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말 그대로 목판영인본이다. 한글해설 따위는 전혀 실려있지 않다. 전문연구자들에게만 유용한 일종의 자료집이다. 민족사에서는 [선문촬요]를 이런 방식으로 두 권으로 나누어냈으므로 '책을 읽고 싶은' 독자들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본'을 구해야 한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번역본'에는 한문원문이 또 전혀 실려있지 않다.) [선문촬요] 국역본은 민족사 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시중에 나와있으니 어느 것이 더 좋을지는 직접 보고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20세기 초 돈황에서 발굴된 '완전판' <이입사행론>을 번역하고 해설한 책이다. 제목은 [달마어록]으로 되어있지만 사실상 하나의 저술만을 다루고 있는 까닭은 역자가 보기에 확실하게 달마의 어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관심론>은 달마가 아니라 북종선의 태두 신수의 저술임이 돈황본의 출토를 통해 확인되었으며, 야나기타 세이잔은 그밖의 것들도 과연 달마의 어록이 맞는지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원래는 번역만 해놓으면 50페이지 정도인 텍스트를 원문, 번역, 주해까지 매우 꼼꼼하게 정리해놓았다.(주해가 본문보다 더 긴 유형에 속한다.) <이입사행론>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급의 역해서이다.
영남불교대학의 교재시리즈 중 하나이다. 중국선종의 창시자인 달마대사의 어록(으로 알려진 것) 중 <혈맥론> 전체, <관심론> 전체와 <이입사행론> 중 제1장을 묶었다. 같은 곳에서 나온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 구성으로, 별도의 해설은 실려있지 않고 매쪽마다 윗단엔 한문원문과 독음, 아랫단엔 번역문이 병기되어있는 구조다. 글자가 무척 크다.<관심론>은 사실 달마가 아닌 신수(혜능과 동시대 인물로서 북종선의 태두)의 저술인 것으로 돈황본 문서의 출토를 통해 확인되었고, <이입사행론>의 경우엔 수십 개의 장 중 맨앞의 제1장만이 실려있어 별 의미가 없다. 자연스럽게 이 책의 핵심은 <혈맥론>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하지만 달마가 아닌 신수의 저술이라는 사실만으로 <관심론>을 내다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다만 달마가 남긴 말을 듣고자 함이 동기인 분들이라면 알아두기는 해야 하겠기에.)따라서 달마의 어록 중 가장 중시되는 텍스트인 <이입사행론>이 필요하다면 다른 책을 구해야만 한다. 일본학자 야나기타 세이잔이 주해한 [달마어록] 등이 있으며, 위의 세 글을 위시하여 중국과 한국 선종의 주요저술들을 모아놓은 유명한 고전 [선문촬요]도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있다.
그림으로 보나 캐릭터로 보나 스토리로 보나 [용비불패]는 좋은 만화다. 특히 탄탄한 스토리 구조는 허풍만 잔뜩 떨다 뒤숭숭하게 끝나버리는 숱한 2류작들과의 결정적인 차이다.(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었던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던 듯하다.) 그에 상응하는 만화팬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어서 한국 무협만화의 부흥기를 열었다고 칭찬도 자자하다.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본다.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독창성이랄까 한국적 고유성의 부족이다. 주인공 용비의 성격과 개인사(과거와 현재가 뚜렷이 대비되는)는 일본만화들에서 이미 많이 봤던 것들이고, 배경이며 기타 설정들은 하나같이 중국을 무대로 한 무협장르의 전통에서 별로 벗어나있지 않다. 말하자면 '중국+일본'인 셈이다. [바람의 검심]이나 [베가본드]와 비교했을 때 이 작품에 아쉬움을 갖는 가장 큰 이유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한국 주인공이 활개를 치는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해본다.
80년대 한국만화계를 휩쓸었던 것이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던 데 비해 70년대 일본만화계를 휩쓸었던 것은 [내일의 조](본작의 원제)였다고 한다. 야구와 권투라는 조금 떨어져있는 분야를 각각 다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두 주인공의 캐릭터 상 유사성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만큼 한일 두 나라의 후속 스포츠 만화들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문제작인 셈이다. 듣자니 전공투 학생들이 이 만화를 늘 끼고 다니며 조와 자신들을 동일시하곤 했다나? 극좌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본작을 관통하고 있는 정서가 '극단적'이라는 반증에 다름아닐 것이다. 목탄화 방식으로 거칠고 어둡게 그려진 그림체, 모든 것을 걸고 끝내 부서져가는 주인공, 그리고 '옛날 얘기'임을 재확인시켜주는 주변환경들(지금의 부유한 일본과는 무척 다른)까지, 그야말로 한 시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