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 사진사 드라마 50
진동선 지음 / 푸른세상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사진을 시작할 무렵에는 대개들 쨍하고 화려한 사진을 선망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구력이 조금 쌓이면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사진이 세상에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 우선 고전적인 명작들이 있고 이어서 현대사진의 세계가 있다. 전혀 달라보이는데 둘 다 명작이란다. 이쯤 되면 슬슬 결단을 내려야 함을 느끼게 된다. 사진사(史)를 공부할 때가 된 것이다.

어느 분야가 되었건 그것의 역사를 일괄한다는 것은 상당히 유용한 이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의 역사, 과학의 역사, 예술의 역사, 사상의 역사... 특히 사진사처럼 그 출발점이 분명하고 기간이 그리 길지도 않다면 더욱 좋다. 사진이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 동안 어떤 사조와 이슈들이 있어왔고 누가 거장으로 손꼽혀왔는지를 일별해보는 것만으로 사진에 대한 이해는 몇 배쯤 증대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어떤 책부터 집어들 것인가? 우선 떠오르는 게 이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보먼트 뉴홀의 것이다. 하지만 고전에도 단점은 있게 마련이니 우선 너무 옛날에 쓴 책이라는 점이다. 또한 어딘가 전문적이고 난해하고 지루할 것 같은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요긴하다. 우선 일반인들이 어려워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사실관계의 증명이나 기록성보다는 재미를 겸한 입문적 소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구절구절마다 에피소드도 삽입하여 다소간의 극적 재미도 더했다.

이를테면 사기 '열전'의 필체를 취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다고 픽션의 수준으로까지 치닫는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극적'인 부분들이 그렇게까지 흥미진진하지 않아 김이 좀 빠질 정도니까.(하지만 이런 요소가 만만하게 책장을 넘기게끔 만드는 데는 확실히 기여를 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사진의 탄생에서부터 1990년대의 최신 흐름까지를 고른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이 모두를 섭렵하려다보니 살짝 겉핥기 식인 것만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부족함이 느껴진다면 다른 책을 더 보면 되는 것이니 문제될 일은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다른 데 있다. 무엇보다도 왜 이렇게 오탈자가 많은지 정말로 궁금하다. 이쯤 되면 편집부 직원이 놀았다는 얘기다. 인명 표기에서의 관례적인 오류도 아쉽다. 하나같이 한국 사진계에서 맨날 틀리게 하는 표기법 그대로이다. 입문자를 위한 책이므로 더욱 신경을 써야 했을 부분이다. 다른 차원으로는 다루고 있는 작가들이 너무 미국이라는 나라에, 그리고 파인 아트라는 장르에 치우져있지 않은가 하는 부분이 있다. 살가도는 잠시 스치듯 언급되고 말 뿐이고 유진 스미스는 채 등장도 못하는 수모를 겪는다. 아시아권 작가의 이름은 아예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밖에 사진이 더 많이 실렸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한 작가당 1~2장은 너무 적다.

그럼에도 사진이라는 장르에 대해 좀 더 깊이있는 접근을 시작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우선 권하고 싶다. 이런 책 한두 권으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한 후 한정식이나 수잔 손탁 등의 저서를 통해 미학적 논의로 들어가는 것이 좋은 순서가 되리라 본다. 책에 나오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접할 수 있으니 실제작품 감상을 병행하여 읽어나간다면 사진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데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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