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박치기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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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박치기다 - 재일 한국인 영화 제작자 이봉우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책!
이봉우 지음, 임경화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번엔 서평 대상 도서로 세 권의 책이 도착했다. 보자마자 끌린 제목은 '고등어를 금하노라'였고, 보자마자 밀쳐 둔 책은 바로 이 책, '인생은 박치기다'였다. 공격적인 제목을 통해 生에 대해 무엇인가를 말해 주겠다는 태도가 괜히 밉살스러웠다. 더구나 표지에 떡 하니 실린 잘 생긴 중년 남성도 왠지 책에 대한 거부감을 들게 했다. 인생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해야 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러나 生은 늘 의도하던 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 모양인지 가방에 처박아 둔 책이 이것밖에 없어 간간히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표지의 선전문구처럼 방황하는 청춘에게 희망을 주고자 쓴 책은 아닌 듯 했다. 재일한국인으로 유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한 남자가 영화 제작자가 되기까지 겪은 일련의 사건들과 영화에 대한 열정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었다. 일본에서 받는 유형무형의 천시와 냉대, 차별을 겪으면서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존재로 살아가야 했던 재일한국인으로서의 삶. 걔 중에는 죽음으로 막을 내린 지인도 있고, 그냥 그런 인생으로 묻혀 버린 사람들도 등장했다. 모든 사람들의 삶에는 나름 의미가 있기 마련인데 그렇게 쓸쓸하게 끝나는 지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몹시 아렸던 것 같다.
필자는 대학에 진학하여 프랑스어를 전공하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중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프랑스에서 일본 영화를 접하게 되고,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자 마음먹는다. 무모하다는 주위 여론을 뒤로 하고 친구의 도움으로 그는 영화 배급업이란 일을 시작하게 된다. 최초로 배급한 영화는 그가 감명 깊게 본 폴란드 영화 '카메라광'이었다. 그러나 의욕을 갖고 시작한 일이라고 모두 성공하는 법이 아닌 모양인지, 아니면 성공한 이들에게 늘상 있는 시련이었던지 이 영화로 그는 흥행의 참패를 맛보았고 또한, 친구에게서 빌린 돈의 절반을 날리게 된다. 밑천의 반을 날리고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의 노력에 대한 대가인지 운인지 모를 운명의 부침에 힘입어 그가 배급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당당한 영화 제작자이자 배급업자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그가 배급한 수많은 영화들의 판권을 따 내기까지 그가 겪은 에피소드만 하더라도 우리에겐 충분한 이야깃거리였다. 그런 면에서 그의 生이야 말로 한 편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또한 가족의 불우한 사건(형의 죽음)과 재일한국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차별이 그에게는 하나의 걸림돌이자 디딤돌이 된 듯하다.
이 책은 단순히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권하기보다는 영화 배급에 관련된 일이나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읽으면 좋을 듯하다. 물론 영화 제작에 대한 여러 가지 일을 읽기 쉽게 쓴 그의 문장도 주목할 만하긴 하다. 더불어 이 글을 통해 나 역시 다양한 영화에 대한 소개나 영화에 얽힌 감독과 배우, 제작자의 열정에 대해서도 알게 되긴 했다. 그러나 뜬금없이 끼어든 단편소설 '늑대 여인'이라든가 필자가 본 영화소개에 대한 내용은 책에 대한 호감도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다만 우리나라가, 아니 내 자신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재일한국인의 문제, 각지에 흩어져 살아가는 한국인이 외면하고 있는 한국인의 문제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는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