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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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얽혀 바쁘게 달리는 행복하고도 버거운 나날이 계속되는 요즈음입니다. 서평대상 도서들이 도착할 때마다 갖던 뿌듯하고도 설레는 감정이 슬슬 부담으로 다가올 즈음 도착한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고등어를 금하라.' 군사 훈련 중 군인들에게 전하는 명령같기도 한 어투의 제목에서 저는 늘 그렇듯이 많은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고등어'란 필히 무엇인가의 약자(略字)일 거란 생각도 했었답니다. '고등한 인간들의 등푸른 어제를 위하여'라든지 '고유하고 기세등등한 어미들'이 아닐까라는 생각들을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여기서 '고등어'는 말 그대로 생선 '고등어'를 일컫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쉽게 생각하면 될 것을 전 참으로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단순하게, 즐겁게 살아가는 필자와 복잡하고 고단하게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시작부터 씁쓸했습니다.  

  이 글은 독일 생활을 하고 있는 한 가족의 생활일기 같은 글입니다. 홍세화씨가 프랑스의 '똘레랑스'를 소개하며 프랑스는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라고 묘사했던 것과 달리 이 글의 저자는 독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자기네 가족들을 통해 독일을 관찰하고, 한국인으로 태어난 자신의 시각에서 한국인들의 모습을 조명해 주고 있습니다. 독일은 뭐든지 최고라며 미화하거나 인정주의적 한국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교하고 얘기해 주려한 그녀의 나름 객관적인 시각이 내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독일에서 살아온 시간이 훨씬 많은 그녀가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콕 짚어줄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회 속에 묻혀 살아갈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 발 물러서서 살펴보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요? 그녀는 한국인으로서 독일을 살펴보고, 또 독일인으로서 한 발 뒤로 물러나 한국이란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내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완전한 독일인도 완전한 한국인도 아닌 이방인스러운 그녀의 처지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택한 그녀의 생활은 환경보호라는 코드와 어울리고, 내륙지역인 독일에서 고등어를 금하고 그 지역 농산물만 소비하고자 하는 태도는 로컬푸드를 지향하는 사회를 생각하게 합니다. 나치에 대한 독일인들의 시각이나 처사는 친일파 청산에 대한 우리의 대처방안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도 하지요. 부모들의 과잉 치맛바람으로 일컬어지는 아이들의 교육문제 또한 그녀의 자녀 교육법을 돋보이게 합니다. 돈보다는 시간을, 그것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선택한 그녀의 모습은 읽는 내내 나에게 부러움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녀가 단순히 자기 자식을 자랑하고 미화하는데 그쳤다면 "그럼 그렇지. 에세이 형식을 빌어 자기는 이렇게 완벽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군. 책 역시 자랑을 위한 수단일 뿐이고."라고 치부하며 한껏 깎아내릴 수라도 있었을 텐데, 진솔한 그녀의 글은 하루하루 고민거릴 만들며 살아가는 내 옆에서 누군가가 조근조근 얘기를 들려주는 듯 했습니다. 듣고 있으면 나의 마음 역시 푸근해지는 조언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사진 속에서 인물들의 찡그린 모습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아마 고민이 가득할 때는 카메라를 들이댈 여유가 없기 때문일 테지요. 그리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사진일 경우에는 더욱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끄집어 내기 마련이구요. 적어도 남에게는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은 우리들의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그녀가 보여준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은 그야말로 다양하기 그지없습니다. 찌푸린 모습과 난감한 표정, 행복한 표정과 우울한 뒷모습까지. 그런데 그런 그녀의 인생살이를 듣고 있으면 부러운 것은 왜일까요? 아마도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자유로운 만큼 상대도 자유롭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행복한 일인 모양입니다.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가족들에게 외친 그녀의 목소리가 적어도 저에게는 헛된 울림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 역시 그녀처럼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만약 지금 여러분들이 자유롭고 평화스러운 생활을 꿈꾸고 있다면 그녀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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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을 꿈꾸거든 버려라
    from 날아라! 도야지 2009-11-19 14:30 
    고등어를 금하노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임혜지 (푸른숲, 2009년) 상세보기 경제력과 행복지수는 비례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이 발간한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IMF 집계치 기준 9,291억 달러로 세계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반면 영국 신경제재단이 전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행복지수(HPI)는 68위를 차지했다. 이 행복지수의 평가항목은 경제적 요인, 자립, 형평성,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