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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는 지옥행 ㅣ 동화 보물창고 21
야마나카 히사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임수진 그림 / 보물창고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 아이들의 실수 혹은 모험에 대해 부모로서 생각해 본 것 두가지
이 책은 동화보물창고시리즈의 하나로 일본사회와 가족의 모습을 비판하고 부모와 아이의 치열한 갈등을 다룬 [내가 나인 것]의 작가 '야마나키 히사시'의 또 다른 모험동화이다.
실수로 타게 된 지옥행 배에서 일어난 초등학생의 숨가쁜 모험이야기......
'만약 우리아이가 가출을 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가출한 아이가 실수로 타게 된 배가 '지옥행 배'였다면.... 그건 더 끔찍한 일 일 것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까 주인공 '요시나가 가즈야'의 엄마는 심정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든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는 흥미진진하고 스릴있기만 했다. 솔직히 내 아이가 아닌 일본의 어느 모르는 아이의 이야기라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모험이 스릴있을 뿐아니라 이런 모험을 한 번 떠나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단 지옥행배만 아니라면...ㅋㅋ 사실 누구나 한 번쯤은 모험을 꿈꾸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지옥행인 배를 타고 모험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요시나가 가즈야'도 그랬다. 집에서 평소하던 버릇대로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다가 사흘전에 새로 산 컬러텔레비전을 박살내지만 않았더라도 이제 갓 시작된 여름방학에 집을 나가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고, 더구나 지옥행 배를 타는 일 따윈 꿈에도 상상해보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엄청난 실수앞에 가즈야는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친구인 마코토가 항구공원에 그림을 그리려가지고 찾아왔고, 하필 운명적인 배 앞에 앉아서 그 배를 그린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배가 폭발한 것 같은 그림을 그린데다가 또 그 그림을 농담으로 사겠다는 아저씨한테 20만엔이나 하는 망가진 컬러텔레비전의 가격을 부른 것과 그로 인해 무서운 '다카키'라는 사람과 연류되게 되었으니, 엎친데 덮친격으로 도망치듯 타게 된 배가 지옥행 배라는 끔찍한 사실을 알았을 때는 또 어땠을까?.....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무리가 가는 이야기들임에도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상황이 자연스럽게 우연으로 연결되도록 전개한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또한 긴박하면서도 스릴있어서 정말 흥미진진함과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는 표현이 맞는 흥미진진한 모험이야기였다.
사실 모험이라고 하면 왠지 설레이고 즐거운 기분이 드는 단어이지만 가즈야와 친구 마코토가 겪은 모험은 초등학교 4학년에게는 즐겁고 유쾌한 여행수준의 모험이 아니라 '보험사기극'이란 무서운 범죄를 계획하고 있는 나쁜 어른들과 연류가 되는 음침하고 소름끼치는 이야기로 점점 그들의 음모의 실체가 밝혀지는 것을 보면서 독자로서 걱정과 불안으로 두 소년의 운명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우리 속담도 있듯이 두 소년은 필사적으로 살기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던 차에 배에서 만난 이마무라 라는 선원과 선장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더구나 자신들의 모험이 텔레비전에 나오게 되는 것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났기에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한 편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르겠다.
사실 이 책은 독자에게 이야기의 재미를 주기에 충분한 모험동화이다. 하지만 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실수 혹은 모험'에 대해서 다른 두가지를 생각해보았다.
첫째는, 만약 내 아이에게 이런 상황이 생겼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직 어리기만 한 '가즈야'가 집을 가출하게 된 동기는 새로 산 컬러텔레비전을 박살내버린 감당할 수 없는 상황때문이었다. 가즈야가 감당할 수 없었던 점은 무엇보다 '죄'를 지었다는 생각보다 컬러텔레비전의 엄청난 가격에 있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처음보는 무서운 아저씨에게 그림값으로 20만엔이나 되는 거액을 불렀던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목숨이 단지 20만엔 밖에 되지 않을 것이란 말인가? 물론 실수로 타긴 했으나 아무리 많은 돈이라도 지옥행 배를 탄 목숨값보다는 많지는 않기에 우리 부모들은 평소에 아이의 실수에 대해 좀 더 너그럽게 대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화분을 하나 깨는 작은 잘못에서부터 평소에 부모가 아이의 "아이야, 괜찮다. 너는 정말 소중한 존재란다. 화분은 얼마든지 구할 수있어."이렇게 안아주고 보듬어 준다면 텔레비전같이 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큰 잘못을 했을 때도 얼마든지 부모님께 이야기하고 의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아이가 지옥행배를 타는 위험은 겪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그렇다면 우리 부모가 아이를 평생 위험한 일이 없는 곳, 그저 안전한 곳으로만 데리고 다녀야할 것인가? 만약 그렇게 키운다면 마마보이나 마마걸이 되어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잘 대처하지 못하고 평생 소심한 성격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녀에게 있는 모험심을 꺾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우리 아이들은 얼마든지 모험을 떠날 수도 있고, 모험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기에 평소에 어떠한 환경을 만났을 때 잘 대처할 수있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아이를 집에서만 키우고 지나치게 공부만 강조한다면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외국영화를 보다보면 외국아이들이 종종 우리나라 아이들에 비해 더 모험적인 것을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서 자기도 하고 독립심이 강해서일 것이기도 하고, 체험적이고 열린교육을 많이 시킨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도 점점 열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녀들에게 많은 체험의 기회를 주려고 하는 부모님들이 늘어가는 것을 주변에서 볼 수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평소에 우리 부모는 자녀가 어떠한 형편을 만나던지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여러방면의 책을 읽게 하고, 현장체험을 통한 경험의 폭을 넓히고, 또 독립심을 길러주는데 노력하는 등 자녀의 모험심을 길러주고 어떠한 환경에서든지 지혜로움을 가질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