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두 번은 사랑하지 못하는 병 - 사랑했으므로, 사랑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심리치유 에세이
권문수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 그 끝나지 않는 화두……

국민학교 6년(요즘은 초등학교지만),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까지 내가 받은 정규교육만 하더라도 16년이다 거기다 가정교육에 사회생활에서 받은 교육까지 따진다면 난 참으로 오랜 시간 어마어마한 양과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여태껏 그 누구에게도 사랑이 무엇인지, 맛난 만남을 위해 우리가 서로에게 해야 할 행동과 말은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운 기억이 없다. 그렇기에 또래들 간에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속설에 의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일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음에도 사랑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닌가?

물론 태어나기 전부터 받은 부모님의 사랑이라든지 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주고 받은 사랑, 형제 사이에서,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동료 사이에서 주고 받은 우정 또한 사랑의 범주에 들어갈 테지만 그 누구도 입 밖에 끄집어 내어 구체적인 사랑의 정의라든지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설명해 준 이가 없었다. 그러기에 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인류는 요즘도 저리 방방 뛰고 있는 것일 테지만. 물론 요즘이야 안면식도 없는 전화 상담원들마저 ‘고객님 사랑합니다.’라며 ‘사랑’이라는 단어를 외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랑이 우리가 바라는 사랑은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남발될수록 어째 나는 사랑에 굶주린 느낌이 든다. 그래서 대중가요도 사랑을 노래하고, 드라마도 사랑 타령이며, 연인들도, 친구들도, 가족들도 저마다 사랑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쯤 되면 누군가가 사랑학 강의라도 할 만한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는 듯하다. 초등학교에서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중학교에서는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고등학교에서는 사랑을 나눠가는 법을 배운다면 세상은 분명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글의 저자는 ‘사랑 그까이거 뭐 별거 아니다.’라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별 것이다.’라고 대거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사랑병(Lovesick)’도 따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테라피스트로 살아가며서 자신에게 상담을 의뢰한 사라의 90% 이상은 사랑으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으로 오는 사람이란다.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뉴스에서 연일 나오는 살인사건도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고, 말다툼이 폭력으로 번지는 이유도 자기 말을 들어달라는,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던가! 이 책의 글쓴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상사병’과 엄연히 다른 ‘사랑병’을 언급하며 그것에서 파생된 여러 병명을 파트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사랑으로 인해 상처에 무뎌지고자 무감각을 처방한 사람들.

다시 사랑이 오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사람들.

사랑을 얻고자 했으나 오히려 사랑을 상실한 사람들.

바람둥이들처럼 이성에 대해 편력을 지닌 사람들.

사랑에 중독된 사람들.

금기시되는 사랑.

트라우마로 인해 사랑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

오해 속에서 어긋나는 사랑들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

이별을 극복하는 자신에 대한 사랑까지.

짧은 글 속에는 참으로 많은 양상의 사랑이 등장한다. 글쓴이는 이성 간의 사랑에 한정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으나 사랑의 속성상 이는 어떤 관계의 사람에게든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노희경씨는 ‘사랑하지 않은 자 모두 유죄’라고 말했다. 그녀가 말한 죄인이란 사랑에 발을 담궜다가 상처받을 것을 염려해 사랑에 거리를 둔 어리석은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실패가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않는 자들이 얻는 것은 안일한 삶일 테지만, 도전하다 실패한 자들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자신감을 얻게 된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일 듯 하다. 상처가 두려워 머물러 있는 자들은 그냥 그런 단조로운 삶을 영위하게 되지만 사랑하다 실패한 자들은 인생의 단맛과 쓴맛, 떫은 맛과 신맛 등 참으로 다채로운 세상을 맛보게 된다. 그렇게 따진다면 결국 ‘사랑에 실패했다’라는 말은 어불성설이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사랑에 실패란 없으니까 말이다. 마지막 장에 등장한 스님의 말처럼 그냥 인연이 거기까지였던 것이다. 그가 말했다.

“사랑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나도 변한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

그것이 무엇일까? 책은 여기서 막을 내렸는데 어디에도 분명한 답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의 글쓴이는 우리에게 화장실 갔다가 일을 덜 보고 온 듯한 찝찝함을 선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러한 찜찜함이 남아 있는 한 저 화두는 우리에게 계속 같은 질문을 던져줄 것이다. 그것이 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 답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사.랑.은.계.속.된.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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