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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영훈

      사진 : 김대벽

      조선일보사


대학 합격증을 받아들었던 1987년 겨울, 어느 신문사에서 주최한 전국일주 여행길에 올랐었다. 수도 없이 가본 경주였지만, 석굴암에 올라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뒤로 가본 기억이 없으나 책에 따르면 석굴암 앞까지 도로가 나서 차로 통행이 가능하다고 하나, 그 때는 좁은 산길을 굽이 걸어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가려진 석실 내 본존상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석굴암보다 트는 동녘의 해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만을 가지고 그곳에 올라가는 것 같다.

대목 신영훈 선생님의 [천상의 천하에 내려깃듯 석굴암]은 우리가 석굴암에 올라가서 제대로 보지 못하고 놓쳐버린, 혹은 보수 공사라는 미명아래 일본인들에 의해 잔인하게 훼손된 우리의 문화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우리의 문화재들이 우리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으며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있는지, 그 사라짐을 막을 사람 역시 우리들이라는 점을 깨우쳐준다.

석굴암에 가 본 지 어느 새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지... 올 여름에는 그곳에 한 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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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신영훈

      사진 : 김대벽

       조선일보사


 

 

광화문 사거리에서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뒤로 우뚝하니 서있는 것이 경복궁이다. 한달에 서너 번은 지나치는 그곳에, 사실 들어가서 하나 둘 차근차근 볼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지난 겨울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가 날이 하도 좋다 하여 고궁 나들이를 가자며 결혼 하객들 몇몇과 함께 경복궁을 찾았다. 대목 신영훈 선생님이 경복궁에 대해 하신 이야기들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워낙 세심한 설명에, 오히려 책을 가져올 걸 하는 아쉬움만 더 들었다.

그 날 근정전 앞뜰에서는 숙종 대왕 가례행차가 있었다. 뜻하지 않은 횡재였다. 하지만 그 때문에 경복궁을 제대로 볼 기회를 또 놓치고 말았다.

학창시절 사생대회라는 명목으로 누구나 한번쯤은 가본 곳이 경복궁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경복궁의 구석구석,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그 모습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를 확인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복궁은 그저 문화재의 하나일 뿐, 마음 속의 정궁은 아닌 듯싶다. 이제는 더욱 가까워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조성의 정궁 경복궁]을 읽으면서 자꾸 든다.

지금 경복궁은 보수 공사에 들어가서,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다.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조선의 정궁인 만큼 우리들의 마음 속의 중심인 경복궁이 모든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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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칼의 노래

      지은이 : 김 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  2001

 

"이제 죽기를 원하나이다. 하오나 이 원수를 갚게 하소서."

노량 해전 출정에 앞서 그가 올린 기원이다.

이순신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매번 들었던 이 한마디가 이 책의 말미에서 문득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눈에 보이는 적, 눈에 보이지 않는 적, 칼로서 베어지는 것, 그리고 칼로서 베어지지 않는 것

눈에 보이는 적, 그리고 칼로서 베어지는 것은 보이는 데로, 베어지는 데로 하면 될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은 어떻게 찾아낼 것이며 칼로서 베어지지 않는 것은 어떻게 베어낼 것인가?

어쩌면 그는 임진년 이후 전쟁터에서 그것을 고민하며 괴로워하고 극복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으면서 내내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는 늘 이순신을 가리쳐, 성웅, 불멸의 신이라 불렀다.

그는 살아있는 역사 속의 한 사람이기 보다, 현실에는 없었던 신화적 인물로 색칠되었다.

원탁의 기사였던 아더 왕이 실존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신화 속의 영웅처럼 그려지듯이, 이순신 역시 실제하는 유한하고 나약한 한 인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사신처럼, 혹은 실패를 모르는 전쟁 영웅처럼 그려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던가 싶다.

김 훈의 [칼의 노래]에는, 임진년 이후 이순신의 행보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전쟁의 잔혹함, 그리고 어지러운 당시의 정치 현실을 강하면서도 매끄러운 문체로 표현되고 있다.

책을 한 번 잡으면 결코 손을 놓을 수 없는, 이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이끌림, 그것은 어쩌면 당시 이순신의 환도에서 들렸던 울음, 그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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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선비와 피어싱

         지은이 : 조희진

         출판사 : 동아시아

         2003년

 

어느 가수가 건강 검진을 위해 X-ray촬영을 했다.

그런데 복부 부분에 이상한 물체가 잡혔다.

혹시 종양이?

그런데 확인해 보니까 배꼽에 한 피어싱이었다.

의상이나 머리 모양새로 더 이상 변화를 추구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신체에 구멍을 뚫어 장신구를 착용하는 피어싱....

귀고리 역시 피어싱의 일부라면....

신라시대부터, 혹은 조선시대에 귀를 뚫고 귀고리를 착용했던 우리네 사대부가 자제들을 떠올려야 할 것이다.

조희진의 [선비와 피어싱]을 읽으면서 우리가 몰랐던 우리네 사람들의 복식사를 접하게 되었다.

허리띠 하나에도 삶의 애환이 묻어 있고,

옷감의 색상 하나 하나에 의미가 담겨 있음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버리는 것들이, 예전에는 얼마나 어렵게 얻어지고 힘들게 쓰여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제 세탁기에 빨랫감을 넣고 돌리면서도

예전 우리 아낙네들이 하나 하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빨래를 만지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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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

                 클럽


     작가 : 박민규

     출판사 : 한겨레 신문사

     2003년작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리틀 미련 곰탱이다.
주인공과 같은 나이에,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 OB BEARS의 어린이 회원이 되었고, 그가 여전히 삼미의 팬이듯, 20여 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 나 역시 여전히 BEARS의 팬이다.
1982년 나 역시 그와 같이 야구 글러브와 야구공을 가지고 동네 공터에서 친구들과 공받기 놀이를 하며 놀았고, 솔직히 야구장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야구 중계를 하는 날이면 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야구 삼매경에 빠졌었다. 곰이 그려진 BEARS의 잠바를 입고,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다니는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행복했었다.
지금은, 그 때만큼의 열정은 아니지만, 아니 어쩌면 조금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그 때 박철순의 피칭 하나에 울고 웃고 했던 추억이 떠올라 행복했다. 그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그 행복감을 느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삼미의 야구, 특별한 기억은 없다. 장명부의 피칭이 떠오르긴 하지만, 1983년 우리의 곰들은 수난 시기였으니, 불행했고 지우고 싶은 시간이었으니까....
항상 1등만 기억되고, 1등만 남는 세상, 어쩌면 작가는 우리에게 기억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미련과 그리고 어떤 것이 제대로 즐기는 것인지를 알려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아! 리틀 미련 곰탱이일 때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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