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배진시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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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배진시 다큐소설

 출판 _ 책과나무

 

 

2023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

 모두가 함께해야 할 이야기

 

 

프랑스로 입양된 여덟 명의 다큐소설

 

 


 

한국이 만들어낸 신인종, 입양인

 

 

그들은 외국인이며 한국인입니다. 그들을 입양인이라 부르지만 한국이 만들어 낸 신인종입니다. 운명처럼 돌아오게 된 그들은 한국에서 어떤 여정을 밟고 돌아갈까요? 언젠가 한국의 해외 입양이 멈춰지고 백 년 후쯤 그들이 사라지면 '입양인'이라는 이름은 마추픽추의 유적처럼 묻혀 버릴까요?​​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6~7

 


프롤로그부터 마음이 아파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입양인들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입양의 역사 앞에 분노를 느낍니다.

 

먹을 것조차 없는 징글징글한 가난 때문에 아이를 해외로 보내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전쟁은 끝난지 오래고, 선진국 반열에도 올랐습니다. 인구 절벽을 넘어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저출산을 기록 중에 있습니다. 해외 인구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해외로 보내져야 할까요?

 

 

"진실을 드러내지 않고 진실을 외면하는 한, 해외 입양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고 한국인들은 그들에 대해 관심이 없을 것이다. 마크는 가난을 원망하지 않는다. 부모의 선택도 이해하려 애쓴다. 단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으니, 그들의 상황을 살펴봐 주고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랄 뿐이다. (p. 145)

 

 

 

해외 입양 70년사의 아픔을 기록한 책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해외 입양 70년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는 프랑스로 입양된 여덟 명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소설입니다.

 


영문도 모른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입양 과정은 참담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부던히도 애를 써야 했던 어린시절부터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어야 했던 사춘기, 성인 이후의 삶까지 파란만장한 이 드라마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양부모를 만납니다. 누군가는 좋은 부모인 척하는 악마를 만나기도 합니다.


 

입양인들은 아픈 성장 과정을 거쳐 친부모를 찾거나 한국을 알아가기 위해 애씁니다. 그 모든 과정이 자신을 찾아가고 사랑해 나가는 여정이기에 소홀할 수 없습니다. 입양인으로 겪었을 아픔 이면에 입양을 권장하는 사회에 대한 분노도 담겨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제 입양을 추진하고 있는 걸까요?

 

 


, 해외 입양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가?

 

 

입양을 유치하는 기관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 기관이 유지되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내 입양보다 해외 입양이 수익적인 면에서 유리합니다. 미혼모 시설에서 정부 보조로 아이를 낳았다면 입양에 동의해야 합니다. 아이를 찾고 싶다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합니다.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제도가 있을까요? 해외 석학조차 놀랄 만큼 심각한 저출산을 기록 중인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조차 함께 키워낼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입양인들이 참담해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 옛날 가난 때문에 자신을 버려야만 했던 국가를 책망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 강대국으로 거듭나는 현시점에서조차 여전히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국적자라니... 명백하고도 심각한 폭력

 

한국 국적 없이 미국으로 입양된 후 미국에서도 버려져 국적이 없는 입양인이 2~4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2000년 클린턴 정부 때 입양법을 개정해 부모 중 한 명만 미국 시민이면 해외 입양아에게도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소아시민권법'이 마련됐으나, 적용 기준을 만 18세 미만으로 제한해 구제받지 못한 성인 입양인이 많다.


 

실제로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된 필립 클레이는 무국적자로 한국에서 2012년 생을 마감했다. 우리는 그것이 사회적 타살이라 생각한다. 우주도 가는 시대에 한 인간에게 국적을 주지 않고 머물게 한다는 것은 명백하고도 심각한 폭력이다. (p.221)

 

 

몰랐고

무지했고

무관심했습니다.

 


저조차 국제 입양을 당연한 관행처럼 생각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까. 국내든 해외든 다 같은 입양이니까.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니까.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무지할 수 있나 싶어

부끄럽습니다. 미안합니다.

