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이코노미 - 지구를 살리는 새로운 경제학
레스터 브라운 지음,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옮김 / 도요새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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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환경문제, 하면 흔히들 '개발 대 보전'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받아들이곤 하는 것이 최근의 세태 중 하나이다. 이 말을 풀자면 '경제적 이익을 포기해야만 환경이 보전된다' 정도가 되겠는데, 실은 별로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치밀하고도 광범위하게 이해시켜주고 있는 책이 이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관련 민간연구소인 '월드 와치'의 좌장격인 레스터 브라운이 저술한 이 책은 전력 생산, 식량문제, 자연환경 보전, 인구문제 등 다방면에 걸쳐 단지 왜 지금 환경문제가 매우 심각하고도 시급한지만이 아니라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그것도 농촌공동체로 돌아가자 등속이 아닌 '현대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까지를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를 동원해가며 역설하고 있다. 딴은, '생태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는 과거 정치경제학(정확하게는 맑스주의 경제학) 이래 경제학도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비전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책이 제시하는 숱한 수치와 자료들이 얼마나 정확한지 따위에 있지 않다. 그런 것들은 언제라도 새로운 조사와 연구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으며, 그래봐야 얼마간이 지나면 또다시 뒤집어지기도 하는 류의 것이다. 핵심은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에 있다. 레스터 브라운의 관점은 명확하다. 정책(예를 들면 조세제도의 혁신)을 통해서, 그리고 기술을 통해서 해결점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속가능 발전론 내지 기술지상주의라고 불러도 큰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다. 이는 분명 하나의 관점이며, 여기에 동의할지 여부는 각자가 알아서 판단해야 한다. 어떤 이는 이거야말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이라며 반가워할 것이고, 어떤 이는 그런 식으로는 결코 해법이 나올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지루한 탁상공론에 맴돌다 사람들을 질려버리게 만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겠다. 환경문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데만큼은 모두가 동의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기왕이면 특정한 입장에 대한 원론 차원의 옹호나 비판만이 장황하게 이어지는 책보다는 이처럼 한 입장에 의거하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쪽이 많이 읽혀졌으면 한다. 환경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일독할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물론 대중서라고 불러주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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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디트 - 의적의 역사
에릭 홉스봄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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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적의 역사'라는 부제에 홀려 로빈 후드가 뛰어다니고 홍길동이 날아다니는 내용을 기대했다면 몇 십 페이지도 못 가 책장을 덮고 말 확률이 크다. 그런 독자들을 위해서라면 [수호지]에서부터 [로브 로이]까지 다종다양한 소설과 영화들이 이미 준비되어있다. 에릭 홉스봄은 소설가도 시나리오 작가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명망 높은 역사학자로서, 그는 참으로 착실하게도 산적(의적을 포함하여)이라는 직업을 택한 인간들에 대한 역사학적 고찰을 이어나간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시골의) 산적은 (도시의) 갱스터와 어떻게 다른지, 의적들이 지녔던 가치관은 혁명가의 그것과 어떻게 달랐는지, 산적의 출신성분과 활동공간은 대체로 어떠했는지, 그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기타등등. 요컨대 이 책은 산적이란 누구인가에 대한 학술적 고찰이지 영웅담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어나가는 편이 나으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꼭 좀 이 책의 독자가 되어줘야 할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선정된다. 우선 산적을 소재로 뭔가 창작물을 만들어내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말할나위 없는 필독서임을 확신한다. 특히 좌파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지적해내는 '산적의 의미와 한계'는 마음 속에 담아둘 가치가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의적이니 테러리스트니 아니키스트니 하는 단어들에 괜시리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부류의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특히 9장 '부의 징발자'와 부록 2 '산적 이야기의 전통' 후반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번역은 착실하긴 하지만 그다지 노련하다고는 못할 것 같다. 직역에 가까운 딱딱한 문체가 종종 이해력을 내놓으라며 출몰콘 한다. 반면에 책의 만듦새는 칭찬할 만하다. 편집이며 디자인 모두 훌륭하고 오탈자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보다는 다소 엉뚱해보일 수도 있는 아쉬움을 하나 언급해두고 싶다. 숱하게 거론되는 [수호지]는 물론이고 인도, 인도네시아, 나아가 일본의 사무라이들까지도 종횡무진으로 망라되는 산적의 목록에서 끝내 홍길동이나 임꺽정, 장길산의 이름 한 줄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초판도 아닌 세 번째 개정임을 홉스봄 스스로 밝히고 있다보니(초판은 1969년에 나왔다고 한다) 그 정도가 조금 더한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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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4집 - 전인권과 안 싸우는 사람들
전인권 노래 / 미디어신나라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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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곳에서의 호평을 접하고서 들어보았지만, 한 마디로 실망이다. 기실 전작인 3집도 명반이라고까지는 못하겠지만 이보다는 한결 나았다. 앞쪽에 배치된 4~5곡, 그러니까 <운명>이나 <다시 이제부터>, <강해야지> 등에서 참으로 여러 해만에 내 마음을 움직이는 전인권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단지 그 뒤로 줄줄이 잇따르는 10곡 남짓이 별로인 게 탈이었지.) 하지만 이번엔 아무리 찾아봐도 <걱정말아요 그대> 정도가 고작이다. 애써 1~2곡을 더 꼽아본댔자 별로 나아질 것은 없다.

