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보건소에 관하여 1
보건소가 전국민에게 백신을 무료로 접종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보건소가 백신 부족하면 일반 병원에서도 싼가격에 의료보험 차원에서 제공되야 한다는 견해에 관하여 제가 다른 분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독서는 전 국민이 문화적으로 풍요한 삶을 위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존재로써 살아있음을 느끼고 사유하기 위해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지식을 익히는데 꼭 필요한 생필품같은데, 왜 책은 공공도서관에서만 공짜로 빌려주고 서점가서 사려면 몇만원씩 비싼 돈을 내야하나요? 그나마도 도서관은 서울에나 많지 경기도만 나가도 도서관 몇개 없고 책을 빌리려면 한두권씩 밖에 없어서 몇달을 기다려야 빌려볼 수 있는건가요?
이왕 책 살거 도서관에 모든 책 몇십권씩 갖다놓고, 나라에서 지원금과 세금을 충당해서 모든 서점에서 공짜로 책을 볼 수 있게 해주면 안되나요?
왜 꼭 책의 저자들과 출판사들은 책을 사는데 있어서 치사하게 인세나 이익을 챙기려고 하나요? 돈 없으면 지식도 못 익히나요? 지식을 익힐 권리는 동등하게 있어야죠. 인세 대신에 나라에서 교육세 쪼금 지원해주어서 그것만 받으면 되죠 뭘.
아 그리고 공립 도서관가면 직원들 왜그리 나른하고 대충 갈켜주고 컴퓨터 검색해서 책 직접찾으라고 하더라구요. 일반 서점가면 빠릿빠릿하고 친절하게 잘 찾아주던데..
또는,
구청이나 시청, 공공기관 구내식당가서 밥먹으니 밥도 저렴하고 맛있던데 왜 구내식당은 몇개없고 그나마도 줄서서 기다리며 먹어야 하나요? 돈없으면 밥도 먹지 말아야 하나요? 먹는 것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데 돈 없다고 차별하는건가요? 일반식당도 나라에서 지원해주어서 공공기관 구내식당처럼 싸게 해주면 안되나요?
그리고 구내식당은 왜 셀프서비스에 불친절하죠? 일반식당처럼 서빙해주고 친절하게 주문받아주면 좋을텐데.
물론 위의 도서관과 구내식당에 좋아지기 위해 세금(의료에서는 건강보험료)을 많이 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세금은 지금이랑 똑같이 내고 책은 공짜로 안기다리고 보고싶고, 밥도 구내식당에서 안기다리며 먹고 서빙주면서 친절했으면 좋겠어요
4) 병원에서 만삭을 기피한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환자의 정당한 진료요구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의료법에서 강제되어 있기에, 서울 압구정 한복판의 삐까번쩍한 몇십억 들여서 개업했을 법한 성형외과라도 단돈 2~3만원 들고 찢어진 상처 꼬매달라고 하면, 다른환자가 기다리고 있어서 바쁘지 않은 이상 꼬매줄 겁니다. 의료보험과 의료법의 힘이지요. 설령 의사는 그런 환자가 달갑지 않더라도 (몇십억 빚내서 개원해서 2~3만원내는 찢어진 상처가진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성형외과 입장에서는 적자입니다) 대충 진료해서 의료사고가 난다면 최소 몇백만원이상을 물어줘야 하기에 제대로 진료해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수도권은 의료인이 과포화인 상태이기 때문에, 자기 병원이나 의원에 오면 다들 친절로 무장되어 있지 꺼리거나 그러지 않습니니다. 기피하거나 불친절하면 바로 옆병원으로 가세요. 분명 옆병원은 친절할 것이고, 불친절한 곳은 몇년이내에 도태되서 망하거나 파산할 겁니다.
과연 내가 W호텔이나 조선호텔 신라호텔 레스토랑에 만원 들고 가서 한식 주방장 있으니 된장찌개나 떡볶이 만들어달라거나 해장국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만들어 줄까요? 아니면 백화점 명품 매장가서 옷가게니까 3만원 이하로 티셔츠나 청바지 팔라고 떼쓰면 들어줄까요?