 


이 심각한 문제에 입양인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입양되고 있을지 모를 한국인이 자신과 같은 불행을 겪지 않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 국민들의 의식 변화와 국가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첫째, 국내 입양 환경 개선

둘째, 입양 전문기관의 역할 강화

셋째, 입양 대상자의 권리 보호 강화

넷째, 국제적인 협력 강화

다섯째, 입양 후 보호 체제 강화 등

 


해외 입양 또는 국내 입양이 감춤이나 슬픔으로 점철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길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시절어쩌면 누구나 입양인이 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만약 길을 잃었었다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입양을 보내야 한다고 누군가 옆에서 꼬드겼다면, 딸을 멀리 보내야 아들이 태어난다는 시어머니의 협박성 회유가 있었다면, 우리도 그들과 같은 해외 입양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입양인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들로 해외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잠깐 고아원에 맡긴 것이 영원한 이별이 된 사연도 있습니다. 양부모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서류를 조작하는 바람에 친부모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도 있습니다.


 

자식을 배곯게 하지 않으려는 부모의 애끓는 심정을 담은 해외 입양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말이 안 되는 이유와 잇속에 따라 우리나라를 떠나야 했던 어처구니없는 사연들이 더 많습니다.

 

 


입양은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업적'중 하나

 

 

1970~80년대 유럽에서는 중산층이라면 가난한 나라의 아이 한 명쯤 입양하는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조가 우리나라의 곤궁한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해외 입양이 봇물처럼 일어났던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는 인도주의의 열풍이 불었다. 서구 국가에서는 고아를 입양하여 돌보는 것이 상류사회의 자선사업과도 같았다. 그러나 자선사업과 아이를 양육하는 것 사이의 간극은 미처 알아차리지 전이었다. 따라서 2013년 프랑스 정부는 입양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였다. (220)

 

 

 

입양인 오호흐(Aurore)씨의 당부

 


 

이쯤에서 프랑스 이름 오호흐(Aurore), 영주씨 이야기를 잠깐 들려 드릴까 합니다. 막내 영희만 입양하려 했으나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안 프랑스 양부모는 영희, 영미, 영주를 한꺼번에 입양합니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 한국인을 입양하는 건 부의 상징이었다고 해요. (한 명을 데려오는 비용에서 약간만 더 지불하면 세 명을 한꺼번에 데려갈 수 있기도 했고요.) 홀트에 잠시 맡겨졌을 뿐인데 먼 나라로 입양을 가게 된 세 자매.

 

 

프랑스 아버지는 의사, 엄마는 약사, 위로 두 명의 오빠가 더 있었습니다. 사춘기 신체 변화가 시작될 무렵부터 시작된 아버지와 두 오빠의 성추행. 엄마는 방관합니다. 영주와 영미의 강력한 저항으로 막내 영희만큼은 무사히 지켜냅니다.

 

 

지옥 같은 일들을 겪으며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대신 이들은 더 악착같이 살아냅니다. 영주 씨는 치과의사가 되고 영미 씨는 안정적인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직업을 갖고 경제적 독립을 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의 인생을 인간답게 만드는지에 대해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

 

 

영주 씨는 우리나라를 알아갈수록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 국민들은 '입양'을 반대하지 않았는가? 영주씨의 이 질문에 한순간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슬프고 아파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 책은 감정에 호소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분명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영주씨가 들려준 프랑스 68혁명의 가치를 곱씹어 봅니다. 국민들이 투쟁하고 데모하고 토론을 거쳐 마침내 이끌어낸 국민으로서의 권리들. 그중 미혼모든 이혼을 했든 어떤 여성도 자신의 아이를 양육할 권리를 가질 수 있게 만든 사회 제도에 주목해 봅니다. 부족하지 않게, 불안하지 않게 아이와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나라에는 왜 존재하지 않을까요?

 


'개인'의 성장과 가치에 주목하는 시대. '우리' 혹은 '함께'의 가치는 점점 더 희미해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소설로서 이 책은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는 소설로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일단 작가님의 필력이 범상치 않습니다. 입양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결코 무겁지 않게 끌고 갑니다. 이 어려운 주제에 적당량의 유쾌함을 가미시킨다는 게 놀랍습니다. 슬픈데 웃게 되는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진중하게 현안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 또한 있습니다.

