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중지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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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레스는 프리세이예스에게 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신은 인간을 부러워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죽기 때문이다." 죽음이 있기 때문에 현재의 삶이 소중한 것이며 그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인간들로부터 죽음이 사라져 버렸다. 신의 질투가 극에 달한 것일까? 

사라마구의 소설 [죽음의 중지]는 "다음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로 시작된다. 갑자기 모두 눈이 멀게 되거나 나무를 툭 쳤더니 이베리아반도가 유럽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거나 단어 하나 때문에 역사가 뒤바뀔 수도 있다거나 하는 그의 기상천외한, 그러한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생각으로부터 [죽음의 중지] 역시 시작되었다.  

불로장생을 열망하는 인간의 헛된 욕심을 꾸짖기라도 하듯 죽음이 갑자기 활동을 멈춰버렸다. 더 이상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행복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삶의 두려움으로 바뀌어가고 죽음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인위적 죽음을 의도한다. 어차피 세상은 돌고 돌아야 하는 것이니까. 생각하는 인간이 살아남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과 더불어 망각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살아있는 인간이 있다면 죽어야 할 인간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이 왜 활동을 멈춰버렸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리고 왜 다시 활동을 시작했는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고민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들이, 혹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만을 고민할 뿐이다. 사라마구의 소설은 결국 세상을 휘감고 있는 부조리와 모순으로부터 인간이 얼마나 인간답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지독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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