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Land - 민병헌 사진집
민병헌 지음 / 호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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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시리즈, 스노우랜드 시리즈 등 흑백 풍경사진으로 유명한 민병헌의 사진집 중 요즘 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책이다. 이 책의 정확한 제목은 [Snowland Sky Fog Gloom]이다. 다만 'Snowland'라는 단어는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나머지 단어들은 검은 바탕에 검은색 요철로 인쇄되어있기 때문에 얼핏 봐서는 제목을 [Snowland]로 오해하기 쉽다. 

사연은 이렇다. 2005년의 'Snowland' 시리즈가 이 책 앞부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96년의 'Sky' 시리즈, 98년의 'Fog' 시리즈, 2001년의 'Gloom' 시리즈가 조금씩 선별되어 뒷부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Snowland' 시리즈도 모두 실린 것은 아니다.) 즉, 신작 'Snowland' 시리즈 및 과거 대표작 모음 정도 되는 셈이다. 한국의 공근혜 갤러리와 프랑스의 보드앵 르봉 갤러리가 공동기획해서 이렇게 만든 것으로 되어있고, 서문은 산타 바바라 미술관의 사진 큐레이터가 담당하기도 했다. 

이 정도에 책값까지 정가 35000원이라면 좀 더 제대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무엇보다 판형이 요즘 사진집치고는 너무 작다. 하드커버가 아님은 물론 종이도 충분히 두껍지 않다. 책 가운데 부분도 잘 펴지지 않아 보기 불편하다. 100장 조금 안되는 작품 수량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책의 외양 때문인지 어딘가 빈약해보인다. 대표작선이라기보다는 비매품 포트폴리오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갤러리 밖에서도 민병헌의 사진들을 볼 수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이것 말고 구할 수 있는 그의 사진집이 몇 되지도 않으니 말이다. 작품들이야 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가히 이 시대의 수묵화라 부르기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아마도 당분간은 전시회가 열리면 부지런히 찾아가서 챙겨보는 것이 최선일 듯하다.(애당초 사진집보다는 전시장을 염두에 두고 찍은 사진들일 경우 역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저 참고 정도로 여기는 편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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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사진의 현재
수잔 브라이트 지음, 이주형 옮김 / 월간사진출판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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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파인아트 사진'이라는 분야가 있다. 사진을 분류하는 여러 방법 중 용도에 따른 분류법이 있는데, 상업사진(커머셜), 다큐/보도사진(포토저널리즘), 예술사진(파인아트)으로 나누는 것이다.(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도 이것이다.) 여기서 파인아트라는 말은 그 사진이 더 멋있거나 비싼 카메라로 찍었다거나 사진가가 더 유명해서가 아니라, 상업적 용도도 매체게재의 용도도 아닌, 오로지 시각예술작품으로 내놓기 위해 찍은 사진을 말한다.(물론 아마추어들의 취미, 재미, 기념, 장난, 연습 용도와도--경우에 따라 겉보기엔 비슷해보일지도 모르지만--전혀 다르다.) 

이런 지향점을 갖는 사진은 19세기 중반부터 있었지만, 특히 1980~90년대부터의 파인아트 사진은 무척 실험적이고 많은 경우 미술적인 방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뭐가 어떻게 예술이라는 건지, 이게 왜 훌륭한 사진인지, 이 사진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다. 관심 없는 사람은 지나치게 마련이고, 사진에는 관심이 있으나 이쪽이 낯선 대다수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애써 외면하거나 폄하하려 노력하곤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마음에 들건 안 들건 이해를 하건 못하건 일단 최소한의 발걸음이라도 떼어보는 것이다. 마침 몇 권 정도의 현대 파인아트 사진 입문서가 나와있어 크게 다행인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현대예술로서의 사진](샬럿 코튼 지음)과 이 책 [예술사진의 현재]가 있다. 전자에 비해 이 책은 A4보다 세로로 약간 짧고 가로로 약간 더 긴 큰 판형과 하드커버, 손색 없는 인쇄품질이 큰 장점이다. 일반적인 정식 사진집들에 비해 별달리 떨어지지 않아 사진 감상용으로 문제가 없다(전자의 책은 있다.) 책의 내용 역시 복잡한 이론적 설명보다는 작가와 작품 소개에 집중하고 있어 '현대 파인아트 사진가 대표선집' 같은 성격을 띄고 있다. 

