게 되면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게 된다. 즉 경이란 마음을 닦고 다스려 착한 본성에 이르는 것이다."
『조선 최초의 여중 군자 장계향』 p.26
"나도 뭔가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여자도 군사가 되어 나라를 지킬 수 있잖아. 네가 항상 말했잖아. 실천으로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것이 공부라고." (중략)
"여자라고 못 할 게 어디 있어? 네 능력을 펼쳐 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도전해 보는 거지."
『조선 최초의 여중 군자 장계향』 p.55
"계향아, 고요 속에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릴 수 있단다. 혼자 잘 때도 이불에 부끄럽지 않아야 하고, 혼자 걸을 때도 자기 그림자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단다."
『조선 최초의 여중 군자 장계향』 p.67
여자가 재능을 가진다는 것이 허물이 되던 시대. 집안 살림을 잘하고 음식으로 어른을 공경하는 법을 배워야 했던 시대. 재능이 있음에도 철저히 감추고 여인의 삶에 순응하며 도리를 다했던 인물.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을 넘어 그들의 더 나은 삶을 돕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인물. 스스로 높아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모두가 우러러볼 수밖에 없었던 장계향을 꼭 기억하고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교과연계 역사 인물 동화'라는 프레임 안에 '고전과 인문학의 가치로움'을 담아낸 책. 자신의 총명함을 낮춰 세상을 이롭게 한 장계향처럼 이 책 역시 '역사 인물 동화'라는 설정 아래 더 높고 빛나는 가치로움을 담고 있는 책이라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조선 최초의 여중군자 장계향』은 인간다운 삶에 대해 깊은 성찰을 안겨주는 고전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 고민하게 만드는 인문학 책입니다.
독후 활동지 활용해 보기
책을 읽으셨다면 청어람 주니어 블로그에서 독후활동지를 다운로드해 보세요.
책에서 만난 위인과 시대적 상황을 이 활동지를 통해 '학습'해 볼 수 있습니다. '선 감동, 후 학습'이라고 해야 할까요? 잘 읽으셨다면 책의 취지에 맞춰 아이와 독후 활동지를 활용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독서 전에는 조선 시대 인물을 조사해서 빈칸을 채워가며 등장인물과 시대상황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봅니다. 독서 중에는 낱말 퍼즐과 퀴즈 등을 풀며 책을 더 흥미롭게 파고들 수 있어요. 독서 후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의견을 나누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한 권의 책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좋은 책을 읽는 즐거움에 더해 체계적인 독후 활동지로 한 권의 책을 완벽하게 활용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선시대 빈민 구제를 위해 힘썼던 장계향. 양반이라면 풍요롭고 편하게 살 수 있었던 시대, 장계향은 재산을 물려받는 것조차 불합리하다는 생각에 거의 맨몸이다시피 분가를 하여 하나하나 일궈나갑니다. 오로지 가난한 사람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인물. 그녀가 전해주는 가치로운 삶을 아이와 함께 나누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 여자라는 이유로 수많은 제약을 감내해야 했던 시대, 성별을 속여가면서까지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귀복'의 이야기는 책으로 직접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동시대에 전혀 다른 삶을 살다간 '계향'과 '귀복'의 이야기는 큰 줄기의 같은 맥락에서 의미있습니다. 나라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 아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장계향이 가난한 이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손수 만든 하얀 주머니에 음식을 담아 건넸다는 이야기 기억하시나요? 그 뭉클한 감동을 잊을 수가 없는데요, 출판사에서 예쁜 파우치를 만들어 보내주셨어요. 책을 읽고 나서야 파우치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장계향의 정신이 이 파우치에 담겨있는 것 같아 귀하게 받아들게 됩니다. 빈민을 위해 버려진 땅에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를 심어나갔던 그녀의 마음을 이 작은 파우치로나마 기억해 두려 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은 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