 


입양인과 부모의 시점을 교차하며 극적 효과를 이끌어 냅니다. 통역과 소통을 맡은 '다정'씨의 역할도 의미 있습니다. 자칫 양극단으로 흐를 수 있는 서로 다른 두 입장을 보듬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마치 이들과는 상관없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들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부디 많은 분들께 이 책이 가닿기 바랍니다. '억울한 사람만 국가에 항변해서는 바뀌지 않습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체제에 대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오호흐씨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

 

 

무지했고

 

무관심했고

 

외면했지만

 

 

이제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할

 

 

우리 모두의 이야기

 

 

 

 

한 명 한 명의

 

사연에 집중하는 동시에

 

 

입양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인식 전환에 힘쓰고 있는 이 책을

 

누구에게라도 권하고 싶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

 

 

불쌍하게 버려진 아기가 아니라 역사적 시스템 안에서 도약해 보려고 애쓴 노력의 흔적이고 싶었다. 전쟁처럼 잘해 보려 했으나 희생자가 나오는 사건처럼, 슬픔이 쏟아지지만 때론 할 수밖에 없었던 전쟁처럼, 우리의 보내짐은 전쟁이었지만 그것은 도약을 위한 슬픔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206



 

꺄린은 유일한 동양인 얼굴인 동생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 아몬드 같은 눈, 작은 코, 꿀색 피부, 이렇게 생긴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 살면 어떤 느낌일까. 꺄린은 늘 혼자 다르게 생긴 느낌말고,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가득한 장소에 서 있는 기분이 궁금했다.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63



 

"출산율이 이렇게 낮은데 해외 입양 보낼 아기는 있는 거야?"

 

"그러게. 낳는 게 힘든 게 아니라 키우는 게 힘드니까."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107




 

"아니 그러니까 우릴 왜 해외로 보내냐구요."

 

"사람이 배고프면 뭐든 먹고 나서 생각하는 거야. 나라(국가)도 배가 고풍게 일단 애들을 먹이고 보자 했지. 첨엔 그랬지. 그러고 정신을 차려 봉께 먹고 살 만해진 거지."

 

"그런데 왜 지금도 입양을 보내냐고요?"

 

"그거사 생각이라는 게 무 자르드끼 따 안되니까 그라쟤, 우는 아이 밥 먼저 준다고 여기저기서 울어 싸니까 아그들 보살피는 게 쬐끔 늦어졌어. 그건 나도 인정햐. 이제부텀이라도 고칠 건 고치고 사과할 건 사과해야지. ~."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135



 

입양인에게는 부모가 '한국에서 버림받은 자신을 구제해 준 고마운 사람'으로 먼저 각인된다. ''라는 인간이 그냥 '사랑스러운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어디서 데려온 버려진 아이'인 것이다. 그 모멸감과 수치심은 견디기 힘들고, 썩은 뿌리로 버텨야 하는 자존감은 아슬아슬 불안하다.

 

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p.164

 

​​

 

 

 

 

"출판사 책과나무로부터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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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4 - 813의 비밀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모리스 르블랑 지음, 이혜영 옮김 / 국일아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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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서 추천, 아르센 뤼팽 4. 813의 비밀

 

 

 

 _ 모리스 르블랑

그림 _ 이혜영

출판_ 국일아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뤼팽의 위기

 

 

한발 앞서 나가면

한 발 더 쫓아오는

L.M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협박의 협박,

숨 막힐 듯 이어지는

경고의 실체를 파헤치다!

 

​​

 

 

어린이 도서로 만나는 아르센 뤼팽 4. 네 번째 이야기는요?




 국일아이 어린이 세계 추리 명작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아르센 뤼팽

 

어린이 도서 전문 출판사 국일아이에서 명탐정 셜록 홈즈에 이어 아르센 뤼팽시리즈를 출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책은 뤼팽 시리즈 중 역작이라 불리는 <813의 비밀>입니다.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실마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뤼팽의 위기

영국, 프랑스, 독일을 아우르는 방대한 스케일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 사건

자꾸만 꼬리를 감추는 단서들

과연 뤼팽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요?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매력인 반전 포인트는 이번에도 여러 번 등장합니다. 끝까지 추리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에 한 번 발을 들여놓게 된다면 쉽게 헤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 책은 과학 수사가 불가능했던 시대에 필요한 추리의 정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직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은 놀랍고 흥미롭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마인드와 태도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선사해 줄 것입니다.

 

장편 추리 소설인 만큼 많은 이야기와 반전을 담고 있는 아르센 뤼팽 4. 813의 비밀을 지금부터 살펴봐 드릴게요.

