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천국의 죄수들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명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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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상을 한다. 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해서, 혹은 배가 난파해서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로빈슨 크루소처럼 질서를 만들어가며 살게 될지, 혹은 파리대왕에 나오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무리들처럼 동물적인 삶을 살게 될지.. 그 어떤 것도 예측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상상을 한다. 그리고 꿈을 꾼다. 그곳은 유토피아일 것이라고... 지상의 천국이 바로 그곳일 거라고.

파실린나의 소설 [유쾌한 천국의 죄수들]은 바로 그곳에 도착했다. 죽음같을 것만 같았던 곳이 48명의 생존자들에게 삶을 희망을 주고 유토피아를 꿈꾸게 만드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살았던 천국, 우리들의 유토피아는 마르크스가 말했던 억압된 노동으로부터의 탈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 바로 공산사회다. 공산사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는, 그래서 누구나 행복하게 일을 하고 원하는 만큼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그들의 천국이었다. 테일러는 자신들의 삶을 예전의 도시에서의 삶과 비교하면서 이 행복한 곳으로부터 나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힌다. 하지만 이미 문명에 너무나도 길들여진 우리, 그리고 그러한 지상 천국이 세상에 있음을 거부하는 문명인들에 의해, 그들의 천국은 사라지고 만다.

문명인들이 부셔버린, 그래서 산산조각난 그들의 천국, 그것은 유토피아란 현실에 있어서는 안되는, 그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야만 그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정치를 수행하며 사람들을 기만하는 현대 국가의 존재 이유가 있게 되는 것이며, 사람들은 그 기만에 속아 힘겨운 도시적 삶을 이겨내는 희망을 갖게 될 것이다.

파실린나는 그들의 천국, 우리들의 유토피아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실현을 불가능하게 하는 세상의 걸림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문득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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