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요즘 많이 회자되는 지역사(마을사)ㆍ구술사, 그리고 ‘기억의 정치’를 영상으로 잘 담아낸 영화.
스케일은 ‘가족사’ 다큐지만, 아직도 지속+재생산되고 있는 ‘분단’의 여러 측면을,
(전근대적) 신분갈등에서 자이니치 문제까지 90분 내로 압축한 수작.
게다가 남편, 남동생, 오빠, 시동생 등 가족의 남성들이
모두 좌익에 연루됐던 한 여인(감독의 외할머니)의 생애를 다룬 여성 현대사, 의 한 토막.
따라서 종합선물세트. 교육적 가치가 높은 영화.
이런 마을과 가족을 가진 감독은 행운아.(감독의 어머니가 특히 대단한 분.)
그래서, 그냥 연고 없는 연구자라면 구술 받기 어려운 소재를 비교적 깊이 잘 취재했음.
상은 이미 많이 받았지만, 조금만 작가가 덜 나타나고 좀더 프로처럼 찍었다면...

간혹 삽입된 애니메이션 외에도 볼만한 대목이 상당히 많다. (아래 스포일러 있음.)
* 상대, 중대, 하대(중동)으로 나눠져 있던 조그만 리 규모의 마을이 좌우익으로 갈라져 친구ㆍ친지끼리 서로 죽이고 죽었다는 것. 그 원한은 지금도 남아서...
* 하대(중동) 마을은 원래 “쌍놈” 마을로 불린 민촌이었으나, 오히려 6.25 전후에 ‘우익 마을’이 됐다는 것. 왜냐, 식민지 시대에 하대(중동)에서는...
* 좌익이었던 외할머니의 남동생은 일본에 도피했다가, 형이 우익의 손에 죽었다는 소식을 알고 동경에 눌러 앉고 조총련 동경지부장까지 지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북송이 한창이던 시절, 17세밖에 안된 자기 외동딸을.....
* 식구들은 모두 아비ㆍ삼촌의 연좌제 때문에 고생할 때, 외할머니는 외려 1970년대에 ‘국가’로부터 '승공' 활동 관련해서 표창장을 받았다. 할머니의 승공이란...
* 좌익마을이었던 동네 친인척 어른들이 어릴 때 빨치산들에게 배웠던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기억해내고 ‘해 맑게’ 부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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