 

 

​​

 

아르센 뤼팽 4. 813의 비밀 _ 줄거리



 

아르센 뤼팽 4. 813의 비밀'APO ON'이라는 글자와 '813'이라는 숫자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쳐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다이아몬드 왕이라 불리는 루돌프 케셀바흐는 물질적 욕망을 넘어 더 거대한 권력을 손에 넣고자 하는 과정에서 살해당합니다. 이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동안 증인이 될만한 인물들까지 하나 둘 목숨을 잃고 이야기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과학 수사가 전무했던 시대에 L.M과 뤼팽의 언론 플레이는 사건을 한층 더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신문에 기사를 실어 서로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합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요, 과연 뤼팽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요?

 


뤼팽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내 협박을 일삼는 L.M은 과연 누구일까요? 매 이야기마다 완벽한 변신술을 선보였던 뤼팽이 이번에는 어떤 인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까요?

 

충격에 빠진 커셀바흐의 부인 돌로레스, 사건을 맡은 파리 경찰청 소속 치안국장 르노르망 국장, 여러 이름으로 수시로 변장을 하며 사건을 혼동에 빠뜨리는 알텐하임 남작, 뤼팽에게 결정적 제보를 하는 이질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은 사건을 더 방대한 스케일로 이끌어 갑니다.

 

하나하나 스포가 될 수 있기에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소소하게 이어지는 여러 번의 반전과 마지막 대반전은 책으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

 

 

아르센 뤼팽 4. 813의 비밀주목 포인트

 

 


위기가 끝난 후 또다시 이어지는 위기

세르닌 공작과 알텐하임 남작의 팽팽한 맞대결

언제든 뤼팽을 위협할 준비가 되어 있는 헐록 숌즈의 등장

 

(모르스 르블랑은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셜록 홈즈를 등장시켜 뤼팽과 대결하게 합니다. 그런데 아서 코난 도일이 캐릭터 사용을 거절하여 헐록 숌즈로 수정하여 등장시킵니다.)

아르센 뤼팽 4권에서는 변신술의 귀재 뤼팽만 변장을 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 이름으로 살아온 알텐하임 남작, 본의 아니게 다른 인물로 살아가게 되는 피에르 르뒤크 혹은 제라르 보프레까지. 갖가지 다양한 소스들이 복잡하게 버무려진 이 책은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 끝에서 만나게 되는 한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이 초래한 거대한 비극은 할 말을 잃게 만듭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며, 여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사람'으로서 매 순간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발휘해야 할 지혜와 마인드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살인 사건 이면에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이 책은 역시 추리 소설의 고전답습니다.

 

 

813의 비밀은 사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난무하는 살인, 신분 위조,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 등 아이와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문제 해결 능력, 도덕적 가치관 정립의 중요성 등 삶의 다양한 가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런 교훈을 차치하고라도 휘몰아치는 전개에 숨 돌릴 틈 없이 읽어내려가는 동안 추리 소설의 묘미를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

 

 

 

아르센 뤼팽 4.를 마무리하며




 

 

등장인물 소개로 보는 줄거리

 

이야기를 읽기 전 등장인물 소개를 꼭 읽어보세요. 인물의 특성은 물론 책의 줄거리까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알고 책을 읽으면 더 재미있게 추리해 나갈 수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일러스트

 

표정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안겨줍니다. 극적인 상황에서 이 일러스트들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책이 처음 선보인 100여 년 전 프랑스를 여행하는 것 같은 즐거움도 안겨줍니다. 작가가 순정만화로 데뷔한 만큼 주인공 아르센 뤼팽과 프랑스 귀족 사회를 매력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르센 뤼팽 

 

부모 세대에게는 추억 소환을!

어린이에게는 추리 소설의 매력을!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뤼팽의 숙적으로 등장시키는

헐록 숌즈(셜록 홈즈)와의 대결도

매번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뤼팽이 주인공인 이야기에서

헐록 숌즈의 역할은 색다른 관전 포인트입니다 :)






<국일아이 서포터즈 협찬 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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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앞의 미래 - 미래학자가 그리는 기회의 지도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최윤식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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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앞의 미래

 

미래학자가 그리는 기회의 지도

 

저자 _ 최윤식

출판 _ 김영사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고

대비할 수 있게 만드는 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맞설 수 있는 미래 수업입니다!

 

 

   


당신 앞의 미래?