아무리 그가 한국 락의 산 증인이고 아무리 순탄치 않은 삶을 견뎌내고 오십이 넘은 지금껏 포효를 하고 있다 해도, 기본적으로 곡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음반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의 포효가 그 자체로 마냥 좋다면 공연에 가서 흠뻑 취해보고 인간 자체를 좋아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나의 결과물로서의 음반에 대한 평가는 좀 냉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닌 게 아니라, 음반 구입에 쓸 돈으로 그의 콘서트에 한 번 더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다.

전인권뿐 아니라 신중현, 한대수, 이정선, 하덕규, 김수철, 한영애 등 많은 노장과 중견들이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모습은 충분히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음반 발매에 있어서만큼은(특히 선곡) 좀 신중을 기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과거의 명반들이 아직도 애틋한 탓이다. 두 장 낼 것 아끼고 축약해서 한 장을 잘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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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즈 - [할인행사]
Doors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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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에게 전설이자 전율로 남아있을 그룹 도어즈의 DVD는 우리 나라에도 꽤 여러 가지가 나와있다. 그러나 일순위로 꼽을 만한 것은 역시 본작이다. 알라딘의 설명이 말해주고 있듯이, 본작은 원래 별개로 발매되었던 3개의 비디오를 하나의 DVD에 합친 컬렉션 성격의 물건이다.(그렇다고 화질이나 음질이 VHS 수준이라는 말이 아니다.)

헐리우드 보울에서의 라이브 전체를 수록한 'Live At Hollywood Bowl' 외에 다양한 종류의 무대공연 장면, TV 음악프로그램 출연장면(존 레논이나 니르바나가 그랬듯이 도어즈도 당시에는 곧잘 TV 프로에 출연하곤 했다), 방송용 뮤직비디오 클립(그 당시에도 이런 게 있었다), 기타 기록영상들을 음악과 함께 버무려놓은 'Dance On Fire'와 'Soft Parade'가 함께 들어가있으며, 보너스로 2곡의 라이브가 추가되었다.

원래 [The Doors Collection]이라는 제목의 2장짜리 LD로 미국에서 발매되었던 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컨셉트인데(다만 보너스 트랙의 내역은 꽤 다르다), 다행히 저렴한 가격의 1장짜리 DVD로 라이센스 발매가 되어서 무척 반갑다. 물론 다큐멘터리같은 것이 아니라 도어즈가 남긴 동영상 기록들을 그냥 모아놓은 것이므로 별도의 자막은 제공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유럽 라이브 등 몇 가지 DVD가 더 나와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우선 본작을 충분히 감상한 다음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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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조경
홍광표.이상윤 지음 / 동국대학교출판부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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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한국 전통조경에 대한 이론적 천착을 하고 있는 책이 아니다. 그냥 도감이라고 말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로, 도감의 성격에 충실한 책이다. 궁궐, 사찰, 서원, 정자 등의 분야에 걸쳐 대표적인 한국 전통 건축물들에 대한 기본자료들을 모아놓았다. 여기에는 조경적 측면뿐 아니라 조영의 역사와 배경, 입지성, 배치형식 및 공간구성 등이 세세히 포함되어있어서 조경 전공자만이 아닌 답사용으로도 꽤 쓸모가 있어보인다. 첨부된 도판, 지도, 사진 등도 풍부한데, 다만 사진이 모두 흑백이라는 점이 조금 아쉽다. 참고로 대표필자가 동국대 사찰조경연구소의 소장인 만큼 사찰건물이 가장 많은 비중(120여쪽)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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