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놀이터의 왕 - 바람직한 친구 관계 만들기 ㅣ I LOVE 그림책
필리스 레이놀즈 네일러 지음, 놀라 랭그너 멀론 그림,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9월
평점 :
우리 집엔 딸들만 있다보니, 아빠가 아들과 함께 스포츠나, 낚시, 하다 못해 목욕탕을 함깨 가는 등, 같이 시간을 보내며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면 은근히 부러워진다. 또한 그런 두 자상한 아빠를 주위에서 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 책에 나오는 캐빈의 아빠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친구와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괴롭힘을 당하고 의기소침해 오는 아들로 인해 펄쩍 뛴다거나, 버럭 화를 내지 않고, 대화로서 가만 가만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케빈 아빠의 모습이 그러하다.
반면 나의 모습은 어떠할까?
나의 막내 딸은 7살인데도 아직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쪼르르 나에게 달려오곤 한다. 더러는 들어주기도 하지만, 짜증이 날 때도 많다.
"어휴, '새미'라고 그랬니? 뭐 그 딴 녀석이 다 있어! 아니 도대체 뭐하는 얘야? 그 얘 부모님은 뭐 하신다니? 같이 가보자. 엄마가 확 두둘겨 패 줄까보다."
하지만 캐빈의 아빠는 그러지 않았다. 비록 아들이 놀이터에 가서 자칭 '놀이터의 왕'으로 군림하며 자기를 위협하고 협박하는 '새미'라는 존재로 인해 두려워서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바보같이 미끄럼하나 타지 못하고 왔지만, 캐빈 아빠는 시종일관 여유만만인 것이다.
"놀이터에 간 줄 알았는데..." "저런, 정말 그렇게 말했니?" "넌 어떻게 할건데?"
이 대목을 읽으면 속 터지거나, 동화 속이니까 가능하다고 말하는 아빠들이 혹 계실 것이다. 어디까지나 동화니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캐빈아빠의 여유로움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우리는 주목해야할 것이다.아이에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길을 찾아주고 싶어하는 캐빈 아빠이 자녀교육에 대한 소신을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자녀에게 배트맨 팬티를 입혀주고, 스파이더맨 티셔츠와 주머니에 말굽 장식이 있는 청바지를 구해다 줄 수 있을 지 모른다.(아마 우리나라 강남 대치동의 어머니들이라면 충분히 하실 수 있으리라...ㅎㅎㅎ)
허나, 그 아이가 몇 번이나 놀이터에 가서도 '그네' '정글짐'은 커녕 미끄럼하나 못 타고 그냥 온다면.... 태연하게 아이에게 웃어주면서....
"놀이터에 간 줄 알았는데..." " 넌 어떻게 할 건데? 그냥 가만히 있을 거니?"
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세상의 모든 어려움과 불행으로부터 무조건 엄마가 너를 지켜줄 거야." 라는 잘못된 가르침이 아니라... 이 책을 옮긴이 '이옥용'님의 글처럼 우리 아이 스스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주며, 아이의 어떤 이야기라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며 들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것, 아이들과 항상 대화로서 문제를 해결해가는 부모가 진정 바람직한 부모임을 이 책은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