인물, 풍경, 내러티브, 오브제, 패션, 다큐멘트, 도시의 7개 분야로 나누어 총 77명의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들을 소개하는데, 보통 1인당 2페이지에 한 문단의 저자 설명, 한두 문단의 사진가 자신의 말, 몇 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있다. 개괄적인 설명은 서문과 각 챕터별 서론으로 보충된다. 사진가의 이름 중에는 익히 유명한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마틴 파, 신디 셔먼, 낸 골딘 등도 있고,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도 많다. 요즘 이런 책들은 다행히 서양 사진가들에게만 치중하지는 않아서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의 사진가 이름도 보인다.(미국에 건너가 '니키 S. 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희 씨가 그이다.) 

'현대 파인아트 사진'이라고 통틀어 묶었지만 그 안에는 다큐멘터리도 있고 연출사진(마치 연극 포스터를 찍듯 찍는)도 있으며 합성사진도 있다. 최소한 알아보지도 않고서 어려울 거라 지레 겁먹고 피하기엔 너무나 다채롭고, 일부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경우에 따라 매우 의미심장하다.(나 역시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시각예술작품으로서의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책도 봐두어야 한다. 언제까지 50년도 더 된 까르띠에 브레송과 안셀 아담스만 따라하다 말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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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자연사진의 모든 것 포토 라이브러리 5
존 쇼 지음, 이훈구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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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진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설명해주듯, 자연풍경사진과 생태사진을 함께 다루고 있는 흔치 않은 케이스다. 생태사진은 보통 초망원렌즈를 이용한 포유류 및 조류 사진과 접사장비를 이용한 식물 및 곤충 사진의 두 분야로 구분되는데, 이 둘 모두를 다루고 있으니 결국은 풍경 + 초망원 + 접사를 망라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생태사진 쪽은 장비와 테크닉이 어쩔 수 없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서술이 유난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더불어 노출과 화면구성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물론 자연풍경에서는 훨씬 더 그렇다) 이쪽도 언급하긴 하지만 책의 무게중심은 어디까지나 갖가지 장비와 촬영기법, 요령 쪽에 맞춰져있다. 

초망원 렌즈, 텔레컨버터, 접사링, 디옵터 렌즈 등에 대해 각각 5쪽 가량씩을 할애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윔벌리 헤드, L자 플레이트, 플래시 익스텐더, 플래시 브래킷, 위장막 등등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도 쉽지 않은 물건들까지 줄줄이 설명해주고 있으니 이쯤 되면 레어 아이템에 관심이 많은 독자를 혹하게 만들 만도 하다. 

하지만 무작정 추천하기에는 다소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은 원서가 2000년에 출간된 것이라 그 이후의 기술적 발달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카메라에 대해서는 아예 한 마디 언급도 없으며, 그밖의 최신장비나 기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음으로는 다소 까탈스러운 서술방식이다. 쉽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내용들을 이해하기 어렵게 적어놓은 느낌을 피할 수 없다.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브라이언 피터슨의 책들과는 좀 다르다.(반면 브라이언 피터슨은 너무 단언을 해버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여러 분야를 다 다루다 보니 결국 개괄적인 수준에서 그치는 한계 또한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개정판이 다시 번역되어 나온다면 더 좋겠지만, 자연풍경과 생태사진을 함께 다룬 책을 찾는다면 그래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용할 정보들도 물론 풍부하며, 저자의 것으로만 채워진 예제사진들은 아주 훌륭하다. 풍경 혹은 접사만을 따로 다룬 책은 여러 가지가 나와있으므로 선택의 폭은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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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침묵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찍은 시대의 초상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김화영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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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사진, 캔디드(스냅) 사진, 르뽀 사진 등으로 불리는 것이 브레송의 주영역이다. 한 마디로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사는 모습과 약간의 풍경을 일체의 연출 없이 있는 그대로 (그것도 몰래) 찍는 방식이다. 이거 하나로 20세기 최고의 사진가 자리에 오른 사진가가 인물사진을 찍는다면 어떨까? 정답은 '거의 비슷한 식으로 찍었다.' 몰래라는 조건만 빼고.