 

이 책은 인간이 창조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의 선택지를 살펴보면서, 혁신적인 기술 발전과 변혁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대에 어울리는 이내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미래에 대한 창조적인 생각과 용기 있는 의사결정을 돕는 의미 있는 예측이자 곧 다가올 놀라운 기회에 대한 선구안을 제공할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당신 앞의 미래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나노·바이오산업에 이르기까지 미래에 주목할 만한 주요 기술 키워드를 중심으로 산업·일자리·인재 동향을 예측한 책입니다. 최윤식 박사는 미래에 인간이 마주하게 될 이 같은 다양한 선택지를 미래학자의 시선에서 기회의 지도 안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을 넘어 5차 산업 혁명으로 이어질 격변하는 미래에 적응하고 성장해 나갈 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각 분야 최고의 학자와 연구자가 미래 세대를 위해 만든 <굿모닝 굿나잇> 시리즈 열세 번째 책 당신 앞의 미래를 통해 미래에 대처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을 모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 <굿나잇 굿모닝> 라이브러리는 21세기 지식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선사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책을 만듭니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저자_ 최윤식

 

아시아를 대표하는 전문 미래학자이자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소장. 미래학, 경영학, 철학, 윤리학, 신학을 공부한 저자는 전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문 미래학자들의 모임인 세계전문미래학자협회APF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했으며, 아시아와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 미래학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구성을 살펴볼까요

 

   

들어가는 말

 

1. 미래 혁명은 진행중

2. 인공지능 발전은 끝이 없다

3.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가 온다

4. 블록체인 시대는 오래간다

5. 놀라운 미래는 5차 산업혁명기부터

6. , 직장, 인재의 변화

 

주석

 

 

창조적 기회를 준비하는 최윤식 박사의 미래 수업

지식 라이브러리 <굿모닝 굿나잇> '미래 편'

 

- 사람의 두뇌는 컴퓨터를 직접 연결할 수 있을까?

- 자율주행차 덕분에 운전면허가 사라질까?

- 암호화폐가 법정화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 현실 공간보다 메타버스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질까?

- 사람의 수명을 200년 까지 늘릴 수 있을까?

 

우리가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는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고 있는 이 책은 예언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저자가 예측하는 미래 모습은 논리나 확률적인 측면에서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입니다. 공상 과학 영화를 보듯 신기해하며 이 책을 대할 일이 아닙니다. 예측은 빗나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미래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 속으로

 

 

당신 앞의 미래의 핵심 키워드는 AI, 자율주행,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은 미래 기술들입니다. 미래 기술이라고만 규정하기에 이미 우리에게 친숙해진 용어들이기도 합니다. 알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 기술들이 미래 우리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떤 작용을 할까요? 우리는 이 기술들을 활용해 어떤 직업적 선택들을 하게 될까요? 고민해 볼 부분들이 참으로 많은 책입니다.

 

이 책은 신기함으로 가득한 가상의 세계를 눈앞에 펼쳐질 듯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실현 가능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니까요.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 나가는 것은 대변혁기를 살아갈 기본자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기는 인간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이 지능을 지니고 정보를 교류하는 '정보 지능혁명 시대'. 나는 5차 산업혁명기는 인류 역사상 최최로 기술을 인간의 생물학적 뇌와 신체 발전에 직접 적용해 대변혁을 일으키는 '인간 혁명 시대'가 도리 것이라고 예상한다. 4차 산업혁명기가 인공지능과 인공지능 로봇기술이 주도하는 시대라면 5차 사업 혁명기는 바이오와 나오 기술이 주도하는 시대다.

 

​『당신 앞의 미래p.137

 

 



 

세상이 흔들리면 위기가 발생하지만 새로운 기회도 생긴다. 다가오는 미래가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달려 있다. 준비하는 자에게는 그것이 기회이자 더 나은 미래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독자들이 다가오는 미래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당신 앞의 미래중에서



 

 

김영사 서포터즈 협찬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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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책 - 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엄치는
정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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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엄치는

 

동사책

 

저자 _ 정철

출판 _ 김영사

 

 

동사를 따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

 

 

카피라이터 정철의 첫 산문집

60가지 동사가 만든 삶의 따스한 순간들

 

동사책'힘을 빼고 온기를 더한' 35년차 카피라이터 정철의 첫 산문집입니다. '동사에 감정을 입힐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 책은 동사를 다르고 낯설고 정철답게 바라봅니다. '가다, 오다, 먹다, 자다' 등 동사에는 행위만 있지 감정은 없습니다. 아니 없는 듯 보입니다.

