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1998 제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220
황지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물론 세상 모든 것은 변하게 마련이고, 90년대의 황지우가 80년대의 황지우와 다른 것은 당연한 노릇이다. 초창기 그의 휘황한 기교가 사람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던 것도 벌써 20여년 전의 일이니 아무도 그에 더이상 놀라지 않는 것이 정상이고, 저열하고 치열했던 이 사회도 적잖이 바뀌었으니 그의 시에서 외침과 재채기가 잦아들었대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부로의 침잠과 걸핏하면 요술 방망이처럼 등장하는 선불교와 세상만사 초탈한 듯한 자칭 '문학의 귀족주의'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결코 속세가 극락이 되었다는 뜻이 아니며 고차원적이라는 것은 결코 수사학적 허장성세와 등가가 아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선불교만 놓고 얘기해도, 선종도 어디까지나 대승불교의 일파다. 이 시집 어느 구석에서 대승보살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가?

나는 그의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변화로 보지 않고 후퇴 내지 (심하게 말하면) 은퇴로 본다. 그나마 썩어도 준치라고, 90년대에 새로 등장한 대부분의 형편없는 시인들보다는 여전히 낫긴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