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 1
이루 지음 / 영진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디지털 시대의 필름복고붐이 좋으니 그르니 하는 이야기는 생략한다. "누가 뭐래도 나는 LP가 좋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듯 필름 사용자는 앞으로도 한동안 존재할 것이며, 중대형 디지털 포맷의 대중화가 아직은 요원하다는 점만으로도 필름의 시대는 한동안 더 지속될 것으로 봐야 마땅할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시대적 흐름 때문에 묘한 변화가 하나 생겨났으니, 예전에는 대다수의 아마추어가 필름에 대해 거의 모르면서도 전혀 답답해하지 않았던 반면 요즘 필름을 붙들고 씨름하는 사람들은 그런 답답함을 참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상에 대한 응답으로 드디어 이런 책도 출간이 되었다.

책의 수준은 딱 필름 초보에 맞춘 정도로 되어있다. 머리 아프도록 꼼꼼한 원리적 설명은 대충 훌쩍훌쩍 뛰어넘고 바로 실사용 시의 가려움을 긁어줄 수 있는 FAQ들로 넘어간다. 그 결과 '필름에 관한 인터넷 FAQ 모음집' 비슷한 성격이 되었다. 장점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아쉬움이 좀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필름 제품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들, 필름 스캔을 위해 알아둬야 할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용들, 흑백 자가인화 방법, 35mm 외의 다양한 필름 포맷들에 대한 설명까지를 기대했으나 그런 내용들은 없다. 35mm 필름에 한한 일반적 수준의 FAQ식 설명들 + 흑백 자가현상 방법 정도가 다루고 있는 범위의 전부이다. 반면 제1장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촬영의 기본지식에 대한 부분은 의아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걸 모르면서 이 책을 펼쳐드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필름 사진에 대한 최초의 종합안내서라는 희소성만으로도 그 가치는 인정받을 만하다. 또한 다루고 있는 범위에 관해서만큼은 충분히 잘 쓰여져있는 것 같다. 저자가 충무로에서 현업으로 현상인화 일을 하고 있는 전문가라는 점은 상당한 신뢰성을 부여하며, 이러한 경력이 서술의 여기저기에 잘 베어나있는 점도 돋보인다. 필름을 사용해가면서 그때그때 웹을 뒤져가며 주먹구구 식으로 익히는 것보다는 비싸지도 않은 이 책 한 권을 먼저 일독해놓는 것이 한결 현명한 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 사진사 드라마 50
진동선 지음 / 푸른세상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사진을 시작할 무렵에는 대개들 쨍하고 화려한 사진을 선망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구력이 조금 쌓이면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사진이 세상에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우선 고전적인 명작들이 있고 이어서 현대사진의 세계가 있다. 전혀 달라보이는데 둘 다 명작이란다. 이쯤 되면 슬슬 결단을 내려야 함을 느끼게 된다. 사진사(史)를 공부할 때가 된 것이다.

어느 분야가 되었건 그것의 역사를 일괄한다는 것은 상당히 유용한 이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의 역사, 과학의 역사, 예술의 역사, 사상의 역사... 특히 사진사처럼 그 출발점이 분명하고 기간이 그리 길지도 않다면 더욱 좋다. 사진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 동안 어떤 사조와 이슈들이 있어왔고 누가 거장으로 손꼽혀왔는지를 일별해보는 것만으로 사진에 대한 이해는 몇 배쯤 증대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어떤 책부터 집어들 것인가? 우선 떠오르는 게 이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보먼트 뉴홀의 것이다. 하지만 고전에도 단점은 있게 마련이니 우선 너무 옛날에 쓴 책이라는 점이다. 또한 어딘가 전문적이고 난해하고 지루할 것 같은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요긴하다. 우선 일반인들이 어려워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사실관계의 증명이나 기록성보다는 재미를 겸한 입문적 소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구절구절마다 에피소드도 삽입하여 다소간의 극적 재미도 더했다.

