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사라지는 숲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 종이, 자연 친화적일까? 세계를 누비며 밝혀 낸 우리가 알아야 할 종이의 비밀!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외 옮김 / 상상의숲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는 역사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기적인 인간은 자신의 코앞에 닥친 일에만 급급할 뿐 다른 존재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심하기만 하다. 물론 여기에는 나부터가 포함되어 있다. 일전에 읽은 책에서는 식탁에 오른 참치 통조림의 참치가 어디에서 잡혀 우리의 식탁에까지 오른 것인지 그 연원을 거슬러가고 있었다. 무심히 먹고 있는 참치와 크래커, 그리고 무수한 많은 사무용품들이 세계를 돌고 돌아 나에게로 온 것이란 사실을 그 책을 통해 알게 된 후 사물을 절대 단편적으로 보지 않아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아직도 훈련이 부족한가 보다. 종이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해 본 일조차 없으니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기에 이미 알고는 있었으나 막연히 아는 것과 실제로 체험하는 것의 간극은 크기만 하다. 물론 간접체험이긴 했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엄청난  간접 체험을 하게 된 셈이다. 이번에 내가 느낀 놀라움과 죄책감은 나뿐 아닌 다른 이들도 모두 느껴주었으면 하는 심정에서, 그리고 내가 이 기억을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에 별표 다섯 개를 보낸다. 한 권의 책이 가진 힘이 크다는 사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부디 이 책의 힘은 좀더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우리 주변에는 종이가 넘쳐난다.  그러나 종이의 과거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 못 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물을 아껴써야 한다는 이야기 뒤에 물부족 국가에 사는 우리에 대한 걱정과 물의 낭비에 대한 경고를 담겨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종이를 아껴써야 한다는 말은 단순히 돈을 아껴써야 한다는 말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계기로 처음으로 나무와 종이를, 숲과 종이를 연관지을 수 있었다. 아침에 달콤한 원두 커피 한 잔을 내려 먹기 위해 썼던 여과지와 화장실에서 아무 생각 없이 썼던 화장지, 걸레 빨기 귀찮음을 밀쳐두고자 사용한 물티슈 한 장과 잘못 출력했던 A4용지들이 모두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나의 소비 때문에 베어진 나무는 모두 몇 그루였을까? 이 책은 종이로 사라지고 있는 우리의 숲에 대한 이야기를 그야말로 처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국가별로 하루에 소비하는 종이의 양이나 한 사람이 평생 쓰는 종이의 양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엄청나다는 생각만 했을 뿐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마 킬로그램이나 그램이라는 단위어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실감을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진 자료로 제시된 종이의 종류와 그 양을 보았을 땐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왔다. 한 장의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컵의 물이,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욕조 한가득의 물이 든다고 한다. 무지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지 나름대로 종이를 아껴써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으나 종이를 아낌으로 인해 물을 아끼고 전기를 아끼고 나무를 살리고 숲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유한 킴벌리 크리넥스 선전에 나오는 근사한 숲을 보며 '아 저런 환경이 우리에게 화장지를 주는구나'라고만 생각했지 '내가 저 환경을 해치라고 저 화장지를 사는구나'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었다. 4월 5일 식목일에 나무 심으러 가서 불을 내고 돌아오는 사람을 욕하긴 해 봤지만 종이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 역시 같은 죄를 저지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거기다 열대지구의 원시림이 베어지고 지구의 허파가 사라지는 것에 막연히 걱정하기만 했지 시베리아의 아한대림이 사라지는 것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리고 나무농장이 숲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단일 수종으로 이루어진 나무가 생태계에 저렇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원주민을 몰아내고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공부하며 살아왔고, 학교는 우리에게 저런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무엇을 가르쳤단 말일까?  그토록 책을 사랑한다 부르짖던 내가 종이에 대해서는 어쩜 이렇게 무심할 수 있었던지 모르겠다. 이 얼마나 단순한 뇌구조인지...이제껏 종이에게 아니 나무와 숲에게 못 할 짓 한 것이 많아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필자와 별 다를 바 없이 우울한 심정으로 글을 읽던 내게 호주의 원주민 출신 '니콜 라이크로프트'의 말은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세상을 바꾼다는 게 정말 기분이 좋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나 역시 기분 좋게 했다. 출판사를 상대로 재생용지를 쓰게 하여 점차적으로 환경오염을 줄이고 숲을 살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를 짜릿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재생용지로 출판된 해리포터가 살린 숲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전율이 일기까지 했다. 멀리서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도 이렇게 흥분되는데 직접 그 일을 실천하고 그것으로 바뀌어지는 세상을 보는 그녀들의 기분이야 더 말해서 무엇할까. 힘없이 보이는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되어 나아가다 보면 큰 물결이 되는 것을 또 한 번 목격한 셈이다. 한 권의 책만큼 한 사람의 힘도 크리라 믿는다.  

세상을 바꾸자 했으나 세상을 바꿀 수 없었고 사회를 바꾸자 했으나 사회를 바꿀 수 없었으며 가족을 바꾸자 했으나 가족을 바꿀 수 없던 사람이 마지막 숨지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바뀌면 가족이 바뀌고 가족이 바뀌면 사회가 바뀌며 사회가 바뀌면 세상이 달라지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지금 나의 생각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거창하고 근사한 방법으로 세상 모든 나무를 살릴 수는 없겠지만 나무를 위해, 숲을 위해 책에서 소개해 준 방법을 실천해 나갈 것이다. 직장에서 컵은 이미 사용하고 있으니 가방 안에 텀블러 하나를 넣어둬야겠다. 그리고 분리수거할 때에는 종이에 붙은 테이프나 이물질이 섞이지 않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보지 않는 카달로그부터 끊어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이렇게 실천하다 보면 적어도 나로 인해 살릴 수 있는 나무가 있을 테고, 내 주변까지 동참한다면 작은 숲 하나는 너끈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도 정말 근사한 일이다. 지금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는 당신도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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