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덕이가 씩 웃더니 내게로 뛰어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습니다. "이거 먹어". 재덕이가 어제도 보고 그저께도 보던 아이처럼 내게 사탕을 불쑥 내밀었습니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하고 사탕을 받아들었습니다. 내게 사탕을 준 재덕이가 돌아섰습니다. 이대로 재덕이와 헤어지는 게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숲산에 진달래가 피어 있을 텐데요. 재덕이가 날 기다리고, 내가 재덕이를 떠나 보냈던 솔숲산 등성이에 진달래가 활짝 피었을 텐데요. 나는 함께 솔숲산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재덕이의 뒷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덕이가 솔숲산 쪽으로 가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 재, 재덕아!"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재덕이를 불렀습니다. 처음으로 바보, 멍청이라든가 인마 따위를 붙이지 않고 소리내어 재덕이를 부른 것입니다. 재덕이가 돌아다보았습니다. "같이 가자." 재덕이가 웃었습니다. 맑은 웃음이엇습니다. 재덕이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 속의 재덕이, 그대로였습니다. 재덕이의 눈 속에서 나도 웃었습니다. 우리는 형과 동생처럼 다정해 보이는 두 그림자를 이끌고 솔숲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p69~72쪽 ................................................................................. [내 친구 재덕이]를 쓴 작가 이금이 선생님은 재덕이가 아홉살 때, 마을의 천덕꾸러기였던 시절에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동네에 살았던 재덕이를 10년이 넘도록 잊지못했다고 합니다. '화낼 줄도, 미워할 줄도 모르는' 맑은 눈동자속를 보는 순간 재덕이가 저절로 가슴 속에 담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상진이도 처음에는 "저기 니네 동네 바보 있다."하는 아이들의 말에 창피함이 앞섰지만 재덕이가 가슴속에 담기게 된 어느 날, 재덕이를 바보라고 부르지 않고 처음으로 '재덕아'라고 불러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장애를 가진 친구를 편견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었으면 참으로 좋겠습니다. 2008. 9. 8. 잎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