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 She Wanted
이상은 노래 / 아이 드림 미디어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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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이후 이상은의 명곡 행진은 수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고 나도 그 중의 하나지만, 이 음반에 대해서만큼은 그리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같은 시기 발매된 다른 음반들과 비슷하다. 이른바 신비적이고 동양적이며 서정적이고 환성적이고 등등. 그러나 음반으로서의 완성도는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영화음악 음반이라는 것이 대개 그렇듯이 짧은 연주곡들이 중간중간에 배치되어있어 음반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하고 있고, 음악적 색채도 다소 지루하리만치 한 가지 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슬프고도 애달픈 봉자라는 여인의 인생편력을 안개처럼 어루만져주고, 그리고 끝이다. 5집 이후(3집도 괜찮다) 이상은의 다른 음반들을 다 들어본 후에 찾아도 늦을 것은 없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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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가 - 조상현 1집
조상현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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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반 표지를 보면 '판소리 창극'이라는 희한한 명칭이 붙어있는데, 판소리는 어디까지나 판소리고 창극은 어디까지나 창극이다. 판소리는 전통적인 양식에 따라 1명의 노래(소리)와 1명의 고수(북 반주)가 모든 것을 맡아 가창을 중심으로 끌어가는 것이고, 창극은 일제시대에 새로 생긴 양식으로서 일종의 '판소리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녹음에도 두 장르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는데, 판소리 음반이라고 하면 거의 북 반주만으로 소리꾼 혼자서 한 것인 반면 창극 음반은 여러 소리꾼이 돌아가며 녹음을 하거니와 반주도 북만이 아닌 여러 악기가 동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음반은 그중 '창극 음반'이라고 콕 찝어서 말해주어야 맞다. 1960-70년대에는 판소리 음반보다는 이런 창극형태의 음반이 훨씬 많았는데, 이것 또한 그중의 하나이다. 가창진으로는 조상현 외에 정권진, 신영희, 은희진, 안숙선 등이 함께 하고 있다. 그밖에 연주진에도 대금에 서용석, 아쟁에 박종선, 북에 김명환 등이 참가하고 있다. 모두들 한가닥한다는 명인명창들이니 이것을 조상현의 독집음반이라고 얘기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겠다. 워낙 대가들이 함께 한 녹음이니 기본 이상인 거야 당연한 얘기겠지만, 창극 음반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산만하고 깊이가 부족한 한계를 극복할 수가 없게 되어있다. 창극은 오히려 공연으로 볼 때 재미가 있고, 감상용으로 음반을 구입할 때는 일단 판소리 음반을 찾는 것이 좋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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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 춘향가 2집
김소희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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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정 김소희 하면 20세기 후반의 소리꾼(판소리를 하는 사람) 중에서 여성으로는 단연 최고로 추앙받는 명인이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많은 녹음 중에서도 첫손에 꼽는 것이 70년대에 녹음된 [춘향가]와 [심청가]다. 이 음반은 그중 [춘향가]를 CD로 재발매한 것이다. 총 6장의 방대한 분량이며, 한 장씩 분매하고 있다.(초보자라면 인트로에 해당하는 1집보다는 2집이나 3집을 먼저 사서 들어볼 것을 권한다. 물론 한꺼번에 6장을 다 사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초보자에게 이 '김소희 춘향가'를 1순위로 권하는 까닭은 여러 가지이다. 첫째로는 녹음 자체가 길이길이 남을 특급 명반이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구하기도 쉽고 음질도 훌륭하기 때문이고, 셋째로는 듣고 이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셋째 이유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덧붙이자면, 김소희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초보자나 외국인이 들어도 별 부담이 없을 만큼 덜 허스키하고 빨리 친해지기 쉬운 음색이라는 점이 하나 있고(그러나 아무리 들어도 결코 질리지 않을 만큼 깊이도 대단하다), '춘향가' 자체가 가진 내용과 악곡의 대중성이 또 하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적인)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판소리 음반은 많지 않다. 어떤 것은 음질이 너무 떨어지고(예컨대 임방울), 어떤 것은 초보자에게는 영 귀에 들어오지 않으며(예컨대 박록주나 박봉술), 어떤 것은 아예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다(예컨대 한승호). 감히 자신하건대 정부가 집집마다 1장씩 나눠줘야 할 음반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덧붙여, 남성 소리꾼의 춘향가 명반으로는 조상현이 브리태니커에서 낸 6장짜리(박스셋)와 은희진이 서울음반에서 낸 5장짜리(분매)를 함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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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 - Handmade
이정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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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중반 이래 숱한 명곡들을 만들어내어온 '노장'(50대 중반이니 이런 표현이 실례만은 아니라고 본다) 이정선의 오랜만의 신보다. 포크 시대, 블루스 시대를 지나 이제 그는 '어쿠스틱 시대'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록곡의 대다수는 포크 기타 반주와 슬렁슬렁 거닐듯이 흥얼거리는 보컬을 중심으로 한 곡들이다. 장르로 보자면 블루스와 포크가 기반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겠고(재즈 취향도 살짝 비친다), 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에릭 클랩튼의 [언플러그드] 음반이 쉽게 연상된다.

굳이 정해진 장르 이름들을 뒷전으로 제치고 '어쿠스틱 음악'이라는 애매한 말을 쓴 것은 그가 이미 특정 장르에 국한될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땅에 블루스를 열심히 전파하고 다니던 80년대에도 그는 12마디 흑인 블루스 형식에 얽매였던 적이 없었거늘, 그로부터도 이미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이를 말이겠는가. 통기타와 단촐한 반주만을 대동한 노 음유시인의 자태가 굳이 폼잡으려 하지 않아도 슬며시 풍겨나온다. 요즘 시대에 접하기 드문, 여유로 가득한 음반이다.(그 여유가 한창 혈기 넘치는 세대에게는 싱거움과 지루함으로만 받아들여질지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이것도 모두 취향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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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새 소리 미래사 한국대표시인 100인선 20
백석 지음 / 미래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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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백석 전집'이라고 되어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해방 이전의 시전집'이다. 다시 말해 산문이나 해방 이후의 작품들은 수록되어있지 않다. 자가본으로 발간했다는 시집 [사슴]을 모두 수록하고 있는 1부는 기대만큼은 아니었고, 오히려 여러 매체에 개별적으로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은 2부의 수준이 높다. 1부가 그만큼 초기 작품들이라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 자신 동향이자 고교 선배인 김소월을 무척 존경했다는 데에서도 짐작이 가듯, 백석의 시세계는 기본적으로 소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경 유학생 출신의 인텔리이면서도 작품들을 지배하는 것은 철저하게 민족적이고도 민속적인 정서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옛날말에 평안도 사투리까지 더하여져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들이 속출한다. 문화인류학 민속지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 것도 이런 탓일 게다. 이 멀찍한 공간적-시간적 거리감 사이에서 나는 종종 두리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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