당대의 명사급에 들던 유명사진가인데다 한때 회화 공부도 하고 영화 연출도 했을 정도로 문화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었던 그에게 여러 매체에서 인물사진 촬영을 맡겼던 모양이다. 그는 원래 하던대로 35mm 필름카메라를 가져가서(잠깐, 그 카메라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른 회사 제품이었대도 결과물의 차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같은 RF 방식을 쓰기야 했겠지만), 플래쉬도 없이 실외건 실내건 자연광만으로, 아무런 포즈도 표정도 배경도 연출하거나 부탁하지 않고, 심지어 "자, 찍겠습니다" 하는 말도 없이 스냅으로 찍어왔다. 그의 말에 의하면 15~20분쯤 들여서.

그런데 훌륭하다. 스냅이니 하나같이 명작일 수야 없지만, 일부는 참으로 그 인물의 핵심을 포착했구나 싶다. 대체로 집이나 사무실에 그냥 편안하게 앉아있는 모습을 바스트샷 정도로 찍은 것들인데, 하나도 별다를 게 없지 싶은데, 뭔가 정곡을 찌르고 있는 것만 같다. 흔히들 인물사진을 찍을 때 쓰는 말, 이를테면 대상을 편안하게 해줘라, 대화를 많이 나눠라, 각도는 어떻게 하고 조명은 저떻게 하고 따위와는 별로 상관이 없어보이는데, 그래도 훌륭하다. 대가는 대가인가보다. 

브레송을 최고의 인물사진가로 꼽을 생각은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아놀드 뉴먼이고 그 밖에 어빙 펜, 리차드 아베던, 애니 레이보비츠 등 포트레이트를 주영역 삼아 일평생 천착해온 거장들은 많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도 스티브 맥커리도 있고 그 옛날의 나다르를 제외시킬 이유도 없을 듯하다. 그래도 브레송을 빼놓기는 쉽지 않다. 초특급 대가가 일평생에 걸쳐 구축해놓은 인물사진의 한 방법론을 어찌 쉬이 간과하리오. 

그의 사후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재단이 기획한 최초의 전시회를 바탕으로 출간된 원서의 국역본이며, 독일에서 인쇄와 제본을 해온 것이므로 그쪽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다. 몇몇 인물의 사진은 더 많이 알려진 것과 다른 게 실려있기도 한데(모든 인물의 사진은 각기 한 장씩만 실려있다) 결점이 되지는 않아보인다. 사진집치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대신 책 크기가 B5 정도로 작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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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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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고전을 기념하여, 같은 해에 출범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재단의 주최로 열린 대표작선이다. 까르띠에 브레송 자신이 후기를 썼으므로(내용은 감사인사 뿐이지만) 작가의 감수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해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시기적 요인은 물론 내용적으로 봐도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명실상부한 대표작선이다. (일련번호에 따르면) 476장에 이르는 그의 흑백사진들, 구경할 일이 흔치 않은 그의 그림 35장(주로 데셍), 그리고 그가 찍힌 유년시절부터의 흑백사진 60여장, 여러 편의 분야별 논문, 빽빽한 서지정보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에서 인쇄와 제본을 해온 책의 퀄리티까지. 아마도 이 이상의 대표작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단지 분량이 몇 배쯤 많아지고 가격도 그만큼 비싸지거나, 아니면 몇 분의 일로 줄어들고 가격도 그렇게 되거나 할 수야 있겠지만. 

상당량의 사진들이 페이지당 2장씩 실리곤 해서 사진 크기에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거야 이미 들고다니기도 힘들 정도인 부피를 감안하면 감내해야 할 것이다. 컬러사진(그가 찍은 컬러사진도 실은 꽤 된다)은 단 한 장도 넣지 않았지만 작가의 의도가 그런 모양이니 할 수 없다.(아마도 그는 '작품은 흑백으로, 매체 게재용은 컬러로도'라고 생각한 듯하다.) 빠져서 아쉬운 사진이 몇몇 정도 있는 것도 같지만 어차피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전작집이란 말이 안되는 얘기고. 

순서는 대략 지역별로 되어있다. 프랑스와 그 인접국들, 남부 유럽과 멕시코, 소련, 인물사진들, 미국, 아시아 정도. 연대별로 실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대상지역에 따라 화면구성을 달리 하는 브레송의 방식을 살펴보기에는 이쪽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단지 연대별 색인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다. 번역 쪽에는 다소간의 불만이 있다. 암만 봐도 정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은 혐의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달랑 절판되어버린 2009년 현재상황 쪽이다. 이 정도 책은 지속적으로 쇄를 거듭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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