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진의 현재
수잔 브라이트 지음, 이주형 옮김 / 월간사진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른바 '파인아트 사진'이라는 분야가 있다. 사진을 분류하는 여러 방법 중 용도에 따른 분류법이 있는데, 상업사진(커머셜), 다큐/보도사진(포토저널리즘), 예술사진(파인아트)으로 나누는 것이다.(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방법도 이것이다.) 여기서 파인아트라는 말은 그 사진이 더 멋있거나 비싼 카메라로 찍었다거나 사진가가 더 유명해서가 아니라, 상업적 용도도 매체게재의 용도도 아닌, 오로지 시각예술작품으로 내놓기 위해 찍은 사진을 말한다.(물론 아마추어들의 취미, 재미, 기념, 장난, 연습 용도와도--경우에 따라 겉보기엔 비슷해보일지도 모르지만--전혀 다르다.) 

이런 지향점을 갖는 사진은 19세기 중반부터 있었지만, 특히 1980~90년대부터의 파인아트 사진은 무척 실험적이고 많은 경우 미술적인 방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뭐가 어떻게 예술이라는 건지, 이게 왜 훌륭한 사진인지, 이 사진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다. 관심 없는 사람은 지나치게 마련이고, 사진에는 관심이 있으나 이쪽이 낯선 대다수의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애써 외면하거나 폄하하려 노력하곤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마음에 들건 안 들건 이해를 하건 못하건 일단 최소한의 발걸음이라도 떼어보는 것이다. 마침 몇 권 정도의 현대 파인아트 사진 입문서가 나와있어 크게 다행인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현대예술로서의 사진](샬럿 코튼 지음)과 이 책 [예술사진의 현재]가 있다. 전자에 비해 이 책은 A4보다 세로로 약간 짧고 가로로 약간 더 긴 큰 판형과 하드커버, 손색 없는 인쇄품질이 큰 장점이다. 일반적인 정식 사진집들에 비해 별달리 떨어지지 않아 사진 감상용으로 문제가 없다(전자의 책은 있다.) 책의 내용 역시 복잡한 이론적 설명보다는 작가와 작품 소개에 집중하고 있어 '현대 파인아트 사진가 대표선집' 같은 성격을 띄고 있다. 

인물, 풍경, 내러티브, 오브제, 패션, 다큐멘트, 도시의 7개 분야로 나누어 총 77명의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들을 소개하는데, 보통 1인당 2페이지에 한 문단의 저자 설명, 한두 문단의 사진가 자신의 말, 몇 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있다. 개괄적인 설명은 서문과 각 챕터별 서론으로 보충된다. 사진가의 이름 중에는 익히 유명한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마틴 파, 신디 셔먼, 낸 골딘 등도 있고,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름도 많다. 요즘 이런 책들은 다행히 서양 사진가들에게만 치중하지는 않아서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의 사진가 이름도 보인다.(미국에 건너가 '니키 S. 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승희 씨가 그이다.) 

'현대 파인아트 사진'이라고 통틀어 묶었지만 그 안에는 다큐멘터리도 있고 연출사진(마치 연극 포스터를 찍듯 찍는)도 있으며 합성사진도 있다. 최소한 알아보지도 않고서 어려울 거라 지레 겁먹고 피하기엔 너무나 다채롭고, 일부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경우에 따라 매우 의미심장하다.(나 역시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시각예술작품으로서의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이런 책도 봐두어야 한다. 언제까지 50년도 더 된 까르띠에 브레송과 안셀 아담스만 따라하다 말 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