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가게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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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만지기만 해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독약... 그 얼마나 매력적인가?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자신을 죽음으로 이끄는 것들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 목을 매고 죽을 사람들에게 있어 동아줄은 왜 끊어지지도 않는지. 손에 든 수십 알의 수면제는 목에 걸려 켁켁거리게 하는지. 방안 가득 매운 백합의 순백은 만년설 아래 끝을 알 수 없는 눈 무덤 같은지. 절벽 아래 파도는 거대한 괴물이 쩍 벌리고 있는 아가리 같은지. 죽음보다 그 모든 것들이 죽으려는 이 순간 지독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생생하게 살아 있는 나의 의식이 그 지독한 것들을 머리에 담아내고 가슴에 품어내고, 그로 인해 죽음으로 인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인간은 죽음보다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자살자는 ‘자, 살자’를 목청껏 외치는 사람이며, 죽음을 선택한 그 순간은 살고자 하는 열망이 최고조에 달하는 클라이맥스가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러한 자신을 알지 못한다. 죽어야 할 이유만을 나열한다. 왜 삶이 비루한지, 왜 삶이 나를 괴롭히는지, 왜 나는 무기력한지, 왜 나는 무능력한지, 이러한 질문들의 답을 찾으려 애쓴다. 그 질문들에는 답이 없다. 오히려 내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즐겁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내게 활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가진 무한한 능력이 무엇인지의 답을 찾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그 질문들에는 답이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되묻자. 자살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자, 살고 싶은 것인지 말이다. 아마도 살고 싶을 것이다. 알랭은 그 살고 싶은 욕구, 인간의 내면에 잠자고 있는 그 욕구를 일깨우려고, 콘돔의 구멍을 찾아,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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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천국의 죄수들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명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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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상을 한다. 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해서, 혹은 배가 난파해서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로빈슨 크루소처럼 질서를 만들어가며 살게 될지, 혹은 파리대왕에 나오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무리들처럼 동물적인 삶을 살게 될지.. 그 어떤 것도 예측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상상을 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그곳은 유토피아일 것이라고... 지상의 천국이 바로 그곳일 거라고.

파실린나의 소설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은 바로 그곳에 도착했다. 죽음같을 것만 같았던 곳이 48명의 생존자들에게 삶을 희망을 주고 유토피아를 꿈꾸게 만드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살았던 천국, 우리들의 유토피아는 마르크스가 말했던 억압된 노동으로부터의 탈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바로 공산사회다. 공산사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는, 그래서 누구나 행복하게 일을 하고 원하는 만큼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그들의 천국이었다. 테일러는 자신들의 삶을 예전의 도시에서의 삶과 비교하면서 이 행복한 곳으로부터 나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다. 하지만 이미 문명에 너무나도 길들여진 우리, 그리고 그러한 지상 천국이 세상에 있음을 거부하는 문명인들에 의해, 그들의 천국은 사라지고 만다.

문명인들이 부셔버린, 그래서 산산조각난 그들의 천국, 그것은 유토피아란 현실에 있어서는 안되는, 그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야만 그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정치를 수행하며 사람들을 기만하는 현대 국가의 존재 이유가 있게 되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 기만에 속아 힘겨운 도시적 삶을 이겨내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파실린나는 그들의 천국, 우리들의 유토피아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실현을 불가능하게 하는 세상의 걸림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문득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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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 7집 Back To Stage JYP
박진영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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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박진영 하면 춤부터 떠올린다. 워낙 춤 솜씨가 대단하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 다음은.......... 파격적인 의상. 망사옷을 입은 남자 가수는 아마도 박진영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번 7집을 내면서 비가 염려했다고 한다. 너무 파격적인 의상은 피하라고....

그 다음은....... 성에 관련된 당당한 발언들.... 그의 노랫말속에서 드러나는 그의 성담론들은 한번쯤 건드려보고픈 것들이다.

하지만 나는 박진영을 떠올릴 때 슬픈 발라드가 생각난다. 그에게 가수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었던 '너의 뒤에서'란 노래가 그랬고,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부드러운 음악들이 오히려 마음을 움직이게 했었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마음을 움직이는 곡은 '나 돌아가'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수 없는 애절한 마음을 담은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

그 애절함 때문에 박진영은 춤꾼이라 할 수 없다. 그는 애절한 사랑 노래를 부르는 발라드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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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스트리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2
V.S. 나이폴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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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거리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나이폴의 [미겔 스트리트]를 읽는 내내 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파트 빌딩 숲 사이에서 누가 어디에 사는지, 그/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에게 어떤 이야기거리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모습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으로 그 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폴의 낯선 글쓰기에 적잖이 당황해하면서, 그 소소하지만 사람냄새나는 글들로 인해, 미겔 스트리트 그 어딘가에서 망치를 두들기고 있거나, 외양간 배설물을 치우고 있거나, 혹은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하루를 죽이고 있는 나를 떠올리게 된다.

낯선 마을, 미겔 트리트

그 가장 높은 지붕 위에 걸터앉아 거리를 내려다보는 재미

그 거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것만 같은 두근거림

내가 사는 이 거리에서도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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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 : 사계
비발디 (Antonio Vivaldi) 작곡, 장영주 (Sarah Chang) 연주, 오르 / 워너뮤직(WEA)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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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의 바이얼린에는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함께 느껴진다.

너무나 친숙한 비발디의 사계가 그녀의 손끝에서 새롭게 만들어졌다.

부드러운 듯 편안하다가도 강인함을 느끼게 하는 그녀의 연주는

매번 변화하는 그녀의 모습만큼이나 흡인력이 있다.

자연의 섭리인 계절의 변화가 시간의 흐름에 얹혀져 가듯이

그녀의 바이얼린도 시간의 흐름에 얹혀져 변화되어 가고 있다.

계절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하여 가지만, 그 걸음 속에 지난 계절의 흔적들을 안고 가듯이 그녀의 바이얼린에도 지난 시간을 품고 앞선 시간으로 나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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