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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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루함이 느껴지거나 시시하다고 느껴질 때 오베를 만나게 된다면 또 다른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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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미로
발터 뫼어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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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데군스트 폰 미텐메츠의 존재감만으로도 이 책은 올 해의 책으로 선정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 사냥꾼이어도 좋다. 나 역시 그처럼, 지하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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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망의 리스트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김도연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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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acourt의 소설 [내 욕망의 리스트]를 읽으며 내가 욕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한낮 테라스가 넓은 카페에서 만델링 한 잔을 앞에 놓고

이 작은 소설을 읽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가장 욕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은 여유를 현실화하는 것이

정신없이 시간에 쫓기는 삶에서 얼마나 비현실적인 욕망인지

가끔 느끼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조는 로또에 당첨되어 예상치 못한 어마어한 돈을 받는다.

돈 앞에서 자멸하고 싶지 않은

가족과 자신의 앞에 놓인 지금의 작은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가장 강한 욕망 앞에 주저하다

결국 돈과 남편 모두를 잃었다.

 

욕망의 리스트를 매일매일 바꿔가며

이랬으면 좋겠다고 했던 그녀의 생각은

현실이 아닌 두려운 미래 가운데서 방향을 잃었다.

오히려 뒤늦게 비밀을 알아버린 남편의 욕망은

그녀보다 오히려 인간적이었다.

욕망을 현실화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라면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한번쯤 해야 하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작가는 인간적인 남편 조슬랭을 오히려 부도덕의 감옥으로 이끌었다.

그가 아내를 배신하고 엄청난 부를 얻어

욕망했던 그 모든 것들을 얻었을 때

마음의 풍족함을 얻은 것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자신과 그가 속해 있던 가족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뒤늦게 후회해도

되돌릴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을 말이다.

 

헛된 욕망을 꿈꾸게 되면

당연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 세상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던

윤리의 돌덩이,

그것이 그 어떤 욕망보다 중요하다고

그렇게 남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윤리의 돌덩이,

하지만 이것은 욕망을 실현하고 싶어하는 인간적 욕구를 짓누르고

더 나은 곳으로 가길 원하는 인간적 삶을 주저앉힌다.

 

만약 세상이 말해주었던 그 많은시련들과 어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욕망했던 것들을 하나씩 실현하고자 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한다.

남편의 욕망은 거세될 지 모르는 아내의 욕망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행했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물론 소설의 감흥은 조금 떨어지겠지만

오히려 지금의 결론보다 더 나은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결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남편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자멸한 것이 아니라

욕망을 참아내던 아내의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얻어진 결과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싶다.

 

욕망은 채우면 채울수록 비어가는

밑 빠진 독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차라리 채우지 않는다면 나을 것이라고.

그럼에도

인간은 비어있는 것을 채워가며 삶을 살아간다.

욕망하지 않는다면 나아감은 없을 것이며,

그로 인해 숨쉴 이유가 없게 될 것이다.

욕망,

그것은 필연적으로 현실화되어야만 하는 그 무엇은 아니지만

인간을 살아숨쉬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욕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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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초콜릿 (양장) - 탐닉과 폭력이 공존하는 초콜릿의 문화.사회사
캐럴 오프 지음, 배현 옮김 / 알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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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 가운데 축구, 커피, 그리고 초콜릿이 있다.

이 세 가지는 주로 소위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것들이다.

축구, 그거야 저 남미나 아프리카의 약소국들도 즐긴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실제로 그 지역의 정말 뛰어난 축구선수들은 유럽을 무대로 뛰지 자국에서는 뛰지 않는다.

돈도 많이 안 들고 공 하나에 널찍한 공간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 싶지만....

축구화 가격을 떠올리면 아마도 쉽사리 돈 안드는 운동이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커피야 뭐......말로 안 되는 거지만 지성인의 음료니 뭐니 해가면서 우아하게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으며 즐기는 기호 식품의 최강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2500원짜리 라면으로 허기를 가볍게(?) 때우고 5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점심을 먹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결단코 쉽세 마시기 어려운 디저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더구나 초콜릿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최근들어 붐이 인 수제 초콜릿의 경우, 동전만한 것이 2000-3000원을 넘게 호가하고 있으니 입맛 다시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축구에 열광하고 수시로 커피잔을 들며 초콜릿에 시선을 모은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런 것들 이면에 그저 눈을 감고 싶은 현실이 자리한다.

축구공을 만드는 어린 아이들의 부르튼 손, 하지만 그렇게 만든 축구공으로 축구를 할 수 없는 약소국의 아이들.

히말라야 오지 뜨거운 뙤약볕 아래, 땀 한 방울에 커피 원두 하나를 따는 사람들은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

그리고

초콜릿, 그 역시 노예 노동으로 착취받는 어린 아이들의 손에 의해 카카오 원두가 재배되지만 그 아이들도 초콜릿을 먹을 수도 없다.

이것이 전 세계인들이 사랑하고 열광하는 것들 뒤에 숨겨진 현실이다.

