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숲

dir. 송일곤 
photo. 김철주
cast. 감우성, 서정, 강경헌, 장현성 
115min. 

"그 숲에 가면 기억은 길을 잃는다."
우리의 머리 속에는 얼마만큼의 기억이 남아 있을까?
혹시 헝클어진 기억의 실타래 때문에 혼란 속에서 숨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 때문에 모든 기억의 실타래가 엉클어져 버렸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그 무언가조차 잃어버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지 알 수 없는 숲의 미로에 갇혀 버렸다.
주인공 강민은 사고를 통해 엉클어진 자신의 기억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간다.
영화의 전개는 첫 장면에서 하나 둘씩 기억 속으로, 그래서 무엇이 거짓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스스로를 통해 떠올리고 확인하도록 만든다.

거미 숲에는 사랑받아야 하고 기억되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한 영혼들이 모여 산다고 한다.
그 영혼이 자유롭게 되려면 사랑받고 기억되면 된다고 한다.
그 거미 숲에 강민이 사랑하는, 하지만 기억하고 있지 못한 유년의 기억이 영혼처럼 떠돌고 있다.

혹시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을 기억하는가?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적의 화장법>이 떠올랐다.
기억 속에서 나도 모르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싸웠다.
그런데 결국 내 싸움의 대상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
스스로 가상으로 만들어낸 나와 진실 속의 나
두 개의 자아 속에서 나는 진실에 손을 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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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2권 합본) - 우리 소설로의 초대 4 (양장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죽기를 원하나이다. 하오나 이 원수를 갚게 하소서."
노량 해전 출정에 앞서 그가 올린 기원이다.
이순신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매번 들었던 이 한마디가 이 책의 말미에서 문득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눈에 보이는 적, 눈에 보이지 않는 적, 칼로서 베어지는 것, 그리고 칼로서 베어지지 않는 것
눈에 보이는 적, 그리고 칼로서 베어지는 것은 보이는 데로, 베어지는 데로 하면 될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은 어떻게 찾아낼 것이며 칼로서 베어지지 않는 것은 어떻게 베어낼 것인가?
어쩌면 그는 임진년 이후 전쟁터에서 그것을 고민하며 괴로워하고 극복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내내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는 늘 이순신을 가리쳐, 성웅, 불멸의 신이라 불렀다.
그는 살아있는 역사 속의 한 사람이기 보다, 현실에는 없었던 신화적 인물로 색칠되었다.
원탁의 기사였던 아더 왕이 실존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신화 속의 영웅처럼 그려지듯이, 이순신 역시 실제하는 유한하고 나약한 한 인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사신처럼, 혹은 실패를 모르는 전쟁 영웅처럼 그려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던가 싶다.
김 훈의 [칼의 노래]에는, 임진년 이후 이순신의 행보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전쟁의 잔혹함, 그리고 어지러운 당시의 정치 현실을 강하면서도 매끄러운 문체로 표현되고 있다.
책을 한 번 잡으면 결코 손을 놓을 수 없는, 이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이끌림, 그것은 어쩌면 당시 이순신의 환도에서 들렸던 울음, 그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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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리틀 미련 곰탱이다.
주인공과 같은 나이에,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OB BEARS의 어린이 회원이 되었고, 그가 여전히 삼미의 팬이듯, 20여 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나 역시 여전히 BEARS의 팬이다.
1982년 나 역시 그와 같이 야구 글러브와 야구공을 가지고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공받기 놀이를 하며 놀았고, 솔직히 야구장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야구 중계를 하는 날이면 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야구 삼매경에 빠졌었다. 곰이 그려진 BEARS의 잠바를 입고,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행복했었다.
지금은, 그 때만큼의 열정은 아니지만, 아니 어쩌면 조금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그 때 박철순의 피칭 하나에 울고 웃고 했던 추억이 떠올라 행복했다.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그 행복감을 느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삼미의 야구, 특별한 기억은 없다. 장명부의 피칭이 떠오르긴 하지만, 1983년 우리의 곰들은 수난 시기였으니, 불행했고 지우고 싶은 시간이었으니까....
항상 1등만 기억되고, 1등만 남는 세상, 어쩌면 작가는 우리에게 기억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미련과 그리고 어떤 것이 제대로 즐기는 것인지를 알려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아! 리틀 미련 곰탱이일 때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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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와 피어싱 - 조희진의 우리옷 문화읽기
조희진 지음 / 동아시아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어느 가수가 건강 검진을 위해 X-ray촬영을 했다.

