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풀빛 청소년 문학 4
비외른 소르틀란 지음, 김라합 옮김 / 풀빛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또 하나의 배고픈 물고기



이 책을 쓴 '비외른 소르틀란' 이란 노르웨이의 작가는 기자이며, 평론가이기도 하다. 많은 어린이, 청소년 책을 써서 노르웨이 아동문학상, 문화부 장관 문학상등을 수상했으며, 이 책 또한 '스칸디나비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내게는 처음 만나는 작가이기도 하다.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인공인 열네 살 소녀 테레제는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목록을 정리해보는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어느 날 바로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가던 세상이 갑자기 모든 것이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 드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사랑하는 엄마가 아빠가 이혼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신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테레제는 세상의 종말을 생각했다. 정말 철저하게 믿었던 사실에 대한 배반은 사춘기의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생각한 종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것은 테레제의 철부지소녀시대의 종말을 뜻하며, 지금까지 믿고 의지하던 부모님의 곁을 정신적으로 떠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무엇을 믿어야할까?’ 고민하던 테레제는 겉으로는 종교의 종말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첫눈에 반한 그녀의 이상형인 목사님의 아들 ‘얀’과의 의도적인 접촉을 시도한다. 얀에게 첫사랑을 느낀 테레제는 그의 마음을 얻기위해 교회에도 가고 함께 종말에 대한 공부를 함으로써 얀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그렇게 소녀는 자신의 환경의 아픔을 전환시킬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테레제는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얀과 로마로 여행을 떠나게 됨으로서 일탈을 꿈꾼다. (물론 자폐증인 언니가 보호자로 형식상 동반하지만)그리고 여행에서 테레제는 종말을 대비해 얀과 성경을 함께 읽기도 하고, 노아의 방주이야기를 얀에게 듣기도 한다. 또한 로마여행에서 테레제는 얀과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목록을 만든다.


1. 자기가 바라고 생각하는 것을 솔직히 말한다.

 

2, 모든 친구와 친척들을 찾아가 나는 당신들을 좋아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들도 죽으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3. 꿈에 그리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4. 남자 친구를 사귄다. 혹은 현재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키스하기

5. 성경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이야기들을 읽는다.

 

6. 사람들(사실은 나)이 저지른 비열한 짓을 밝히고 사과한다.

7. 루마니와와 러시아의 아이들에게 물건을 보낸다. 

 

8. 부모님에게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다. 

 

9. 유명한 미술품을 감상한다.

 

10. 클래식 연주회에 참석한다.

 

11. 하느님에게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어떤 식으로든 보여 달라고 부탁한다.

 

12. .......(상상해 보세요?)


바로 이런 목록들이다.

 

조금은 낭만적으로 보이는 사춘기소년 소녀들은 이제 그 여행 이후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테레제는 그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올 수 있었기에 이제 그 녀에게는 이제 종말의 의미는 더 이상 현상적인 세상의 종말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린이로서의 종말이며, 동시에 성인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했다.

내 큰 딸 아이가 바로 열네 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에 있기에 함께 읽어보고자 이 책을 구입했음에도 선뜻 딸에게 권하지 못하는 이유가 하나 있었는데, 책의 끝부분에 나오는 테레제와 얀의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진한(?)키스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목으로 며칠 째 망설여지는 것은 나의 지나친 보수성 때문일까?

어쨌든 나에게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테레제가 사춘기에 겪게 되는 환경의 변화로 함께 대화할 친구가 없었다면 우리 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몇 번의 이사로 이 곳으로 전학 온 이후 딸은 사실 1학기 내내 힘든 학교생활을 보냈다. 테레제처럼 할아버지나 얀의 존재가 있었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좋지 못한 친구를 사귄다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기회에 딸에게 책을 권네 줄 생각이다.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도 하면서 둘이서 함께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 목록을 적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책을 접으며 "배고픈 물고기만이 건강한 물고기다."'란 말을 생각하니 잠자리에 든 딸아이의 얼굴이 또 보고 싶어진다.

늦은 밤 또 하나의 배고픈 물고기인 내 딸의 앞날을 위해 기도하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7-09-01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알만한 사람인 것 같은데요...
엄마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는 리뷰예요.
우리 막내딸은 13살인데~~ 전, 저 어릴때 생각하면서 진한 애정행각 책이나 영화도 걍~보여줍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믿기에...... ^*^

잎싹 2007-09-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순오기 선배님, 반갑습니다.
저 지난번에 메일 주고 받은 푸르니 후배예요. 알고계시죠?
낼 지역 도서관에 하반기 <유아 즐거운 책읽기> 첫수업이라 준비하다가 잠시 들렀어요.
선배님은 막내가 13살이라니.. 베테랑이시겠네요.
전 첫아이가 사춘기라 막 헤메고(?)있답니다.

많은 지도 부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