이를테면 사기 '열전'의 필체를 취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픽션의 수준으로까지 치닫는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극적'인 부분들이 그렇게까지 흥미진진하지 않아 김이 좀 빠질 정도니까.(하지만 이런 요소가 만만하게 책장을 넘기게끔 만드는 데는 확실히 기여를 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사진의 탄생에서부터 1990년대의 최신 흐름까지를 고른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이 모두를 섭렵하려다보니 살짝 겉핥기 식인 것만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부족함이 느껴진다면 다른 책을 더 보면 되는 것이니 문제될 일은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다른 데 있다. 무엇보다도 왜 이렇게 오탈자가 많은지 정말로 궁금하다. 이쯤 되면 편집부 직원이 놀았다는 얘기다. 인명 표기에서의 관례적인 오류도 아쉽다. 하나같이 한국 사진계에서 맨날 틀리게 하는 표기법 그대로이다. 입문자를 위한 책이므로 더욱 신경을 써야 했을 부분이다. 다른 차원으로는 다루고 있는 작가들이 너무 미국이라는 나라에, 그리고 파인 아트라는 장르에 치우져있지 않은가 하는 부분이 있다. 살가도는 잠시 스치듯 언급되고 말 뿐이고 유진 스미스는 채 등장도 못하는 수모를 겪는다. 아시아권 작가의 이름은 아예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밖에 사진이 더 많이 실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한 작가당 1~2장은 너무 적다.

그럼에도 사진이라는 장르에 대해 좀 더 깊이있는 접근을 시작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우선 권하고 싶다. 이런 책 한두 권으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한 후 한정식이나 수잔 손탁 등의 저서를 통해 미학적 논의로 들어가는 것이 좋은 순서가 되리라 본다. 책에 나오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접할 수 있으니 실제작품 감상을 병행하여 읽어나간다면 사진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머니 속 애벌레 도감 생태탐사의 길잡이 2
손재천 지음 / 황소걸음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곤충도감은 참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종이 너무 많다. 크지도 않은 한국땅을 돌아다니고 있는 곤충들이 자그마치 1만종이 넘는다니 한 권에 다 담기도 힘들다. 더구나 탈바꿈이라는 곤충들의 생리특성상 한 종이 전혀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이 사진을 찍어내고 싣는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이다. 안 그래도 서로 분간하기 힘든 종이 무척 많은데 거기에 애벌레 시기의 모습까지 가세하면 전문가들이라도 머리를 싸매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책이 나와 반가운 마음이 우선 든다. 아마도 한국 최초의 애벌레 도감이 아닌가 싶다. 400종에 가까운 곤충 애벌레들의 사진과 설명을 포켓판만한 자그마한 크기로 엮어냈다. 생태관련 서적을 이미 여러 권 낸 출판사답게 편집도 잘 되어있다.

하지만 여러 모로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실려있는 곤충의 대다수가 나방류다. 지은이가 이 분야 전공이라서이겠지만 [나방 애벌레 도감 + 알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편중은 일반적으로는 단점으로 받아들여질 듯하다. 또한 애벌레 시기라도 여러 번 모습을 바꾸는 종이 많은데 많은 수가 한 가지 모습만을 담고 있다. 초판의 경우 틀린 부분이 적지 않아 출판사 홈페이지에서 정오표를 반드시 확인해주어야 하는 수고도 추가로 요구된다.

이렇게 '일부만' 다뤘는데도 450쪽이 넘어가고 있으니 과연 어려운 분야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한계의 많은 부분은 이 책 자체의 것이 아니라 한국의 곤충연구 전체에 해당하는 사항일 것이다. 최초의 성과라는 점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나방 애벌레 쪽을 제외하고는 기대만큼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경험담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 같긴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유 2007-08-21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벌레들만 모여있나봐요??

좀머 2007-08-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애벌레 도감이구요. 성충의 사진이나 설명은 생략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꿈꾸는 푸른 생명 거북과 뱀 - 심재한 박사의 파충류 이야기
심재한 지음 / 다른세상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파충류에 관한 몇 가지 상식문제: 살모사의 새끼는 이름 그대로 태어나면 어미를 잡아먹는다? 거북이는 알을 낳으면서 산고의 눈물을 흘린다? 백사는 정력에 최고다? 몸이 하얀 백사가 아니라 눈 쌓인 겨울에 돌아다닌다는 설상사가 진짜다? 장지뱀은 뱀의 일종이다? 독사에게 물리면 물린 부위를 열십자로 찢고 입으로 피를 빨아내야 한다? 모든 도마뱀은 육식성이다? 코브라는 피리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정답은 모두 '아니오'다(이 책에 의하면). 거북, 뱀, 도마뱀, 악어를 포함하는 파충류의 세계는 인간은 물론 포유류나 조류와도 너무나 달라 온통 낯설고 신기하며 혹은 징그러운 것 투성이다. 그만큼 오해도 많고 또 그만큼 알아가는 재미도 많다. 이러한 파충류의 세계에 대한 흥미진진하고도 친절한 안내서가 바로 이 책이다.