 

우리는 행복한 때에, 혹은 행복하고자 할 때 초콜릿을 찾는다.

사랑한다고 말할 때, 태어남을 축하할 때, 그리고 온갖 행복한 시간들이 다가오면 초콜릿을 찾는다.

사랑에 실패하고, 일에 실패하고, 혹은 너무 힘겨워 지칠 때에도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초콜릿을 찾는다.

초콜릿은 행복을 배가 되게 하고 슬픔을 가시게 하고 기운을 차리게 해주는 그야 말로 "신의 선물"이다.

하지만 한 조각의 초콜릿이 내 손에 담겨지기까지 그 달달함과 행복함은 온데간데 없고

폭력과 억압, 슬픔과 고된 노동만이 담겨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담겨져 쉽사리 초콜릿을 행복한 "신의 선물"이라 말하기 어렵게 만드는 책이 바로 carol off의 [나쁜 초콜릿]이다.

이 책은 카카오 원두의 산지로 유명한 코트디부아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코트디부아르....생소한 나라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

인구수는 약 이천만 명 정도.

올림픽 할 때나 국가명을 들을 수 있는 나라.

그곳이 바로 카카오 원두의 주요 생산국이란다.

초콜릿의 카카오 원두가 어디에서 나는지 조차 모르면서 매번 피곤할 때면 나도 모르게 초콜릿에 손이 갔었다.

내가 아는 건 코트디부아르가 아니라 허시나 M&M을 기억할 뿐이다.

책 제목이 [나쁜 초콜릿]이니 뭐, 굳이 책을 들춰보지 않더라도 그닥 좋은 내용은 아니겠구나 싶을 것이다.

역시나 카카오 원두 생산 및 재배와 관련된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강대국의 경제적 야욕이 담겨 있고

독재 정권의 억압이 담겨 있으며

힘없는 노동자들의 절망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신의 선물"이다.

없어서는 안 될, 그나마의 현실조차 버겁지만 견디게 만드는, 그런 "신의 선물"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냉장고에 들어 있는 갖가지 초콜릿 가운데 그 어느 것에도 쉽사리 손을 대기 어려워졌다.

탐욕과 폭력, 피와 땀, 어린 아이들의 상처받은 노동이 담겨 있는 초콜릿.

그 속에서 이전처럼 달달함을 느끼고 행복하고자 하는 꿈을 꿀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진 않겠지만, 신이 인간에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인 망각 덕분에 시간이 흐르면 또 다시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최근 공정무역의 바람이 불면서 아름다운 커피가 유행한다.

아름다운 초콜릿.

가능한 것일까?

아무리 생산자에게 이득이 가도록 원두 판매에 공정성을 가한다고는 하지만 우리 손에 도달하게끔 가공하는 것은 강대국인만큼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 또 다른 가시가 돋아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는 것은

어찌되었든 포기할 수 없는 초콜릿의 행복함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흘러 책 속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희미해질 때쯤 아마도 별 생각없이 피로를 쫓고 원기를 회복하기 위해, 혹은 행복함을 기뻐하기 위해 초콜릿을 선택할 지도 모른다.

다만 그 희미해짐이 초콜릿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들이 조금이나마 나아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아마 한 동안 초콜릿을 먹진 못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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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살아남기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수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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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토 파실린나의 새 책이 나왔다.
[저승에서 살아남기]
 

처음 시작은 그답지 않은 전개로부터의 놀람이었다.
지나가던 여자를 힐끔보다가 어의없게 죽어버린 한 남자의 시선.
항상 살아있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날카로운 시선을 놓지 않았던 파실린나답지 않다는 서투른 판단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현세나 저승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죽음 뒤에 오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도대체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도달해서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저승이라는 곳.
신앙인들의 믿음처럼 정말 천당과 지옥이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내가 갈 곳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옥같은데...
그 끔찍한 곳에서 다시 죽을 수 없는 몸 혹은 정신으로 어떻게 버텨나갈 것인가 하는
엄청난 두려움 때문에
죽음이란 결코 내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우겼었다.

 
그런데
[저승에서 살아남기]에 펼쳐진 저승은 그냥 현실세계였다.
다만 사람들을 괴롭히는 숱한 직접적인 짐들을 벗어놓을 수 있는 곳,
하지만 자신이 쌓은 업보 때문에 괴롭기도 행복하기도 한 곳,
그곳이었다.
그리고 파실린나의 저승 속에는 여전히 지속되는 이 세계의 부조리함이 담겨 있었다.
신앙 고백을 하는 교황님으로부터,
절망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지만 저승에서조차 절망스러웠던 한 남자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죽음속 삶과 이야기는 여전히 저승은 현세의 연장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파실린나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잡아끌었다.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이고,
어찌보면 같은 것인데,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저승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와 같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결국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이 물음의 벽에 부딪치게 되는 것,
그것이 [저승에서 살아남기]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내게 남게 된 지독한 물음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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