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푸른 생명 거북과 뱀 - 심재한 박사의 파충류 이야기
심재한 지음 / 다른세상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파충류에 관한 몇 가지 상식문제: 살모사의 새끼는 이름 그대로 태어나면 어미를 잡아먹는다? 거북이는 알을 낳으면서 산고의 눈물을 흘린다? 백사는 정력에 최고다? 몸이 하얀 백사가 아니라 눈 쌓인 겨울에 돌아다닌다는 설상사가 진짜다? 장지뱀은 뱀의 일종이다? 독사에게 물리면 물린 부위를 열십자로 찢고 입으로 피를 빨아내야 한다? 모든 도마뱀은 육식성이다? 코브라는 피리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정답은 모두 '아니오'다(이 책에 의하면). 거북, 뱀, 도마뱀, 악어를 포함하는 파충류의 세계는 인간은 물론 포유류나 조류와도 너무나 달라 온통 낯설고 신기하며 혹은 징그러운 것 투성이다. 그만큼 오해도 많고 또 그만큼 알아가는 재미도 많다. 이러한 파충류의 세계에 대한 흥미진진하고도 친절한 안내서가 바로 이 책이다.

양서류에 관한 안내서인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의 뒤를 이어 나온 이 책은 앞권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를 목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쉽고 재미있다. 단순히 분류적 차이만 딱딱하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한살이, 사람과의 관계, 기르는 법, 그들에 얽힌 옛이야기들까지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들이 담겨있으며 컬러사진도 충실하다. 한국의 파충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덕에 파충류 도감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딱 한 가지 단점이라면 2001년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최근 연구성과가 반영되어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만큼 양서파충류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반증인지, 불과 6년 사이에 몇 가지 종이 추가로 발견되었고 어떤 종은 다른 줄 알았는데 같은 것이었으며 어떤 종은 중요한 특징이 새로 밝혀지거나 수정되었다. 이런 사실들은 보다 풍부한 사진자료와 함께 현존 유일의 양서파충류 겸용도감인 [주머니 속 양서.파충류 도감](황소걸음)에 모두 반영되어있으니 가급적이면 함께 구비하시기를 권한다.(그러나 전반적인 설명은 역시 도감만으로는 안된다.)

'다른세상'에서 나온 동식물 안내서들이 한결같이 좋다. 이유미 박사의 [한국의 야생화]야 충분히 유명하고, 포유류 안내서인 [저 푸름을 닮은 야생동물], 한국 조류학계의 대부인 원병오 박사의 [날아라 새들아]도 좋다. 도감만으로 채워지지 못하는 다양한 정보와 재미들이 가득하며, 나아가 같은 류의 다른 출판물을 (아이들용이 아니라 중고생 이상 성인용으로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적어도 더 나은 새 책이 나올 때까지는 하나같이 권할 만한 좋은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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