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여자들>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읽은 소감은 ‘아! 이런 책도 있을 수 있구나.’였다. 이런 아이템으로 책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이 참신하기만 하다. ‘깐깐한 독서본능(윤미화)’과 같은 서평에 대한 글부터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여인네들에 대한 단상까지, 2000년은 그야말로 책들의 전성시대인 듯싶다. 고종석이 뽑은 여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나는 그의 박학다식함이 부러웠다. 자신의 무신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자신조차 모르겠다고 끝맺은 마지막 부분까지 이 책은 어디 하나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기색 없이 달려가고 있고, 덕분에 나 역시 그의 글을 편하게 읽어갈 수 있었다. 이 글에 대한 나의 평가는 그가 요네하라 마리에 대해 내린 평가와 거의 유사하여 여기에 인용한다.

“p99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책이 상을 받을 만한 걸작들이라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의 글을 재미있게만 읽었다라는 점에서 나의 감상과 상통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고 나머지는 꽝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혁명과 사랑의 불꽃으로 소개된 ‘로자 룩셈부르크’에서 그의 친구인 ‘황인숙’과 ‘강금실’(정말 부러운 사실이다. 시인과 전직 법무부 장관과 친구라니)에 이르기까지 그의 여자들에 대한 단상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의 글에 소개된 ‘최진실’을 읽으며 명박산성에 망연히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으며 ‘로자 룩셈부르크’에 실린 ‘체 게바라’ 이야기에서 상업성에 덧칠되어버린 빛 바랜 혁명의 의미도 되새겨 보았다. 현해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김우진’과 ‘윤심덕’의 행동에 담긴 나름의 의미라든지 자유연애라 이름 붙여진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여러 분야의 인물로 인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그의 글은 분명 의미있었다. 그러나 ‘고종석의 남자들’이 아니라 ‘고종석의 여자들’이라 이름 붙여진 제목과 그리된 배경을 생각하면 서글프기만 하다. 세상의 반은 남자이고, 세상의 반은 여자임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굳이 역사에서 길이 남을, 또는 생각해 볼 인물로 여자를 골라야 하는 현실(‘한국의 책쟁이들’이란 책의 인터뷰어들도 대부분 남자였던 것이 갑자기 생각난다)이 서글프다.

남존여비 사상을 가진 나의 어머니는 요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들이나 설거지를 하는 남자들을 보시면 늘 불쌍하다고 말씀하신다. 예전에는 부엌 출입조차 하지 않았던 그들이 굳건하던 가부장적 지위를 잃고 있는 현실이 꽤나 안타까우신 모양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그동안 그들이 누린 것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 아닌지. 물론 내가 바라는 세상이 ‘고종석의 남자들’이란 책이 나오는 세상은 아니다. 부디 남자와 여자라는 구별이 단순한 생물학적 기호가 되길 바랄 뿐이다. 이런 내 말에 고까우신 불들에게 ‘이갈리아의 딸들(저자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이란 책을 권한다. man에서 woman이 파생된 것이 아니라 wom(소설 속 여성 명사)에서 woman(소설 속 남성 명사)이 파생된 것이라는 도입부는 여성들에겐 통쾌함을 남성들에겐 섬뜩함을 주는 소설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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