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ideo.naver.com/2009071622105752310 

 

나는 이 광고가 매우 거슬린다.
이 광고의 컨셉은 '호랑이'같은 부장님이
임신한 직원을 엘리베이터에 태우기 위해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기다려주는 '자상함'을 보인다는 것.
이런 의외의 모습에 직원들은 놀라고 반한다.


문제는, 그 다음 나오는 나래이션.
"앞으로 열달. 최부장님과 우리는 그녀의 박카스가 될 계획이다"란다.

그러나...'그녀'의 몸을 보라.
그녀는 이미 거의 만삭의 몸이다.
그런데 왜 '앞으로 열달'인가?
그녀가 아이를 낳기까지 남은 시간은 길어야 서너 달 아닌가?

 

내가 이걸 거슬린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은 '오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이 광경에서 임신했던 내 친구들의 사례들이 떠오르며
예사롭게 안보인다.

 

저 광고에서 남산만한 배의 '그녀'의 모습은
'임신중'이란 사실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이미지로만 표현하려다보니 '임신한 그녀에게 임신한 동안  우리는 그녀에게 힘이 되어 주겠다'는

메시지를 남산만한 배의 이미지로 표현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는 역으로

남산만한 배가 아닌 임산부는 힘이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거나

아예 임신한 게 아닌 걸로 취급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 친구들의 사례란 것이 그런 것이다.

남산만한 배가 되기 전에도,

약간의 배가 불렀으나 남들 임신하지 않고도 나올 수준으로 배가 나왔을때에도 그녀들은 힘이 든다.

그래서 장애인-임산부-노약자석에 그들이 앉기라도 하면

할아버지들이 마구 호통을 쳐서 쫓겨난 적이 대부분 한번 이상 있다는 것.

어디 젊은 여자가 이 자리에 앉느냐면서..

그런데 친구들에게 들어보면, 아주머니나 할머니들은 오히려 금세 친구들의 상태를 알아보고

그녀들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또 한가지 임신한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통념화, 이미지 중 하나는

출산을 하기만 하면 출산하자마자 푹 꺼져버릴 거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제 출산을 해도 얼마간은 임신했을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여성의 배는 불러 있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친구들의 사례나 저 광고는 결국

이 사회(남성)의, 여성의 몸에 대한 무성의함과 불친절함을 보여준다.

사회의 몸 담론이 아무리 풍성해지고 확산되었어도

여성의 몸에 대한 진지하고 신중한 고찰은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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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래 2009-09-1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방 이해해주시고 책 사진을 지워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이 글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아래에 놓여 있어서.. 마치 이 광고 이야기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이 글의 관점과 지적에는 동의합니다만, 지금 이 글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다시 한번만 마음 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omun 2009-09-17 08:07   좋아요 0 | URL
네, 이미지만 지운다고 링크가 사라지는 게 아니었군요.^^;방법을 몰라 낑낑대다가 방금 대충 해결된 것 같습니다. 음...처음 의도는, 그 책은 어떨까?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는 좀더 '정치적으로 올바른' 광고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걸까? 궁금하다, 읽어봐야겠다(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한번 읽어보면 광고를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 뭐, 그런 뜻으로 그 책을 링크했던 거였습니다. 제 글이니, 뭐 아무 거나 굳이 설명 안하고 올려도 된다 생각하기도 했고요..그 책의 입장은 생각을 못했네요.
그런데 라다크님과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책은 어떤 관계이신지 궁금하네요. 혹시 저자분이신지?^^ 어쨌든 반갑습니다~!

강창래 2009-09-1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소문>이 민음사 책이군요.. 민음사는 대한민국의 메이저 출판사 가운데 하나이며 그런 만큼 역할을 해야 하리라고 믿습니다. 최근에 제가 이어령 선생님과 대담을 하고 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50년대 문학을 이야기하다 보니, 민음사 창립자이신 박맹호 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사실 민음사는 한국의 살아 있는 메이저출판사로서 살아 있는 출판역사이기도 하죠. <소문>이 실제로 성공하는 좋은 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강창래 2009-09-1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문님, 빨리 처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맞습니다. 저는 글을 쓴 강창래입니다. 사실.. 저는 좀 거창하게 말하면 페미니즘에, 휴머니즘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헤 아픔을 겪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저도 조금 알고 있고요. 기회가 되면 제가 좋아하는 페미니스트 한 분과도 대담집을 쓰고 싶습니다. 이번 일은 저에게 <소문>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된 인연이었습니다. 그럼, <소문>이 잘 된다는 소문을 자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somun 2009-09-18 07:41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소문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가지게 되셨다니 다행이고 기쁘네요. 님의 책도 좋은 반응 계속 있으시길 빕니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를 읽고 또 얘기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종종 들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