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 하우스 1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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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체만 봐도 꽤 오래된 만화구나 싶은 느낌이 들지만,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이 작품을 다카하시 류미코 최고의 작품이라고들 한다. 예전엔 [왁자지껄 한심연립]이라는 이름의 해적판으로, 지금은 [도레미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나와있지만 원제는 [메종 일각]이다. 최고걸작이 시중에서 흔히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내용은 그녀 특유의 왁자지껄, 시끌벅적, 티격태격, 좌충우돌식 '청춘 명랑 연애 코믹'의 전형이다. 다만 다른 작품들과 달리 지극히 사실적인 설정 하에서 철저히 연애물+코믹물의 임무에 충실하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이만큼 웃기고 재미있는 만화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더구나 거의 만화적 비현실성이나 과장이 없이도 이만큼 웃기고 재미있는 만화는 거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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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이노의 비가 - 세계문제시인선집 10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 청하 / 198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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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릴케 문학선](민음사)이나 [릴케 전집](책세상)이 나오기 전까지 가장 흔하게 보이던 <두이노의 비가> 번역본이다. 독일어 직역본으로 되어있으며, 번역자는 [반지의 제왕] 등을 작업한 전문번역가 한기찬이다. 책은 <두이노의 비가>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여러 면에서 쌍을 이루는 두 대작을 한데 묶었다.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초에 세상을 떠난, 혹은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나 평생 전유럽을 돌아다니며 살았던, 또는 세기말적 데까당스로부터 1차대전을 체험하며 점점 형이상학으로 침잠해 들어갔던 릴케의 만년 대작... 면면을 되새겨볼수록 아무래도 21세기 초 남한의 독자들과는 참 먼 거리에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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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1998 제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20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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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상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고, 90년대의 황지우가 80년대의 황지우와 다른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초창기 그의 휘황한 기교가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던 것도 벌써 20여년 전의 일이니 아무도 그에 더이상 놀라지 않는 것이 정상이고, 저열하고 치열했던 이 사회도 적잖이 바뀌었으니 그의 시에서 외침과 재채기가 잦아들었대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부로의 침잠과 걸핏하면 요술 방망이처럼 등장하는 선불교와 세상만사 초탈한 듯한 자칭 '문학의 귀족주의'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결코 속세가 극락이 되었다는 뜻이 아니며 고차원적이라는 것은 결코 수사학적 허장성세와 등가가 아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선불교만 놓고 얘기해도, 선종도 어디까지나 대승불교의 일파다. 이 시집 어느 구석에서 대승보살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가?

나는 그의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변화로 보지 않고 후퇴 내지 (심하게 말하면) 은퇴로 본다. 그나마 썩어도 준치라고, 90년대에 새로 등장한 대부분의 형편없는 시인들보다는 여전히 낫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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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1 - 봉단편 ㅣ 홍명희의 임꺽정 1
홍명희 지음 / 사계절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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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문학이나 문학비평을 할 생각이라면 이 작품은 필독 한국문학 10선 안에 들어간다. 만일 당신이 대하소설, 역사소설 류를 좋아한대도 이 작품은 필독 10선, 어쩌면 5선 안에 들어간다. 순우리말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일제시대 소설에 대해, 혹은 월북작가에 대해 그렇다 해도 마찬가지로 5선 안에는 들어가고도 남을 듯하다.

이렇듯 숱한 문학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면서도 [임꺽정]은 또한 재미가 있다. 대하역사소설 특유의 재미도 물론 넉넉하거니와 토속어들의 진수성찬으로도 그러하다.(한 페이지마다 뜻을 모르는 단어가 한둘씩은 나올 정도다. 다행히 권말부록으로 자세한 설명들이 되어있지만.) 일제시대 조선의 3대천재 중 하나로 꼽혔던 벽초 홍명희 필생의 역작이라는 거창한 카피문구에 주눅들 필요도, 거꾸로 의심할 필요도 없다. 검증이 끝난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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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집주 - 현토완역, 개정증보판 ㅣ 동양고전국역총서 1
성백효 역주 / 전통문화연구회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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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를 번역하고 해설한 책은 수도 없이 많고 그중에서는 스타급 학자의 것도 있지만, 번역에 있어서나 해설에 있어서나 일단 '스탠더드'로 꼽히는 것은 이 저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선 표준으로 인정받는 원전을 읽은 다음에 그와 다른 독특한 해석들을 접하는 것이 옳은 순서가 아닐까 한다.

책의 구성을 보면 우선 한글 토가 첨부된 한문 원문이 큼지막하게 나온 다음에 한글 번역이 뒤따른다.(전통주의자들의 방법 그대로다.) 아래에는 해설이 딸려있는데 이 해설이란 것이 다름아닌 주자의 것이다. 따라서 해설도 한글 토가 첨부된 한문 원문과 한글 번역으로 되어있다.(번역자의 해설이 따로 있지 않다.) 즉, 단순한 [논어] 번역본이 아니라 [주희 해설판 논어]의 번역본인 셈이다. 여기에 반론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어쨌거나 정전(canon)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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