그러나 의료는 이게 가능합니다. 감기걸려서 아프면 제일 삐까뻔쩍한 병원들어가서 비보험 말고 의료보험대로만 진료해달라고 떼쓰시고, 안해주면 진료거부로 신고해버린다고 하면 다 진료해줄겁니다. 안해주면 바로 보건소나 보건복지부에 신고하세요.
5) 보건소에 관하여 2
보건소 의사가 나른하고, 성의없는 진료를 한다고 느끼시나요? 그 의사가 나쁜게 아니고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이 그렇게 만듭니다.
일본, 유럽, 미국등의 선진국 의사들은 하루 20명 내외만 봅니다. 일본의 의사들은 하루 30명을 보면 시간이 모자라고 지치고 피곤해서 저질 진료를 하게 될 수 밖에 없다라고 불평하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보건소에서는 평균적으로 의사한명당 하루 70명을 봅니다. 제가 있는 보건소의 예방접종실은 바쁠 때는 오전동안에만 150명의 환자를 보더군요. 왜 이렇게 많이 오냐면 주변 개인의원은 돈을 내야하는데 보건소는 공짜니까!
(여기서 다시, 왜 개인의원에서는 싸게 못해주냐구요?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해줄 건강보험재정이 없습니다. 충당하려면 전국민이 지금보다 건강보험 2~3배는 더 내야합니다. 그리고 아래 6번의 한국의료수가를 참고 바랍니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환자를 보면 별별 일이 많습니다. 독감예방접종시즌에는 예방접종 공짜라고 남의 신분증까지 들고 와서 2번맞고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고(할머니 할아버지들이 2번맞으면 좋은지 착각하더군요), 보건소 진료는 공짜라고 아프지도 않으면서 심심해서 물리치료 접수해서 받으려 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있습니다.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물리치료 받으면 시간도 때우고 몸도 안마받는 것처럼 시원하거든요. 그리고 환자가 아프다고 거짓말해도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은 불가능합니다. 원인불명의 통증도 다양하기에. 이학적 검사는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에 의지할 수 밖에 없기에)
슬프게도 공짜(!)이기에 저렇게 악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입장에서는 한국의 국민의식은 아직 무상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뒤떨어진다고 느낍니다. 최소한 단돈 500~1000원이라도 받아야 합니다. 본인부담금 500원만 받아도, 위에 적은대로 예방접종 2번맞는 어르신들이나, 물리치료 무작정 받으려는 환자들 팍 줄어들 겁니다.
(보건소에서 무료가 가능한 이유는 환자들이 내야할 본인부담금을 지자체에서 세금으로 대신 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해주는 겁니다. 이런 제도 자체가 불법인가 아닌가 논란이 있는 방식입니다. 개인의원이나 대형병원에서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무료로 해주거나 덜 받으면 `환자유인행위`라고 해서 벌금과 함께 병원 영업이 정지되는 큰 처벌을 맞습니다.)
그러나 공짜로 해주다가 500원이라도 돈 받는다고 정책을 바꾸면 해당 지자체의 장은 유권자들의 비난을 바가지로 받을 거고 그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안 뽑아줄테니 다시 유료로 돌릴 수는 없죠. 인기영합주의 정책의 폐해입니다.
아무튼 공짜라 악용하는 얌체족때문에 다른 시민들이 더 기다려야 되고, 안그래도 부족한 백신은 더 빨리 줄어들죠.
지나가는 일화로 저와 같은 보건소에 있는 예방접종 담당의사분이 오전에만 100여명의 환자를 봄에도 친절하게 대해주려고 나름노력하는데 어떤 환자분이 의사가 진료중에 껌을 씹는다고 불쾌하다고 민원을 넣더군요. 참고로 그 의사분은 원래는 흡연자였는데 매일 아기들이 예방접종 맞으러 오니 아기들을 위해(!) 담배냄새 풍기지 않기 위해 금연을 하며 금연껌을 씹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100여명의 예방접종 환자를 보고 있노라면 예방접종 기다리느라 짜증났다고 예방접종표를 의사에게 기분나쁘게 휙 던지는 아기엄마들이 보통 10명은 됩니다. 의사도 사람인데 그런 보호자 몇명 만나면 기분 확 상하죠.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사람은 자기가 타인에게 행하는 대로 대접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아기의 질환으로 진료를 받고 싶으면 진료실 가서 접수표 끊고 기다리면 되는데, 2번 기다리기 귀찮으니 예방접종 맞으러 와서는 진료받듯이 이것저것 물어보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간단한 것 몇가지야 의사분이 당연히 답해주지만 계속해서 물어보면 답해주기가 곤란합니다. 뒤에는 예방접종을 위해 수십명이 기다리고 있고, 예방접종실은 예방접종 업무가 주가 되고 바로옆에 진료실이 별도로 있는데도.. 계속해서 이것 저것 물어보는 얌체 엄마들에게 진료실가서 접수하고 진료받으세요 라고 하면 불친절하다며 신경질내고 나갑니다. 뒤에서 기다리는 수십명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고 자신이 귀찮게 진료받으러 접수표 또 끊어야 한다는 사실에 기억속에는 그저 의사가 불친절하다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그 다음에 집에 가서는 보건소 불친절하다고 민원넣죠.