양서류에 관한 안내서인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의 뒤를 이어 나온 이 책은 앞권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를 목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쉽고 재미있다. 단순히 분류적 차이만 딱딱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한살이, 사람과의 관계, 기르는 법, 그들에 얽힌 옛이야기들까지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들이 담겨있으며 컬러사진도 충실하다. 한국의 파충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덕에 파충류 도감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딱 한 가지 단점이라면 2001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최근 연구성과가 반영되어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양서파충류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반증인지, 불과 6년 사이에 몇 가지 종이 추가로 발견되었고 어떤 종은 다른 줄 알았는데 같은 것이었으며 어떤 종은 중요한 특징이 새로 밝혀지거나 수정되었다. 이런 사실들은 보다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현존 유일의 양서파충류 겸용도감인 [주머니 속 양서.파충류 도감](황소걸음)에 모두 반영되어있으니 가급적이면 함께 구비하시기를 권한다.(그러나 전반적인 설명은 역시 도감만으로는 안된다.)

'다른세상'에서 나온 동식물 안내서들이 한결같이 좋다. 이유미 박사의 [한국의 야생화]야 충분히 유명하고, 포유류 안내서인 [저 푸름을 닮은 야생동물], 한국 조류학계의 대부인 원병오 박사의 [날아라 새들아]도 좋다. 도감만으로 채워지지 못하는 다양한 정보와 재미들이 가득하며, 나아가 같은 류의 다른 출판물을 (아이들용이 아니라 중고생 이상 성인용으로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적어도 더 나은 새 책이 나올 때까지는 하나같이 권할 만한 좋은 책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머니 속 양서.파충류 도감 생태탐사의 길잡이 5
손상호.이용욱 지음 / 황소걸음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태답사를 위한 책에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 모양이다. 꽃도감, 새도감, 곤충도감은 제법 되지만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딛을라치면 선택의 여지부터가 대폭 줄어든다. 전공연구자를 위한 난해하고도 묵직한 자료들을 제외한다면 일반인들로서는 구할 수 있는 책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양서류와 파충류 역시 마찬가지다. 심재한 박사가 낸 책 두 권(양서류 해설서인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와 파충류 해설서인 [꿈꾸는 푸른 생명 거북과 뱀])을 제외하면 당장 떠오르는 게 잘 없으며 이마저도 시중에서 절판되어가고 있는 중이다.(제발이지 책 한 가지가 나오면 한 10년은 안정적으로 유통되었으면 좋겠다. 책이 무슨 일회용품인가, 댄스뮤직인가.)

그러던 중 이 책이 나와주었다. 힘겹고도 뚝심있게 격월간 [자연과 생태]를 발간하고 있는 황소걸음 출판사의 '주머니 속 ~도감' 시리즈 중 한 권인데, 그 중에서도 이 책의 발간은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운 소식이었다. 과연 기대대로 내용도 알차다. 채 200쪽이 되지 않는 분량에 책 크기도 제목처럼 코트 주머니에 쏙 들어갈 만큼 자그맣지만 전혀 허물이 되지 않는다. 이 땅에 사는 양서파충류의 종류가 원래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그 안에 집어넣어놓은 내용은 다부지기 짝이 없다. 양서류와 파충류 각각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이 땅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종에 대한 낱낱의 소개와 충분한 양의 사진(종별로 이렇게 풍부한 사진을 제공하고 있는 도감을 그 동안 보기 어려웠다), 최신연구성과의 충실한 반영,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건강한 관점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앞으로 당분간 이 책을 능가하는 일반인용 양서파충류 도감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가격과 분량도 전혀 부담없는 수준이니 더욱 서슴없이 추천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