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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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중편 둘(<변신>, <굴>)과 여러 단편 및 엽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1부는 대표적인 중단편들, 2부는 1쪽 내외의 아주 짧은 글들, 3부는 몇쪽 가량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책 말미의 해설에서 번역자는 2부가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2부는 물론이고 3부에서도 별로 완성도 높은 글은 찾지 못하겠다. 어떤 것은 대충 적어놓은 미완성 노트나 메모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2부의 짧은 글 하나는 3부의 보다 긴 글 중간에 다시 들어가있기도 한데, 후자가 그래도 2-3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읽을 만했던 <만리장성의 축조 때>이다.

역시 중심은 1부의 유명 중단편들에 있는 것 같다. 분량으로 보아도 전체의 2/3 가량을 차지한다. 그 유명한 <변신>은 물론, 추송웅의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의 원작인 <학술원에의 보고>나 쿠스트리차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시골의사>도 좋다. 다만 카프카의 단편 모두를 한 권으로 모아놓은 단편전집이 시중에 따로 나와있으므로 선택이 필요할 것 같다.(단편전집은 분량이 이 책의 3배 가량이나 된다.)

번역은 그렇게 추천할 만하지 못하다. 문장 자체가 거의 독일어의 직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것이 카프카 특유의 건조하고 까탈스러운 문체, 더구나 비사실적인 내용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특히 <굴>같은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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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몽 1
키시로 유키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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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하게 많은 SF 만화(애니메이션은 제외) 중에서 최고의 걸작을 꼽으라면 [아키라], [나우시카], [잉칼] 정도가 아닐까 한다. [총몽]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바꿔 말하면 특A급은 아니다. 대신 A급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적지 않은 일본만화의 단점, 즉 엄청나게 거창한 주제의식과 의문점들을 앞에서 던져놓고 뒤에 가서는 흐지부지 넘어가버리는 문제를 이 작품 역시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해가 지나 속편 [총몽-라스트 오더]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어떻게 보충되고 마무리될지 계속 지켜봐야할 새 숙제를 부여받긴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대단한 작품인 것만은 틀림없다. 재미있고, 놀랍고, 박진감 넘치고, 매력적이고, 그리고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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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인과 분석철학
로마노스 / 지평문화사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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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기로 이름난 콰인의 언어철학에 대한 해설서로 나온 이 책은 두 가지 번역본이 현재 시중에 나와있다. 그중 먼저 번역되어 나온 이 판본은 번역에 있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문화사에서 2002년 3월에 새롭게 번역이 되어 나왔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대학원을 다닐 때 수업교재로 보기는 했으나 내용은 별반 기억나는 게 없다. 콰인이 자기 이전까지의 언어분석철학 전체를 비판하며 철저한 상대주의를 내세워 일대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물론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사실 정도밖에 머리 속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대부분 사람들의 실제 삶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보이며, 마치 이공계의 한 분야처럼 철저히 세분화, 전문화되어버린 현대 영미철학의 한 분과에 대한 정보가 여러 해가 지나도록 머리 속에 남을 턱이 없다. 위에 '미디어 리뷰'라고 나와있는 것도 사실은 책 서론의 마지막 문장을 그대로 베낀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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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론
J.롤즈 지음, 황경식 옮김 / 서광사 / 199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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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분석철학의 지배 하에 있는 것이 현대 미국의 철학계이지만 거기에도 사회철학은 있다. 다만 좌익과 우익 간의 대립이라는 기본구도를 갖고 있는 유럽과 달리 좌익 사상이랄 것은 거의 없고 우익 중에서 여러 분파가 있을 뿐이다. 자유방임주의, 공리주의, 사회계약론적 입장 등이 그것인데, 그 이전까지 주류를 이루었던 공리주의적 전제를 전면적으로 비판하며 사회계약론적 입장을 들고 나와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 책이다.(첫 출간은 1971년에 되었다.)

그 방법은 역시 분석철학적 관점이 전제된 것이어서, 전통적인 사회철학의 방법인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라는 식보다는 '무엇을 정의라고 사람들이 합의할 수 있는가'라는 식이 근간을 이룬다. 마치 국회에서 밀고당기기 끝에 법률을 제정하는 모습이 연상될 수도 있고 '정의를 말로 세울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비판도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지만, 어쨌거나 롤즈는 사회계약론이라는 하나의 이론에 입각하여 우직하게 자신의 이론을 정립해나간다. 그것에 대한 수용여부는 독자의 몫일 것이며, 다만 워낙 쉽지도 않고 얇지도 않은 저술이라서 '어떤 소리인지 한번 들어나보자'기에는 부담이 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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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상사: 비판적 사회인식의 발생사 한울총서 3
平田淸明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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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사회사상사]라고 되어있지만, 정확하게 책의 내용은 베이컨에서 루카치와 그람시까지, 사회계약론과 계몽사상과 공리주의와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 등, 다시 말해서 근대 유럽의 사회사상에 국한되어있다. 이런 주제로 나온 책들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그중에서도 그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참고해온 적당한 개설서 중의 하나로 무난하게 추천할 만하다.

원작은 79년경에 쓰여졌다고 하며, 지은이로 나와있는 平田淸明은 편저자로서 전체 8장 중 1장을 저술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각 장별로 해당분야의 전문가들이 집필했다. 요컨대 70년대 일본의 진보적인 학자들이 공동집필한 근대 유럽 사회사상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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