 

 

이 포인트에서 저자는 동사에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동사를 바라보는 우리 눈에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합니다. 그 질문 끝에 탄생한 것이 감정을 덧입은 60가지 동사와 그 동사들이 만들어가는 삶의 따스한 풍경들입니다.

 

 

동사책은 동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동시에 움직임 너머의 의미까지도 아우르고 있습니다. 가장 솔직한 마음을 담은 동사, 세상 모든 목마름을 치유하는 동사, 안아주고 믿어주고 용기를 주는 동사 등 동사가 곧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포기하고 싶다는 건 지쳤다는 뜻이다. 지쳤다는 건 열심히 매달렸다는 뜻이다. 열심히 매달렸다는 건 목표에 도착하지는 못했지만 목표 근처까지는 갔다는 뜻이다. , 포기하고 싶다는 건 거의 다 왔다는 신호다. 이 악물고 한걸음 더 내딛으면 결과에 도착할 수 있다는 신호다. (p.17)

 

 

 

늘 어딘가를 향해 있는 동사

늘 무언가로 분주한 동사

 

멈춤을 모르는 동사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도 쉼 없이 움직입니다. 삶은 흐르고 마음도 흐르고 동사도 흘러갑니다. 부단히도 움직이는 저 무던한 자태를 좀 보세요. 동요치 않습니다. 개의치 않습니다. 동사는 동사인 그대로 본연의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움직임을 멈춰서는 안됩니다. 대신 가끔은 쉴 틈을 가져야 합니다.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동사 중 60개를 골라 면밀히 들여다보고 고민한 끝에 동사책은 탄생했습니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동사'의 의미를 추적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신선합니다. 카피라이터의 충만한 감성과 자유로운 발상이 맞닿은 이 동사들은 분명 알고 있는 단어들인데 깊이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때로는 묵직하고 때로는 경쾌한 깨달음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별 의미 없음'에서 '큰 의미 있음'으로 동사가 말을 걸어옵니다. 동사는 더 이상 하나의 의미를 지닌 상징적인 단어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자체가 삶이자 이야기였음을 알 것 같습니다. 동사의 의미를 곱씹고 따라가는 동안 인생의 어느 지점까지 다다른 느낌이 들어요. 책 속 문장들을 따라 그 의미를 나눠보려 합니다.

 

 

 

성공은 기쁨을 준다. 실패는 무엇을 줄까. 실망과 눈물과 후회를 줄까. 아니, 내공을 준다. 내공은 하나를 실패할 때마다 하나씩 차곡차곡 쌓인다. 무엇이든 저질러야 기쁨을 얻든 내공을 얻든 하나는 얻는다. ​​(p.17 <저지르다> 중에서)

 

동사는 움직이는 말이다. ''로 끝나는 수많은 말이 동사 옷을 입고 있지만 모든 동사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건 아니다. '쉬다''자다' 같은 동사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죽다'는 움직이 완전히 없다. 움직임의 활발함 하나만 놓고 말한다면 동사 중의 동사는 단연 '사랑하다'일 것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p.20 <사랑하다> 중에서)

 

이 책에는 수많은 동사가 등장하지. 그 주에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동사가 있어. 죽다. 그래, 죽어본 사람은 없어. 죽으면 끝이니까. 그대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아직 끝이 아니라는 거야. 그대에게 능력이 있는데, 의지도 있는데, 시간도 있는데 가진 것을 다 소진하지 못하고 그것들과 함께 관에 들어가 나란히 눕는다면, 이보다 슬픈 끝은 없을 거야. (p.48 <죽다> 중에서)

 

신은 왜 눈, , , 입을 따로따로 설계했을까. 좁디좁은 얼굴에 왜 그것들을 다닥다닥 붙여 놓았을까. 그저 잘 보고 잘 듣고 잘 먹고 잘 살라는 뜻이다. 혹시 모를 이들 모두를 다름을 발견하는데 쓰라는 뜻은 아닐까. (p. 108 <발견하다> 중에서)

 

​​​

 

 

 

사람이 먼저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와 같은 마음의 온도를 높이는

따스한 글심을 장착한 카피라이터 정철.

 

동사를 향한

깊은 사유가 담긴 이 책은

제대로 관심 기울여본 적 없는 동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만들어 줍니다.