그런데 복부 부분에 이상한 물체가 잡혔다.

혹시 종양이?

그런데 확인해 보니까 배꼽에 한 피어싱이었다.

의상이나 머리 모양새로 더 이상 변화를 추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신체에 구멍을 뚫어 장신구를 착용하는 피어싱....

귀고리 역시 피어싱의 일부라면....

신라시대부터, 혹은 조선시대에 귀를 뚫고 귀고리를 착용했던 우리네 사대부가 자제들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조희진의 [선비와 피어싱]을 읽으면서 우리가 몰랐던 우리네 사람들의 복식사를 접하게 되었다.

허리띠 하나에도 삶의 애환이 묻어 있고,

옷감의 색상 하나 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음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버리는 것들이, 예전에는 얼마나 어렵게 얻어지고 힘들게 쓰여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제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돌리면서도

예전 우리 아낙네들이 하나 하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빨래를 만지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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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통일 이탈리아사 -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 2
크리스토퍼 듀건 지음, 김정하 옮김 / 개마고원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화려한 로마 제국의 명성
아름다운 르네상스의 문화적 유산들
아름다운 해변과 맑은 날씨
그리고
어린 시절 읽었던 연애 소설에 등장하는 잘생긴 부호의 남자...

하지만 이 화려함 뒤에는 자신의 땅을 조금도 갖지 못한 채 굶주림에 시달렸던 남부의 농민들이 있었고, 공장에서 죽도록 일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열악한 환경의 북부 노동자들이 있었다. 또한 끊임없는 이민족의 침략과 지배에 시달려야 했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안토니오 그람시는 그의 글인 [남부문제에 관하여]에서 이탈리아의 미래는 북부의 노동자와 남부의 농민들이 손을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이탈리아의 진정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농민들의 투쟁 결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이탈리아의 미래는 전 계급의 연대를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christopher duggan의 책 [미완의 통일 이탈리아사]는 로마 제국시절 이전부터의 이탈리아사를 정리하면서 문화적 영광 아래 감춰져 있던 정치 경제적인 측면을 들어 이탈리아의 정체성을 논의하고 있다. 작자 역시 이탈리아인이 아니며, 이 저서 역시 케임브리지 역사 총서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기술하려고 노력했던 부분이 드러난다. 역자 후기에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저자는 이탈리아의 미래를 선의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할 난제들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의 현재는 단지 이탈리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전 계급의 연대만이 민족적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 경제적 상황을 해결해나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형성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역사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생각해보고, 우리나라의 정체성에 대한 숙고를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오늘날 이탈리아는 태양과 옛 영광의 수많은 유적들을 보유한 축복받은 나라이다. 국민들의 낙천적인 성격과 깔끔한 용모에 신사다운 매너 그리고 누구나 동경하는 맛과 색의 화려학 식탁은 이국인들의 동경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기민당, 이탈리아 사회당, 이탈리아 공산당의 구도에서 소련 공산당의 붕괴와 북부의 분리운동으로 개편된 결코 새롭다 할 수 없는 정치 파노라마, 대부분의 남부지역에서 여전히 민중적 삶의 형태로 유지되면서 때로는 공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마피아, 코사 노스트라와 같은 조직 범죄 집단들의 침묵과 테러, 거대한 지하경제, 여전히 그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 남북의 문화적, 정서적 거리감, 이탈리아 의회 민주주의 체제의 모순에서 빚어진 정치-경제 커넥션 그리고 정치노선의 대립과 그 대안적 성격의 정치 테러리즘 등은 결코 통일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이탈리아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는 현대 이탈리아 역시 과거의 체제처럼 여전히 새로운 정체성의 확보와 동시에 미래의 행보를 위한 기초 마련이라는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 역자 후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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