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중편 둘(<변신>, <굴>)과 여러 단편 및 엽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1부는 대표적인 중단편들, 2부는 1쪽 내외의 아주 짧은 글들, 3부는 몇쪽 가량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책 말미의 해설에서 번역자는 2부가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2부는 물론이고 3부에서도 별로 완성도 높은 글은 찾지 못하겠다. 어떤 것은 대충 적어놓은 미완성 노트나 메모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2부의 짧은 글 하나는 3부의 보다 긴 글 중간에 다시 들어가있기도 한데, 후자가 그래도 2-3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읽을 만했던 <만리장성의 축조 때>이다.역시 중심은 1부의 유명 중단편들에 있는 것 같다. 분량으로 보아도 전체의 2/3 가량을 차지한다. 그 유명한 <변신>은 물론, 추송웅의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의 원작인 <학술원에의 보고>나 쿠스트리차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시골의사>도 좋다. 다만 카프카의 단편 모두를 한 권으로 모아놓은 단편전집이 시중에 따로 나와있으므로 선택이 필요할 것 같다.(단편전집은 분량이 이 책의 3배 가량이나 된다.)번역은 그렇게 추천할 만하지 못하다. 문장 자체가 거의 독일어의 직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데, 이것이 카프카 특유의 건조하고 까탈스러운 문체, 더구나 비사실적인 내용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특히 <굴>같은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