 

따뜻한 눈으로 보면 따뜻한 동사

고요한 눈으로 보면 고요한 동사

명랑한 눈으로 보면 명랑한 동사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동사도 그렇고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동사책은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중심 딱 잡고

 

 

조금은 느긋하게

의미라는 것을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책입니다!

 



 

"김영사 서포터즈 협찬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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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그림 수업 - 그림 선생과 제주 할망의 해방일지
최소연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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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그림 수업

 

그림 선생과 제주 할망의 해방일지

 

인생 에세이 추천!

 

_ 최소연

출판 _ 김영사

 

'그리니까 

좀 배우는 기분'이 든다는

평균 나이 87,

여덟 제주 할망의 인생 해방 일지

 

선흘 마을 공동체 이야기!

 

 

 


 

책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 읽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그냥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마음이 가는 책,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되는 책, 읽지 않고는 안 될 것 같은 책, 마침내 읽게 되는 책. 저에게 할머니의 그림 수업은 그런 책입니다.

 

중학교 졸업 후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선택한 부모님과의 이별. 학생 때는 방학에 잠깐씩, 직장에 다니면서부터는 휴가 기간에만 잠시 엄마를 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이어진 삶 때문인지 언제나 엄마가 그립습니다. 돌봄을 받으셔야 할 연세에 아버지를 돌보시느라 자신의 삶은 늘 뒷전으로 미뤄 두시는 엄마. 하루하루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내고 계실지 생각만 해도 짠하고 눈물이 맺힙니다. 그런 엄마가 보고 싶어서, 놓쳐버린 엄마의 삶을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할머니의 그림 수업.



 

이 책은 제주 조천읍 선흘 마을에 살고 계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선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 하여 '선흘'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마을은 동백 동산으로 더 유명한 곳인데요, 이곳에 그림 선생님이 이사 오면서 할머니들이 그림 수업을 받기 시작합니다. 최연소 할망은 1940년생. 최고령 할망은 1930년생.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제주 4·3사건까지 온몸으로 겪어내신 할머니들의 삶을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견디고 이겨내고 희생했던 삶에서 이제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수줍게 세상 밖으로 꺼내놓으시는 여덟 할머니들. 그림 한 점 한 점에 할머니들의 삶이 스며 있어 허투루 보아 넘길 수 없습니다. 할머니들의 그림은 담박합니다. 기교를 빼고 보이는 대로 정직하게 그려낸 그 모습에서 군더더기 없는 정갈함이 느껴집니다.

 



가끔은 화려하고 발랄하기까지 합니다. 누가 봐도 할머니 옷 특유의 기하학적 무늬와 총천연색의 컬러감을 그대로 담아낸 화폭을 좀 보세요. 침침한 눈으로 저 문양들을 얼마나 깊이 들여다보셨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림 그리는 인류에 아직 편승하지 못한 저로서는 할머니들의 그림이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솔직해서, 솔직할 수 있어서 삶도 그림도 빛이 납니다.

 


 

그림 옆에 삐뚤빼뚤 써 내려간 글귀들에 뭉클해집니다. 때때로 울컥하기도 하고요. 오이 하나에도 인생이 깃들어 있습니다. 상품으로 나가는 오이도 있고, 파치 오이도 있습니다. '늙어 둔틀락둔틀락하는' 오이도 있고요. 거칠게 지나간 붓 터치마다 할머니의 인생도 굽이굽이 너울쳐 오는 듯합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들의 삶에서 엄마를 떠올려 봅니다. 팔순의 오가자 할머니가 엄마를 그리워하며 비상하는 새를 그린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맥없이 한참을 울어버렸습니다. 어느 나이 든 엄마는 그립고 애틋한 존재겠지요. 곁에 남은 사람보다 떠나간 사람이 더 많은 나이가 되고 보면 먼저 간 이들에 대한 그리움도 커져 갈 것입니다. 그런 울컥거림이 하루에도 여러 번 엄마의 삶을 멈춰세울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파옵니다.

 


 

할머니들 곁에 그림 선생님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특별할 것 없던 삶에 산들바람을 일으켜 주셔서 보는 내내 흐뭇했어요. 할머니들의 삶이 그림 덕분에 이토록 생기로워지다니요. 별일 없이 흘러가는 일상에 의미있는 별일을 만들어 주셔서 제가 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할머니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 놓기 시작하셨어요. 할 일이 생기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지요. 그림이 할머니들의 생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동기가 되어 준 듯합니다.

