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교양강의>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손자병법 교양강의 돌베개 동양고전강의 2
마쥔 지음, 임홍빈 옮김 / 돌베개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p318

「손자병법」을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없을까요?

당시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정치가 마키아벨리의 말 한 마디로 자네 물음에 답하겠네. 병법을 일상생활에 끌어들인다면, 그것은 일상생활을 지옥에 끌어들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네.”

 
   


  책을 덮고 나니 이 문단 하나가 가슴에 와서 박혔습니다. 소용없는 책이어야 할 이 책을 거듭 읽고 배우는 상황이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도대체 우리가 이렇게 반복해서 읽는 고전이란 무엇이며 고전을 고전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래전부터 많은 이들에게 귀한 가르침을 주어 그 가치가 인정되는 책이 바로 고전이 아닐까 혼자 묻고 혼자 답해보았습니다. 흔히 우리들이 고전이라 일컫는 책은 여러 분야에 존재합니다. 허준의 ‘동의보감’도 고전이고, 정약용의 ‘목민심서’도 고전일 테지요. 이렇듯 아주 오래 전에 쓰여진 책인데도 늘 새롭게 다가오며 또한 늘 새로운 가르침을 주는 것이 바로 고전의 요건인 듯 싶습니다. 그 중 이번에는 군사전략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손자병법’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실제 전쟁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전략에나 어울릴 법한 고대 중국의 병법서가 여태껏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더니 이 책을 읽고서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무작정 앞뒤 가리지 말고 무기를 들고 엉겨붙는 것이 전쟁이라 믿었던 내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깨닫게 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손자병법’은 너무나도 유명한 책입니다. 간혹 ‘그게 무어냐’며 묻는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知彼知己면 百戰不殆’란 표현을 한 번쯤 못 들어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 생활 깊숙히 침투한 병법서가 바로 이 책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마쥔’이 조목조목 풀이해 주는 병법의 구절과 그 속뜻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입 안에서 감탄사를 머금게 했습니다. 활이나 칼과 같은 무기에서 총이나 핵을 이용한 전쟁으로 그 양상이 바뀌긴 했으나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라는 전쟁의 기본적인 생각이나, 어떠한 기만술을 쓰더라도 전쟁에서는 이겨야 한다는 냉혹한 진리는 변함없는 전쟁의 진리이니 말입니다.

‘손자병법’에서 최고의 군사경지에 오르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知, 全, 先, 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복잡하긴 하지만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뜻 글자인 한자의 이점일 테지요? 여튼 여기서 고위 지휘관이 갖추어야 할 知를 설명하는 이러한 구절이 있더군요.

  p96

마음의 지혜는 시야를 결정하고 시야는 구체적 짜임새를 결정하며, 구체적 짜임새는 운명을 결정하고 운명은 미래를 결정한다.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하루의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저는 이 부분을 읽고 뜨끔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사는 거지 인생 뭐 있어?’라고 호기롭게 외친 제가 얼마나 無知했던지를 깨달았습니다. 이래서 지혜로운 자들은 인생에서 ‘우연’은 없다고 하는가 봅니다. 하나를 살피고 나를 살피면 남이 보이고, 세계가 보이며 그때 우리가 우연이라고 믿고 싶었던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겠지요.

또한, 전쟁에 임할 때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말도 새롭게 새겨들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도 사람을 감탄하게 만드는 책이 손자병법인 모양입니다.

  p149

즉, 사람은 어떤 뉴스를 접했을 때 아무래도 자기가 듣고 싶지 않은 일, 보고 싶지 않은 일을 피하는 쪽으로 기우니까요.

  여기에 이르러서는 손자병법은 병법서가 아닌 심리학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일들과 외면하고 싶은 부분까지 콕 집어 주면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를 설파하는 ‘손자병법’의 가르침에 연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 책 덕분에 ‘손자병법’의 심오한 가르침을 실제 사례를 통해 참으로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손자병법 교양강의’는 한문 독해력을 갖추고 있다면 ‘손자병법’의 원서를 직접 독파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입문서이자 해설서였습니다. 아마 원 저자의 능력과 옮긴이의 역량도 한몫을 한 셈이겠지요. 누군가가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더냐고 묻는다면 특정한 부분을 지목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만큼 전반적인 내용 모두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회 생활을 해 나가기 위해 손자병법을 좀더 몸으로 익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런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역자가 한 마디를 덧붙이더군요.  

p318

병법을 일상생활에 끌어들인다면, 그것은 일상생활을 지옥에 끌어들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네. 

그렇군요. ‘손자병법’은 군사전략인데 이를 현실에 적용하겠다는 소리는 현실을 전쟁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군요. 진실과 정의로 손을 맞잡고 나아가야 할 우리가 기만과 술수로 이 상황을 모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제가 잠깐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그런데 따끔한 충고를 듣고서도 손자병법의 전술에 자꾸 눈이 가는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이미 내 주위가 적자생존이라는 이름하에 戰場이 되어버린 때문은 아닌가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손무의 가르침을 십분 벤치마킹하여 전쟁같은 현실의 허와 실을 파악하여 우리가 원하는 따뜻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의 세상으로 적개심을 유인해 내서 격파해야 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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