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2003년 프랑스에서 열린 대회고전을 기념하여, 같은 해에 출범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재단의 주최로 열린 대표작선이다. 까르띠에 브레송 자신이 후기를 썼으므로(내용은 감사인사 뿐이지만) 작가의 감수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해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시기적 요인은 물론 내용적으로 봐도 별로 흠잡을 데가 없는, 명실상부한 대표작선이다. (일련번호에 따르면) 476장에 이르는 그의 흑백사진들, 구경할 일이 흔치 않은 그의 그림 35장(주로 데셍), 그리고 그가 찍힌 유년시절부터의 흑백사진 60여장, 여러 편의 분야별 논문, 빽빽한 서지정보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에서 인쇄와 제본을 해온 책의 퀄리티까지. 아마도 이 이상의 대표작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단지 분량이 몇 배쯤 많아지고 가격도 그만큼 비싸지거나, 아니면 몇 분의 일로 줄어들고 가격도 그렇게 되거나 할 수야 있겠지만. 

상당량의 사진들이 페이지당 2장씩 실리곤 해서 사진 크기에는 불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거야 이미 들고다니기도 힘들 정도인 부피를 감안하면 감내해야 할 것이다. 컬러사진(그가 찍은 컬러사진도 실은 꽤 된다)은 단 한 장도 넣지 않았지만 작가의 의도가 그런 모양이니 할 수 없다.(아마도 그는 '작품은 흑백으로, 매체 게재용은 컬러로도'라고 생각한 듯하다.) 빠져서 아쉬운 사진이 몇몇 정도 있는 것도 같지만 어차피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전작집이란 말이 안되는 얘기고. 

순서는 대략 지역별로 되어있다. 프랑스와 그 인접국들, 남부 유럽과 멕시코, 소련, 인물사진들, 미국, 아시아 정도. 연대별로 실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지만, 대상지역에 따라 화면구성을 달리 하는 브레송의 방식을 살펴보기에는 이쪽이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단지 연대별 색인이라도 마련해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있다. 번역 쪽에는 다소간의 불만이 있다. 암만 봐도 정성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은 혐의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달랑 절판되어버린 2009년 현재상황 쪽이다. 이 정도 책은 지속적으로 쇄를 거듭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