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 - 수수께끼와 역설의 유쾌한 철학퍼즐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4
피터 케이브 지음, 남경태 옮김 / 사계절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장동건과 고소영 열애설로 각종 사이트마다 난리다. 외면하려고 해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인 양, 메일을 확인하려 해도, 검색을 하려 해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인다. 연예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무심한 양 생활하는 나도 장동건-고소영 열애 기사만큼은 눈이 가는데 다른 이들의 관심이야 일러 무엇할까 싶다. 그러면서도 꿈이었으면 싶은 마음은 왜 일까? 혹시 꿈인 걸까? 만약 꿈이 아니라면 그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은 누가 어떻게 증명해 줄 것인가? 도대체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그것은 누가 증명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이럴 때마다 인용되곤 하는 ‘호접지몽’이 생각난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니 장자가 나비가 된 것인가 아니면 나비가 장자가 된 것인가?

이제 말하게 될 책은 이러한 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는 ‘로봇이 인간이 될 수 있을까?’라는 책이다. 제목으로 짐작하기에는 과학과 관련된 문제나 인간 복제와 관련된 윤리 문제가 아닌가 싶었는데 내용은 철학적 퍼즐로 구성되어 있었다. 흔히 우리가 궁금해 하면서도 파고들지 않았던 문제들을 하나 둘 툭툭 던져주는 것으로 책은 전개되고 있다. 교수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인 사형수가 교수형을 피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우리가 믿고 있는 도덕적 신념은 절대적인 ‘선’이라고 할 수 있는지, 현재와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의 개념은 도대체 누구의 관점에서 나누는 기준인지 등등 이 책의 저자는 매 장마다 어려운 질문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친절한 사례를 유머러스한 이름을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긴 한데 저자나 번역자의 의도와는 달리 그리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 게 흠이다. 나의 무지 탓이려나? 그러나 나의 무지함은 또 어찌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그 글을 읽은 내가 맞다는 말인가?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역시 이야기는 끝이 없기 마련이다.

책은 서른 세 개로 정리된 다양한 철학적 명제를 쉽게 설명하는 동시에 각 장과 연관되어 생각할 수 있는 문제의 장을 화살표 표시해 주고 있다. 시키는 것을 좀처럼 거부하지 않고 순응하고자 하는 나로서는 게임의 말처럼 주사위에 나온 숫자대로-책에 표시된 지시대로- 갔다가 오기를 반복해 보다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가 시키는 대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이걸 보았던 듯도 싶고 보지 않았던 듯도 싶어 오히려 읽는 행위 자체가 나의 정신을 혼란시키곤 했다.(이것이 총평에서 별 하나를 뺀 이유다) 그러다 어설픈 나의 순응성을 거부하고 자유의지를 가진 양 다시 책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딱히 순서가 상관이 없는 구성인 만큼 그냥 하나의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읽으면서 ‘진작 자유의지(?)를 따를 걸’이라고 생각하며 이전의 나의 순응적인 태도를 후회하기에 이르렀다. 저자의 설명대로 우리와 동떨어진 철학적인 사고를 현실로 끌어주었다는 면에서는 나 역시 이 책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하지만 이전에 먹은 음식이 워낙 달콤했던지 이번에는 도통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잭 보웬’이 쓴 ‘드림 위버’라는 음식이 계속 뇌리를 맴돌 뿐이었다. 그 책에 비한다면 이 책은 머리 속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떠들어 대는 소리로만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별 하나 더 뺐다. 여튼 철학자들만 생각할 법한 철학에 대한 논의가 점점 연구실에서 벗어나 우리 주변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은 머리가 아플 만큼 기쁜 일이다. 고통에는 그에서 벗어날 개운한 해결책도 함께 올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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