6) 한국의 의료수가
서울을 기준으로, 일반 개인의원에서도 우리나라 의료보험에서 주는 수가가 환자 한명당 1만원 근처로 너무 낮기에 하루 40~50명은 봐야 본전이 됩니다. 병원에서 건물주에게 주는 월세가 서울은 보통 300~400만원 할거고, 간호사 3명 한달 월급하면 500~600만원이 되고, 그외에 여러가지 운영비를 합치면 한달 운영비가 1200~1300만원 이상되는 개인의원이 많습니다.
환자 한명당 보험진료를 받을 시에 1만원이 개인 의원에 들어오는데, 한달 25일(주6일 근무) 근무한다고 치면 하루 48명의 환자를 보면 딱 손익분기점이 나오는군요.
요새 수도권은 대부분의 개인 병원은 평일에도 야간진료합니다. 그중 상당수는 정말로 적자 안보기 위해서입니다.
요새 머리 커트해도 2만원, 대리운전 30분만 가도 3만원, 심지어 구두수선비도 1.5만원이더군요. 근데 의료비는 환자부담금 4000원에 나라에서 주는 돈 8000원 포함해서 12000원입니다. 이런 수가 아래에서 환자의 아픈 마음의 상처까지 다 들어주면서 1시간 진료하는 의사는 로또가 되었거나 원래부터 몇십억 재산이 있어서 취미로 진료하는 의사일 겁니다.
한국에서 양심적으로 환자를 꼼꼼히 보고 아픈 마음의 상처까지 다 들어가며 20명씩 진료를 하면 6개월 이내에 파산신청해야 합니다.
류마티스 질환으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펜실베니아 의과대학에서 수련을 받고 한국에 와서 개업한 의사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자신의 경력을 믿고 자신만만하게 개업한 뒤,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미국에서 하던대로 환자 한명한명 30분이상 진료하다가 2년만에 병원 망하고 대학병원으로 들어가더군요. 환자 눈치껏 빨리 봐서 적자는 안나게 운영했어야 하는데, 이분은 자기 자부심때문에 소신진료하다가 망했다지요. 강남쪽에 개업했다가 지금은 H대학병원으로 들어가 계신다는군요.
5~10분동안 빨리 환자를 보나, 1시간동안 꼼꼼히 보나 나라에서는 무조건 만원내외 받아야 하는데 30분씩 진료하면 파산하는 지름길입니다.
그렇기에 대다수 의료인들이 의료보험의 강제적용이 안되는 피부미용, 비만, 성형에 하고싶어서 안달나는 현실이 벌어집니다.
이미 서울시에 있는 산부인과 절반이상이 출산이나 부인과 질환보다는 여성의 미용 비만 분야만 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타파하려면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내야합니다. 그러나 그러면 온국민이 의료인들을 도둑놈이라 욕할거고, 건강보험료 인상을 단행한 정권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하고, 욕 바가지로 먹겠지요.
* 글로 소통하기 때문에, 몇가지 오해도 생기는 것 같지만(말로 한다면, 글보다 더 뉘앙스의 차이라던지, 아니면 바로바로 상대방의 진의를 물을 수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더 진의를 이해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글의 주고받음이 더 왕성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에 대한 답변 글도 조만간 작성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답변 글에 대한, 또 답변 글도 올릴 수 있었으면 의료계와 환자계(?) ㅋㅋ (물론 이를 대표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그럴 마음도 없지만)가 서로의 상황과 불만과 애로사항을 더 잘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