 

신기하게도, 달라진 건 할머니들의 삶뿐만이 아닙니다. 그림 선생님의 삶도 분명 이전과는 달라졌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할머니들과 마주하며 그분들의 삶에 녹아들어 갔던 시간은 선생님의 마음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으리라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품는다는 건 우주를 품는 것과 같은 일이니까요. 그 이야기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습니다. 할머니들의 그림 수업이 어떤 분들에게 가닿을지 모르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삶의 진폭을 경험하게 해 줄 것입니다. 그 인생은 또 얼마나 생기롭고 원대해질까요.

 

 


 

마음을 다해 읽게 되는 책

마음을 더해 살아내고 싶게 만드는 책

 

엄마가 보고 싶은

엄마를 그리워할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픈

 

참으로 아꼬운 책입니다!

 

아꼽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다'

라는 뜻의 제주 방언

 



 

2021년 제주 선흘 마을에서 진행한 드로잉 프로젝트 <할머니의 예술 창고>를 계기로 마을 할머니에게 그림을 권하고 가르치게 된 저자가 그동안의 이야기를 담아 할머니들의 그림 수업을 펴냈습니다.

 

 

할머니들과의 우정,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계기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름 없는 아무개 할머니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여덟 할머니들의 삶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와닿습니다. 어떤 인생도 빛나지 않는 인생은 없다는 걸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책 속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

 

 

할머니가 그린 그날의 도토리 그림에는 동백동산의 무언가도 담겨 있습니다. 벌렁 드러누워 물끄러미 바라보았던 할머니의 모습과 도토리를 그리려는 손동작들. 여든여섯이 되어서야 도토리가 보인다는, 조그만 도토리 열매를 닮은 할머니의 눈. 도토리를 먹는 노루들. p.83

 

 

땅에서 나온 거로 삽니다

한 인생을 그거로 사는 거주

그런데 그림을 그려보니

팔십육 세까지

생각도 못 한 일이 생겼주

나 강희선이 무수 그림을 그려주

 

p.93

 

 

상처 난 거도 버리지 마라

참외는 어떤 것은 상처도 나고

어떤 것은 곱게 자란다

맛은 같다

 

조수용 2022. 6. 6

 

p.113

 

 

할머니는 눈에 보이는 건 뭐든 그리십니다. 부엌 찬장도 그리고, 알밤 오름도 그리고, 소나무도 여러 점 그리고 백일홍도 그렸어요. 그중에서 제 눈길을 가장 사로잡는 건 나무 패적 그림이에요. 제가 모르는 표현이었는데 나무의 잘린 흔적이 '패적'이라고 할머니가 알려주셨어요. 할머니는 나무에 상처 난 부위를 유독 자세히 그리셔요. 오래된 나무에는 패적이 더욱 많은데 금색 물감을 가져다드렸더니 패적에만 금칠을 하십니다. 훈장 같았어요. 이제 나무에서 가지가 떨어져 나간 흔적을 보면 고순자 할머니 생각이 나요. p.141

 

 

"엄마" 하고 고함지르는 팔십삼 세 할머니가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새도 눈물 한 방울을 머금은 듯했고요. 새 그림은 노트만 한 크기의 작은 그림인데, 그게 뭐라고 거기에 의지해서 속마음을 내주고, 옆에서 누군가가 궁금해 물으면 "그냥 새야'하고 말수도 있는데 속마음을 꺼내 전해주셨어요. 그런 순간에는 '내가 오늘 여기 잘 왔군. 할머니 옆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물어봐 주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울림의 시간이에요. 공명하는 시간이고요. 그럴 때는 할머니의 방 안에서 더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시간을 보냅니다. 그림을 앞에 두고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집니다.p.147

 

 



 

! 이제 우리 차례다. 당신의 해방 여행을 떠나자. 선흘의 할망들처럼 아무거나 그려제껴 보는 거다. 빈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면 충분하다. 그도 없다면 물 한 사발 떠놓고 땅바닥에 앉아 손가락으로 그려도 좋다. 그림이 당신을 끌고 갈 것이다. 턱밑까지 올라왔던 마음이 숨구멍을 틔우고 고요히 가라앉는 마음 해방구로 가는 길이다. 용기를 내보자. 글 길에서 웅크린 아이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춘다면 팔 벌려 안아주면 된다. 다 괜찮다.

 

할머니의 그림 수업p.232




 

 

 

_ 김영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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