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입맞춤을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9
에펠리 하우오파 지음, 서남희 옮김 / 들녘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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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인류학과 관련된 이러저러한 책들로 평가하긴 하지만 다 읽고난 느낌은 말 그대로 "똥구멍과 항문의 차이"라 할 듯 싶다.

우리는 세상에서 더러운 것들이 축적되어 배설되는 것을 외면하려든다.
그곳만큼 악취가 나고 부패한 곳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곳에서 지독한 고통이 시작되면 그 위에 놓여있는 세상까지 고통스러워지기에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고치려고 한다.
그 어떠한 방법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곳을 "똥구멍"이라 하고 "항문"이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똥구멍과 항문"
결국 같은 배설 구멍인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똥구멍"이 된다면 그곳은 세상에서 쓸모없는 쓰레기들이 모여든 곳이 되지만 "항문"이 되면 인간의 신체에 중요한 한 부분으로써 최종의 결과들이 집적되는 곳이 된다.

오일레이가 많은 도토레들을 만나고 현대 의학의 힘을 빌리긴 하지만, 그들은 모두 그가 아픈 곳이 "똥구멍"이라고 생각한다.
오일레이의 고통을 멈추게 하고 치료하게 한 바부는 그곳을 "항문"이라 칭하고 인간 삶에 있어서 중요한, 그래서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치료할 수 있음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인간의 몸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더럽고 악취나는 문제에 대해 특별한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 한 외면하려고 든다.
바로 부자들이 극빈자들을 외면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그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그것이 고통을 수반하게 되면, 사탕과 꿀로 그들을 달래기도 하고, 채찍과 몽둥이로 괴롭히기도 하고, 아예 들어내어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것도 소용이 없다.
왜냐하면 많이 가진 자가 있으면 하나도 가진 게 없는 자들도 있는게 세상 이치니까.
그렇다면 그들의 입장을 생각하고 그들도 세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관심을 갖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자세가 될 것이다.
바로 그 자세가 고통을 없애고 악취를 제거하며 부패를 막아 안정적인 상태를 만들어주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하우오파의 소설 [엉덩이에 입맞춤을]이 이야기하려는 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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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4권 한정판 세트 - 전14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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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씩 기다리며 한권씩 샀었는데..이런 청천벽력같은 이벤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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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담배 - 어느 사랑의 이야기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5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 지음, 안성찬 옮김 / 들녘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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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래서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담배를 필 수 없는 짧은 시간, 예를 들면 영화를 보거나 온통 금연인 건물에서 일을 보거나, 혹은 3시간 이상 비행을 해야 하는 경우가 죽도록 싫다는 흡연가들의 하소연을 이해하지 못한다.

브루너 프라이젠뒤르퍼의 [마지막 담배]는 흡연과 금연을 반복하는 주인공과 그의 여섯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그는 마지막 담배를 선택하지만, 그 마지막은 또 다른 마지막을, 그리고 마지막, 마지막을 외쳐대며 일생 선택하며 살게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식후연초 불로장생,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담배를 피고 또 피운다.

나 역시 연기자욱한 골방에서 세미나를 하고 드라이아이스가 깔린 듯한 재즈바에서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담배를 피지도 않으면서도 광화문 콩다방의 흡연석에서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고 행복하다.

흡연자든 금연자든  소설의 주인공들이든 그의 수많은 여자들이든 담배와는 마지막이면서 마지막이 아닌 관계선에 연속적으로 놓이게 될 것이다.

그래도 담배피는 친구들을 만나면 건강 생각해서 끊으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젠 이 책을 권해야겠다. [마지막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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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킴 스페셜 앨범 - Love Chapter. 1
바비 킴 (Bobby Kim)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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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누군가의 애잔한 발라드 곡에 끈적거리는 목소리로 피처링을 해주던 가수가 있었다. 힙합계의 대부라고도 하고 음악한다 하는 사람들은 다 실력있다 말하는 그, Bobby Kim. 하지만 내겐 그렇게 큰 느낌을 주진 않았다. 

어느 날 텔레비젼에서 어느 프로그램의 마지막에 단 15초 흘러나왔던 뮤직비디오 속, "사랑...그 놈" 때문에 덜컥 CD를 사고 말았다. 제멋대로 왔다가 자기 맘대로 떠나가는 사랑 때문에 가슴아파하는 그의 노랫말이 그의 끈적거리는 목소리와 애잔한 멜로디에 뒤섞여 온통 가슴속을 휘저었다. 이 세상 사랑 노래란 모두 내 노래같다고들 하지만, "사랑..그 놈"만큼 내 것인양 받아들일만한 노래가 또 있을까? 도대체 Bobby Kim, 이 남자의 노래는 왜 이런거야? 

혹여, 그의 노래를 아직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랑..그 놈"과 더불어 "천번을 더해도"를 권하고 싶다. 다만 지금 사랑 앓이를 너무 심하게 앓았던 사람들, 혹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초보자에게는 마음을 단단히 하고 그의 노래를 들어주길 권한다. 안 그러면 사랑 몸살이 너무 심해 숨조차 쉬기 힘들어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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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23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발이 유난히 적습니다만 ㅎㅎ
마음을 흔드는 리뷰입니다. 생투남깁니다.
 
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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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레스는 프리세이예스에게 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신은 인간을 부러워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죽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삶이 소중한 것이며 그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인간들로부터 죽음이 사라져 버렸다. 신의 질투가 극에 달한 것일까? 

사라마구의 소설 [죽음의 중지]는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로 시작된다. 갑자기 모두 눈이 멀게 되거나 나무를 툭 쳤더니 이베리아반도가 유럽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거나 단어 하나 때문에 역사가 뒤바뀔 수도 있다거나 하는 그의 기상천외한, 그러한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생각으로부터 [죽음의 중지] 역시 시작되었다.  

불로장생을 열망하는 인간의 헛된 욕심을 꾸짖기라도 하듯 죽음이 갑자기 활동을 멈춰버렸다. 더 이상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행복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두려움으로 바뀌어가고 죽음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인위적 죽음을 의도한다. 어차피 세상은 돌고 돌아야 하는 것이니까. 생각하는 인간이 살아남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과 더불어 망각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살아있는 인간이 있다면 죽어야 할 인간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이 왜 활동을 멈춰버렸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리고 왜 다시 활동을 시작했는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고민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들이, 혹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만을 고민할 뿐이다. 사라마구의 소설은 결국 세상을 휘감고 있는 부조리와 모순으로부터 인간이 얼마나 인간답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지독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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