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살뜸 - 육명심 사진집
육명심 사진 / 눈빛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사진계의 원로 육명심 선생의 사진집 중 꼭 한 권만을 추천하라면 선집인 [육명심]을 들겠다. 94년에 나온 것이 있고 2000년에 나온 것이 있는데, 아쉽게도 모두 절판이다. 현재 구할 수 있는 것 중에서 다시 고르라면 [장승], [검은 모살뜸], [문인의 초상] 중에서 이 책으로 하겠다. 사진 자체만을 집중적으로 감상하기에는 세 번째 것이 좀 떨어진다. 나머지 둘 중 사진 보는 재미로는 아무래도 이 책이 더 나을 것 같다. 

[장승]이 말 그대로 한국의 장승들을 찍은 사진집이지만 결코 민속학 자료집이 아니듯, [검은 모살뜸]도 제주도의 검은 모래찜질하는 모습들을 찍은 사진집이지만 결코 문화인류학 자료집이 아니다. 오히려 둘 다 고전적인 흑백사진 미학의 한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장승 하나를 찍고 모래찜질하는 풍경을 찍어도 대가의 것은 이렇게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기념할 만한 소재 위에 감탄할 만한 화면구성과 빛, 그리고 특히 [검은 모살뜸]의 경우 질감까지가 형식미를 한껏 발한다.

이들보다 앞선 '백민' 시리즈까지 합쳐 '장승' 시리즈와 '검은 모살뜸' 시리즈는 작가의 "우리 것" 3부작이다. 그 중 이 책이 가장 뒤의 것에 해당하는데, 83년과 94년에 이어 2008년에도 추가촬영을 함으로써 이 책이 탄생했다. 똑같은 제목으로 여러 해 전에 나온 것이 있는데(역시 절판) 이 책이 개정증보판에 해당한다. 책의 어디에도 각각의 사진을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는 밝혀져있지 않지만, 서문으로 짐작하건대 대충 이러이러한 사진들이 최근 것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결론적으로 한결 풍부해졌겠구나 싶다. 

제책방식이 특이하다. 하드커버의 뒷면만을 속지에 접착해놓았다. 그 밖에도 책 전반에 걸쳐 상당히 신경 쓴 디자인임을 알 수 있는데([장승]과 동일한 디자이너에 의한 동일한 제책방식이다), 다 좋지만 내구성은 불안하다. 여차하면 떨어지기 쉬워 접착제가 동원되어야 할 판이다. 하나 더 아쉬운 점이라면 인쇄 품질인데, 이것만 놓고 보면 충분히 좋아보이지만 선집 [육명심]에 비해서는 콘트라스트가 너무 강하지 않나 싶다. 그래도 [장승]에 비해서는 한결 안정적이다.(개인적으로 [장승]은 아예 인화부터 다시 했으면 좋겠다. 무리한 닷징이 남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진인화 담당자라는 이철수 씨에게 왜 이렇게 해놨는지 좀 물어보고 싶다.)

이렇게 되면 시중에서 전혀 구경할 수 없는 것으로 '백민' 시리즈가 남았다. 이것이 출간되면 우선순위에 조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 나의 추천은 [검은 모살뜸]이다. 노대가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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